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1년 한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입니다. 오늘은 '10대 뉴스' 마지막 시간으로, 홍알벗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앵커 :홍알벗 기자,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 볼까요.
기자 :네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 보겠습니다.
앵커: 오늘 주제는 평양에 주재하던 외교관들이 코로나 때문에 자국으로 돌아간 것에 관한 것이군요. 제목에 쓰인 '엑소더스'란 단어가 '탈출'이란 말 아니겠습니까?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벌어졌나요?
기자: 외교관들의 북한 탈출 소식은 지난해 2월 말쯤 미국 CNN 방송사가 이같은 사실을 먼저 보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당시 알려진 바로는,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가 평양에 소재한 독일 대사관, 프랑스 협력사무소, 스위스 개발협력청 북한 평양 주재 자국 공관을 임시 폐쇄하고 자국 국민들을 철수시킬 예정이란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만간 북한 내 다른 나라 외교공관들도 북한 내 인력을 축소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 60명 가량의 외국 공관 인력이 평양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전해졌었는데요, 또다른 언론매체는 북한 고려항공이 최소 한 차례북한 내 외국인들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실어나를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갑자기 외교관들을 철수시키는 이유는 뭐였나요?
기자: 물론 코로나19, 그러니까 신종 코로나비루스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통은 독일 외교부가 평양 주재 독일대사관을 일시 폐쇄하고 대사와 가족들을 러시아로 옮길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비루스 대응 차원에서 외교관의 입출국 등 이동을 제한하게 되면서 대사관이 정상 운영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전염병으로 평양 주재 외국 공관이 문을 닫는 경우는 처음있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전염병 때문에 북한에서 외교관들이 철수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외교관도 외교관이지만, 북한주민을 돕기 위해 들어가 있던 국제기구 요원들도 있었잖습니까? 그들도 그럼 북한을 떠난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해 말 12월 초쯤, 북한이 당시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하는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이어가자, ICRC, 그러니까 국제적십자위원회를 비롯한 평양 상주 유엔 및 국제구호단체 외국인 직원 상당수가 평양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3일 평양에 남아있던 마지막 외국인 직원들이 하루 전날 북한을 떠났다고 확인했습니다. 이 단체의 그라지엘라 피콜리 중국 베이징사무소 부소장은 당시 자유아시아방송에, "그들은 북한 임무를 마쳤고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고국으로 갈 것"이라며 이 같이 전했습니다.
앵커: 그러고 보니 외교관들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있었겠군요. 그리고 평양을 떠난 국제기구 요원들은 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북한 내 주요 협력기관인 북한적십자사에 대한 지원 및 관여는 이제부터 베이징 사무소에서 전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도 다른 외신은 8명의 평양 상주 유엔 외국인 직원을 포함한 약 40명의 외교관 및 구호기관 직원이 지난 해 초 육로를 통해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 단둥으로 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말 당시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 남아있는 구호기관의 외국인 직원은 WFP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 2명, 아일랜드 비정부기구인 '컨선 월드와이드' 1명으로 총 3명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외교관은 그렇다쳐도 북한주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국제기구 직원들마저 북한을 나와버리면 어떻하죠?
기자: 북한에서 인도주의적 지원활동을 해오던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때부터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니치리만큼 강력한 방역조치를 하는 바람에 모니터링, 즉 분배감시와 지원사업 평가 등의 업무를 제대로 진행하기가 힘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주민 절반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지원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구인 유엔 및 구호단체 직원들이 현재 평양에 상주하지 못해 지원에 차질을 빚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난해 말부터 벌써 우려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현재 상주 인력이 없으면 사무실 관리도 안되고 (북한 내) 업무를 재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따라서, 그 영향은 코로나19를 훨씬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스위스 개발협력처 평양사무소장을 지낸 카타리나 젤웨거 코에이드 대표 역시, 북한 상황에서 관건은 언제쯤 외부 구호인력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을 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젤웨거 대표: 북한 시골 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외국인 구호 인력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 모두가 강력한 내부 이동제한을 받고 있어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그럼 지금 북한에 있는 모든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요원들은 올해 모두 자국으로 돌아간 건가요?
