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RFA 10대 뉴스 ⑩] 가뭄·홍수·비료부족에 어김 없는 식량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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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2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입니다. 오늘 '10대 뉴스' 열번째 시간은 자민앤더슨 기자와 함께합니다.

앵커:자민앤더슨 기자,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네.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10대 뉴스의 마지막 열 번째 주제는 '가뭄·홍수·비료부족에 어김 없는 식량난'입니다.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건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올해는 어땠는지, 북한의 식량 생산 상황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 농촌진흥청은 지난 14일 올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8만톤 감소한 451만톤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중 쌀 생산량은 작년 대비 2만톤 감소한 207만톤, 감자와 고구마는 작년 대비 8만 톤 감소한 49만톤으로 조사됐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봄철 가뭄과 여름철 집중호우, 병충해 피해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1년 곡물 필요량이 약 600만톤임을 고려하면 올해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약 150만톤 정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앵커:극심한 식량난을 직접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건강 상태가 우려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 농부무 산하 경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국제 식량안보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식량 부족을 겪은 북한 주민은 1천 6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63%를 차지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달 초 발간한 ‘작물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대다수가 낮은 수준의 식량 섭취로 고통받고 있다"며 "북한의 식량 안보 상황은 계속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내부 소식통들도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을 기자들에게 전해왔는데요. 올해는 식량난이 더 심해져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주리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혹한 속에 식량을 구하러 나섰다가 아사하거나 동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복지와 식량 확보는 뒤로하고 군사적 도발에 집중하고 있죠?

기자: 네, 북한은 올해 전례 없는 무력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8차례, 순항미사일을 3차례, 각종 탄도미사일을 28회에 걸쳐 67발을 쐈습니다. 북한은 지난 11월 2일, 약 10시간 동안 25발 가량의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비용을 약 7천만 달러로 분석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우리가 본 것은 한발에 200~3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총 5천만 달러에서 7천5백만 달러로 추정합니다.

7천만 달러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 북한이 1년간 중국에서 수입한 전체 쌀 규모와 비슷합니다. 이에 대해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사일에 쏟아붓는 자금을 주민들을 돌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복지는 뒤로하고, 미사일 시험과 군사력 증강에만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주민 복지보다 무기를 우선시하겠다는 북한 정권의 결정은 인권 유린과 반인륜적 범죄 중 하나일 뿐입니다. 미사일이 발사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올해는 특히 극심한 봄 가뭄과 여름 폭우까지, 자연재해 또한 북한의 농사에 악영향을 크게 끼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해 북한은 50년 만에 최악의 봄 가뭄을 맞았습니다. 코로나 발생으로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한 총동원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와 함께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강수량으로 5월 10일께 끝냈어야 할 모내기가 6월 중순까지도 완료되지 못했는데요. 때를 놓쳐 늦은 시기에 심어져 미처 뿌리를 내리지 못한 볏모들은 여름의 이른 폭우에도 영향을 입었습니다.

탈북민 출신 북한 농업 전문가 ‘굿파머스’의 조충희 연구소장은 모내기가 끝나기 무섭게 쏟아진 비가 볏모가 뿌리를 내리는 데 방해를 해 작물 생육에 타격을 입힌다고 설명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조충희 소장 :논에 모가 나서 모를 심고 이게 뿌리를 내리는 기간이 있거든요. 땅에 뿌리를 박아야 제대로 자랄 수 있는데 뿌리를 박는 기간에 지금 장마가 온 거예요. 그러니까 땅에 뿌리 내리기 전에 비가 많이 와서 논판에 물이 차게 되면 벼들이 둥둥 떠다녀요, 헤엄치는 것 처럼.


