앵커: 3월 8일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유엔이 1975년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입니다. 이 날을 기념해 지난 16년간 한국에서 탈북민들에게 심리상담을 해온 김영인 사랑방마음건강센터장으로부터 탈북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상담을 통한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김소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현재 운영 중인 사랑방마음건강센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김영인 센터장 :제가 하고 있는 사랑방마음건강센터는 '비욘드더바운더리(beyond the boundary)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파트너로 들어가 있는 상담센터고요. 제가 2019년까지 공공기관에서 탈북민 심리상담을 쭉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탈북민 청년들을 위한 심리상담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 분들을 위한 심리상담을 꾸준히 재능기부로 하다가 이분들이 제가 재능기부한다는 걸 알고 저보고 와서 파트너로 같이 하자고 해서 제가 사랑방마음건강센터라는 이름으로 탈북민, 특히 청년 중심으로 심리 상담을 하고 있는 거죠.
기자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털어놓는 심리적 고민, 트라우마(심리적 외상) 등에 대한 상담 내용은 무엇인가요?
김영인 센터장 :이분들이 호소하는 증상, 경험하는 어려움이 뭐냐면 대부분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북한에서 태어나서 10, 20, 30년 사시던 분들이 북한 전체적인 체제의 트라우마가 있다고 보는데요. 북한의 체제 자체가 매우 폭력적이더라고요. 김정일, 정은 이런 한사람의 권력이 어마어마하게, 거의 신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그게 항상 수직적인 관계, 평등한 사회와는 정반대된 사회에서 늘 어떤 폭력에 시달리고 그 트라우마를 받을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런 영향이 가족 내 폭력으로 많이 드러나고요. 그런 트라우마가 사람들에 대한 불신, 의심할 수 밖에 없죠. 상대가 나를 위험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늘 자신을 방어해야 하니깐 관계를 편안하게 가질 수 없고. 또 조금만 상대가 자기가 예상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하면 그것을 피해 도망가거나 아니면 그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대처하면서 심하게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을 보이면서 그게 갈등이 매우 심각해지는. 그래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우면서 또 그게 마음에는 분노나 슬픔이나 불안,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죠.
기자 :안타깝게도 탈북여성 대부분이 탈북과정에서 인신매매와 같은 인권 유린을 당하게 되잖아요. 이분들이 특히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어떤가요?
김영인 센터장 :지금 탈북민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70% 이상인데 중국에서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에요. 인신매매를 통해서 중국으로 가기 때문에. 인신매매라는게 생존은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 하니까 거기서 오는 상처가 정말 크죠. 자신의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 그런 상처들이 남아있어서 이분들이 결국 남한까지 오긴 했는데 이성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하나가 되는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기에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많아요.
제가 만난 내담자도 심리상담을 해서 만나다보니 결국 이 분 안에 있는 상처 때문에 남편을 신뢰하기 어렵고, 남편에게 반응하는 모습이 상당히 거칠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해서 관계가 멀어지고 있었던 거죠. 트라우마가 많을수록 안전과 보호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이 조금만 이상하게 벗어나면 확 겁이 나서 공포심이 올라오는데요. 그런 반응을 평화롭게 표현할 줄 모르니까 공격적으로 싸우거나 그냥 도망가 버리거나, 이런 식의 표현을 하다보니 관계가 유지되기가 어렵죠.
기자 :탈북여성들이 한국에 오고 나서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탈북민 대상 심리치료 제도는 어떤가요?
김영인 센터장 :제가 보기엔 거의 대부분의 탈북여성들이 심리치료를 통해서 마음이 많이 안정화되고 의미있는 삶을 사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실은 사실 많이 아쉬운게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대부분 눈으로 볼 수 있는 경제적, 취업과 같은 지원에 초점을 두고 열심히 노력을 하고 계세요. 하지만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는데라 그런지 심리 치료, 상담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나 실천은 아직 시작되고 있지 않아서요. 제가 알기론 하나원 안에 전문적인 센터가 3~4년전에 생겼어요. 전문 심리상담가를 고용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걸 보고 반가웠는데요. 지금 하나원에서 나와서 전국에 주택을 배정받아서 살고 있는, 실제 정착과정에 있는 탈북민들을 위한 심리상담이 사실 더 많이 필요하거든요. 하나원은 단기간이라서 3개월 안에 심리상담을 충분히 받기는 어려워요. 그 후에 전국에 이분들이 흩어져 살 때, 사실 전국에 통일부가 운영하는 하나센터들이 있긴 한데 현재 상담사 제도에는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을 채용해서 하고 있지 못해요.
기자 :마지막으로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에 있는 여성들이나 탈북해서 열심히 삶을 꾸리고 계신 탈북 출신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김영인 센터장 :불평등한 배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우에 더욱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고 특히 남성을 대할 때 자기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 보니 평등한 관계를 지배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결과가 나쁠 수 있어요. 우선은 '내가 정말 소중한 존재다, 가치있는 존재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한 결과,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사시고. 특별히 마음의 아픔이나 관계의 어려움이 있을 때 주저하지 마시고 심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한 길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여성의 날을 맞아 탈북민들에게 심리 상담을 해온 김영인 사랑방마음건강센터장과의 인터뷰였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