기자: 모두 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일단 직원들을 모두 북한 밖으로 내보냈다고 밝힌 기관으로는 WFP,그러니까 세계식량계획이 있습니다. 쿤 리 세계식량계획 아시아태평양지부 대변인은 올 3월 북한에 상주하는 외국인 직원에 대한 질의에 "북한에서 일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집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휴가를 떠나고 있다"며 마지막 외국인 직원이 곧 평양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컨선 월드와이드'의 이몬 티민스 공보담당관은 당시 자유아시아방송 질의에 "컨선 월드와이드는 북한 내 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라며 "현재 북한에서의 운영에 대해 달리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밖의 공관 직원을 돌려보낸 경우는 많은가요?
기자: 북한 전문매체인 미국의 'NK뉴스'는 체코,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베트남(윁남) 등 국적의 외국인들 역시 올해 3월 중순 쯤 평양을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체코 외무부의 주자나 슈티호바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체코 외교관들이 북한을 떠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체코가 평양 주재 대사관을 폐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인도와 베트남(윁남) 대사관 직원 역시 평양을 떠났지만 소수의 직원은 남아 공관을 운영한다고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앵커: 그때 러시아 대사관 직원가족과 관련한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굉장히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어떤 동영상이었죠?
기자: 러시아 외무부 측은 올해 2월 말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8명이 두만강 철교에서 짐을 실은 채 궤도 수레를 직접 밀어 국경을 건너는 동영상이었습니다. 기차도 아니고 손으로 직접 움직여야 하는 수동식 궤도수레를 밀고 가는 모습을 촬영한 거였는데, 그만큼 열악하고 다급한 상황을 잘 나타내주는 모습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아니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으면 외교관들이 다 북한을 떠났을까요?
기자: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대사는 지난 2월 당시,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비루스 유입을 막기 위한 북한의 국경봉쇄가 길어지면서 평양에서 생필품 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또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경 봉쇄로 물품, 원재료 등의 수입이 중단돼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을 일자리를 잃었으며 어린이들은 일년 내내 사실상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국경봉쇄가 길어지면서 평양에서 밀가루,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 조차 사기 어려워졌고 맞는 옷과 신발도 없는데 가까스로 구해도 가격이 국경봉쇄 이전에 비해 3,4배가 비싸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은 서로 옷과 신발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입히고 있고 큰 문제는 의약품이 부족한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제 북한 주재 외국 공관이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지난 4월만해도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을 떠난 외교관들의 격리 해제 소식을 알리면서, 당시 북한 내 생필품 부족으로 외국인들의 귀국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총 몇명의 대사들이 북한을 떠났는지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며 외국인들의 귀국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같은 현상을 보면서 로베르타 코언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평양에서 특권을 가지고 사는 외교관들조차 생필품 부족에 시달린다면 일반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코언 전 부차관보: 대사관 스스로 생필품이 부족해 북한을 떠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면 외 교관들처럼 식품과 생필품에 대한 특권이 없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이 매우 걱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상황이 더 나은 평양이 이렇다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훨씬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앵커: 자국으로 들어가는 외국 외교관의 모습이 가장 최근에 포착된 건 언제였나요?
기자: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11월 24일 인터넷사회관계망인 페이스북에 이날 북한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로 돌아가는 대사관 직원들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대사관 직원 10여명이 이날 러시아로 돌아갔고, 대사관에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대사를 포함해 2명의 외교관이 남아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마체고라 대사는 11월 27일 보도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원 가운데 일부가 최근 평양을 떠난 건 맞다"면서도 "현재 대사관엔 외교관 9명과 기술진 20여명이 남아 있다"며 "직원 가족도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5명이 함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많은 매체들이 종종 의심스러운 출처에 의존해 북한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보도한다"며 "이런 정보가 확산되면서 북한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며 'NK뉴스' 보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NK뉴스'는 서팔레스타인 대사도 곧 북한을 떠날 예정이라며 현재 북한에는 중국, 쿠바, 이집트, 라오스, 몽골리아, 러시아, 시리아, 베트남(윁남) 외교관들만 남아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국 외교매체인 '포린 폴리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소속 전문가단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북한 내 외교관들이 대북제재와 북한 정권의 지나친 제한으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전문가단 보고서는 2011년 9월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대북제재로 금융거래를 못해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 직접 현금을 갖고 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차와 부품을 팔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러시아는 이처럼 대북제재로 의도하지 않는 어려움이 북한 주민과 북한 주재 외교관들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영국, 독일 등 서구 외교관들은 어려움을 완화하는 대안이 있고 이 어려움은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 정권 때문이라고 반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네, 홍알벗 기자 잘 들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2021년 10대 뉴스 마지막편 '외교관∙국제기구 요원 '평양 엑소더스'' 를 끝으로 2021년 10대 뉴스를 마칩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