앵커:북중교역의 거점인 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열차가 코로나 확산 우려로 5월부터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모내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비료 공급에도 차질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북한은 대형 비료공장에서 생산을 독점하고 있는데 여태껏 늘 비료 생산량이 부족해서 중국에서 수입을 했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비료 수입이 막히자 지난 5월 북한 당국은 도시거름, 그러니까 개인의 인분까지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농민들에게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며 또 다른 고충을 떠넘긴건데요. 굿파머스 연구소의 조현 소장은 심지어 도시거름은 1년 이상 땅 속에 묻히는 과정을 거쳐야 사용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현 소장 :삭히지 않은 변은 독이 있어서 비료로 쓰면 오히려 곡물에 역효과가 나거든요 ···결국은 악순환의 계속이죠. 하지만 북한에선 그것조차 없어서 못 쓴다는 게 답답한 현실입니다.

앵커: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상황은 어떤가요? 지난 2019년 코로나 대유행 시작 후 북한의 국경봉쇄 장기화로 인해 지원활동이 중단됐는데요. 국제기구나 비영리단체로부터의 지원이 재개됐나요?

기자: 유니세프, 즉 유엔아동기금은 올해 북한에 결핵, 홍역, 파상풍 백신(왁찐), 심폐소생술 용품 등 필수 보건 물품을 운송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실조치료식도 함께 반입했습니다. 그러나 쌀과 밀, 옥수수 같은 식량 지원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 민간연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국경을 봉쇄하고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식량 위기는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 :우리가 북한의 식량 안보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는 국경이 개방돼 있어 곡물과 비료들을 수입할 수 있는지 여부고, 또 하나는 북한 내에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는지 입니다. 현재 두 상황 모두 좋지 않습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이달 초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최근 물자를 운송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국경이 열리고 식량 공급과 국제 인력의 입국이 허용되는 즉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또한 소규모 비영리 단체의 물품 운송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의 대북지원 단체인 이그니스 커뮤니티의 조이 윤 대표는 “우리와 같은 소규모 단체들은 아직 물자를 들여보낼 경로가 없다”며, 운송이 허용되면 5세 미만 어린이들을 위한 쌀과 분유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 국제단체의 지원도 거절하는 상황이라 북한 내 식량 사정이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정권은 식량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기자: 네, 북한은 8월 인도의 경제단체인 인도 국제상공회의소에 인도주의적 곡물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 주재 북한 대사관이 홍수로 인한 작물 피해를 호소하며 인도 국제상공회의소에 식량 원조를 부탁한 건데요. 실제로 인도산 쌀이 북한에 반입됐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만, 북한 내 식량 문제가 매우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이달 20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1월 중국으로부터 3만톤, 1천283만 달러 어치의 쌀을 수입했는데요. 월간 규모로는 3년 2개월만에 최대치입니다. 북한의 쌀 수입이 급증한 것에 대해 트로이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의 내년 작황도 올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쌀 수입을 늘려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기초 식량 수요를 채우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벌써 2023년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내년 북한의 식량 상황은 어떨까요, 그리고 이를 개선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내년 식량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재해성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북한 정권은 특히 농업 부분에서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 재해성 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이 중대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기후변화나 자연재해에 대한 북한의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내년 홍수 발생시 농업 부문에서 또 다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또한 북한 식량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역시 최근 세계적인 곡물 가격 및 에너지 가격 상승,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농업 부문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농업 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해 과학 농사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벼농사와 밀 농사를 강하게 추진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지난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나서 농업 개혁을 통해 식량상황을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옥수수 대신 밀을 생산을 늘려 주식을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 아무런 보도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지난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대상국에 인도적 지원이 시의적절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어 미국이 20일 이 새로운 결의안을 시행하는 조치를 발표한건데요. 이번 조치에는 인도적 지원에 있어 특별 면허 신청이 면제되는 물품으로 의료품, 의료장치 뿐 아니라 농산물도 명시돼있어 앞으로 식량을 포함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비교적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네, 자민앤더슨 기자 잘 들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2022년 10대 뉴스 마지막 열 번째 시간, 가뭄·홍수·비료부족에 어김 없는 식량난 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자민앤더슨, 에디터 김소영,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