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1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입니다. 오늘 '10대 뉴스' 일곱번째 시간은 이정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앵커 :이정은 기자,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네.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 오늘의 주제는 북한 주민들의 이른바 '반체제 행동'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력 처벌 움직임입니다. 지난 9월 전 세계에 방송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어 화제가 됐는데요. 이 드라마가 북한에도 유입됐고 이를 유포하고 시청한 주민들이 강도 높은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1월 함경북도의 한 사법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청진시 소재 고급중학교 학생 7명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다가 검열에 적발돼 가혹한 처벌을 당하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드라마가 들어있는 USB 저장장치를 중국에서 들여와 판매한 주민은 총살형, 이를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 나머지 함께 시청한 학생들은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앵커 :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에게 행하는 가혹한 처벌에 대해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기자 : 북한이 지난해 12월 채택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가장 관련성이 높아보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법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습니다만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해당 법이 한국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하태경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한국 영상물을 유입, 유포하는 것은 최대 사형까지 하고 시청하는 건 기존 징역 5년까지였는데 이것을 15년으로 강화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습니다).
앵커 : 북한에서 반체제 행동을 통제하는 분위기가 갑자기 조성된 것은 아니라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박서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지난 7월 발표한 '비사회주의투쟁의 최근 경향과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 하에서의 비사회주의 투쟁은 2017년 하반기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강화와 함께 첨예화됐는데요. 남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2018년, 2019년에 걸쳐서는 비사회주의 용어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11월 '비사회주의 전형집단'으로 평양의과대학이 지목됐고 같은 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된 겁니다. 이후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관영매체의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언급이 현격히 늘어났습니다.
국내외 정세의 변화에 따라 비사회주의 투쟁 강조의 정도가 달라지는 모습인데요. 박서화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신형 코로나 사태와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정은 집권 10년을 맞는 현 시점을 위기상황, 또는 적어도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하는 중대한 시점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김정은 체제 아래 비사회주의 투쟁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또 이것이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에 미친 영향은 어떻다고 파악되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는 별도로 지난 9월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했습니다.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지난 4월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청년들의 옷차림, 언행, 인간 관계까지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에 태어나 당국의 혜택을 받은 것이 적고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것에 적극적인 청년 세대가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2016년 대학 졸업 후 2017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김건일 씨의 증언을 들어보시죠.
김건일 씨 (지난 12월 10일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행사):특히 대학생들한테 엄격하게 처벌 기준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들이 새 것에 민감하고 세계관이 바뀌고 있는 그런 단계다 보니까 이러한 사상의 변화를 북한 정권이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 영상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통일연구원이 2020년 조사 내용을 담아 지난 7월 공개한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비사회주의 퇴폐문화’로 규정되는 각종 외부 자료 가운데 한국의 방송과 녹화물 시청 그리고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한국 녹화물 시청 또는 유포행위는 노동단련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다는 증언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내용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 2021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앵커 : 북한 주민들의 외부 문물 접근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가혹한 처벌 규정에 국제사회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지난 8월 북한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등 외부 문화 접근을 금지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어떻게 양립 가능한지, 이러한 자료를 유입, 유포, 시청한 사람을 사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국제인권법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등에 대해 해명할 것을 북한에 요구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에 대해 북한이 보내온 답변은 없습니다.
앵커 : 북한 당국의 반체제 행동에 대한 철퇴와 함께 김정은 총비서를 우상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 북한 관영매체는 김일성, 김정일에 한정했던 수령 호칭을 김정은 총비서에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지난달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는 현재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 공고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선임국장 :저는 이것이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정권을 안정화시려고 한다기 보다는 권력을 공고화시키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일종의 단계별 프로세스(step-by-step process)로 우리는 권력 공고화 단계를 마무리(finalization)하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도 등장했다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기자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북한 노동당 회의장 배경의 김일성, 김정일 사진이 사라졌고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에 대해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 10년 차를 맞아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행보의 일환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앵커 : 김정은 총비서가 가죽코트를 입은 모습이 자주 보도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가죽코트가 유행하자 북한 당국이 이를 단속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 네 맞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달 22일 평안남도 평성시의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안전원들이 평성역전과 광장 주변에서 가죽코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자비로 산 옷을 왜 빼앗느냐며 반발했다고 전해졌는데요. 이에 안전원들은 가죽코트를 따라 입는 것은 최고존엄의 권위에 올라타려는 불순한 행동이라며 가죽코트 착용자를 통제하는 것이 당의 지시라고 일갈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앵커 :네 이정은 기자 잘 들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2021년 10대 뉴스 일곱 번째 시간, "반체제 행동 철퇴로 김정은 우상화 시도"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유엔 북한인권결의 17년 연속 채택" 편을 보내 드립니다.
기자 서재덕,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