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성의 권리를 위한 긴 투쟁 끝에 유엔은 1975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북한 여성의 인권은 오늘날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유엔에서 북한 여성 인권 개선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겠다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이야기를 서혜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 유엔 총회와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들에서 지속적으로 북한 여성의 인권유린 상황을 전하셨는데 현재 북한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퀸타나 보고관 : 북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주목해야 하는 건 탈북자 성별입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겁니다. 이 사실은 중요합니다. 탈북자 다수가 여성인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 중 하나가 (북한 여성들이 겪는) 인신매매, 강제 결혼 문제가 중국에서 만연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북한 여성들에게 정신적으로 대단히 충격적인 일입니다. 저는 임기 내내 탈북자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대부분이 여성이었는데 이들이 어떻게 탈북했으며 중국에서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에 대해 들었습니다. 또 감옥에서 여성들이 처한 상황, 온갖 종류의 처우와 성적 학대를 포함한 인권 유린에 대해 들었습니다.
기자 :최근 한국을 방문하셨는데 당시에 한국 정부 측과 탈북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논의하셨는지요?
퀸타나 보고관 : 물론입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중국에서 (탈북여성들이) 탈출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려고 할 때 안전한 환경과 접촉망을 제공하며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봅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정책은 일종의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입니다. 물론 결과를 얻기 위한 중요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탈북여성이 정말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영사관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중국 지방정부가 여성 탈북자 상황을 관리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중국 중앙 정부가 관리합니다.
기자 :이전 보고서에서 중국 측에 중국 내 탈북여성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권고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응답이나 후속 조치가 있었습니까?
퀸타나 보고관 : 저는 매번 관련 국가, 즉 중국과 북한 정부 및 아시아의 다른 정부들이 인신매매 등 여성 인권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로부터 어떠한 응답도 받지 못했습니다.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오히려 중국에 있는 약 1만 2천 명의 탈북민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될 수 있는 긴장 상태에 있습니다.
강제북송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신 정보는 없지만 북한의 국경이 개방된다면 중국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 우려됩니다. 유엔 측과 제가 중국 당국에 지금껏 요구해온 것은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탈북민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좋은 결과로 이어져 탈북민이 중국에서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유엔 차원에서든 국제적 차원에서든 이와 관련한 공개 토론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강제북송 위험이 존재하는 한 저는 유엔에 분명히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겁니다.
기자 :오는 8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서 임기를 마치게 되는데요.
퀸타나 보고관 : 네, 남은 기간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고 북한 정부가 외부 세계와의 고립에서 깨어지고 다방면으로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고립 상황이 더해져 (북한) 인권을 진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인권 유린에 대한 우려를 잊지 않고 외면하지 않는 것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비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차원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후임자 임명 과정은 5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가진 후임자가 임명되길 바랍니다. 앞서 3명의 전임 특별보고관들은 모두 남성이었는데 후임자는 여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앵커 :지금까지 지난 6년간 북한 인권 상황을 다룬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대담엔 서혜준 기자였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