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월드컵 이용 ‘후계자 업적 쌓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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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월드컵 본선경기에 참가한 북한 축구팀의 성과를 후계자 김정은의 성과로 만들려던 북한이 3경기 모두 패하면서 소기 목적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팀이 포르투갈 팀에게 완패한 배경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잘못된 전술운용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경기에 참가한 북한 축구팀의 성과를 후계자인 김정은의 성과로 만들려다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체육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브라질 경기를 지켜본 김정일 위원장이 전반전에 잘했지만 후반전에 방어만 해서 이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면서 “역습을 하기 위해서는 전진 방어를 해야 한다며 중간 방어수의 위치까지 일일이 잡아주었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포르투갈과 경기를 벌였던 21일 당일에는 김 위원장이 남아공 현지에 가있는 관계부분 책임일꾼에게 경기 기간 중 두 차례에 거쳐 전술 지시를 주었다”면서 “이 지시는 곧바로 김정훈 책임지도원(감독)에게 하달되어 경기에 도입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축구팀은 포르투갈 전에서 졸전을 거듭하다 0대7이라는 대참패를 당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북한 축구팀이 기존에 세웠던 전술을 바꾸고 공격형 축구를 구사했지만, 기술과 체력이 우월한 포르투갈 선수들의 역습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북한은 이번 월드컵 성과를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는 김정은의 성과로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북한 축구선수단이 국내에서 훈련을 받는 동안 훈련장을 수차례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애로 되는 문제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월드컵 출전을 앞둔 북한 선수 전원에게 체육인의 최고영예인 ‘인민체육인 칭호’와 ‘공훈체육인’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이처럼 월드컵을 앞두고 대대적인 수훈 행사를 벌인 것도 본선경기에 나가 16강, 또는 그 이상의 성과를 낼 경우 ‘체육발전에 바친 김정은의 영도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소식통은 “만약 조선팀이 16강에 올라가거나, 1승이라도 거두었다면 대대적인 연도 환영행사나 영웅칭호에 버금가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을 텐데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북한 대표팀이 귀국 후에 어떤 처벌을 받게 될 것인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 소식통은 “이번 경기 실패는 장군님이 직접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처벌할 가능성은 적은데,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받은 월드컵 출전 수당은 정대세와 안영학 등 일부 선수들에게만 지급 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포르투갈 경기에서 북한이 패한 다른 이유로 선수들 사이의 불화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브라질 경기에서 패한 뒤, 재일교포 출신 정대세 선수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잘 했는데 문지기의 실수로 졌다”고 비난하자 북한 선수들과 선수단 관계자들은 정 선수의 돌발 발언에 나쁜 감정이 누적되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렇게 쌓인 불만과 내분이 포르투갈 경기에서 선수들 사이에 호흡도 잘 맞지 않고 협조가 잘 안된 이유로 됐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포르투갈 전에서도 북한 팀이 선전할 것을 예상하고 경기를 현지실황 중계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외국 주재 북한 해외공관에서도 포르투갈 전을 전체 공관원, 주재원, 가족들에게 다 보고 집체응원을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북한을 다녀온 한 중국인 사업가는 “평양시민들은 포르투갈전을 상당한 기대를 안고 보았으나, 문지기가 계속 골을 먹자 ‘총으로 쏴버리고 싶다’고 고함을 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어느 한 동에서는 점수 차가 4:0으로 벌어지자, 전기공급이 중단되어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는 지역도 있어 주민들의 사기가 크게 저락되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