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이시영입니다. 대한민국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5대 이모님 중 세번째 시간입니다. 청취자님들은 아마도 이 시간쯤이면 이번엔 또 어떤 발전된 전자제품이 등장할까 정도의 눈치는 있으시죠?
오늘은 주부들이 가장 집에 모시고 싶어 하는 5대 이모님 중 대빵 이모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집안일 부담 덜어주는 음식물 처리기입니다. 음식물 처리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집밖으로 나가는 번거로움, 집안에 맴도는 기분 나쁜 냄새, 벌레 생김 등을 사라지게 해주죠.
주방 전자제품의 진화
시간마다 발전하는 이곳에서 처음 등장한 음식물 처리기는 음식물을 모아 기계에 넣으면 물기를 빼주고 건조를 시켜주면 사람이 꺼내서 버려야 하는 즉 냄새와 부피를 줄이는 방식이었고요. 두번째 등장한 처리기 경우는 주방 싱크대에 설치하면 음식물을 완전히 분쇄하여 물과 함께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방식이었죠. 그런데도 기계날이 망가질 단단한 과일 씨 혹은 뼈들은 골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답니다. 이곳 여성들은 집안일이 너무 힘들다며 그 부담을 덜어준다면 앞을 다투어 구매하고 후기를 남기고 비교를 하면서 공유합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한에서 집안일이 힘들다고 투정부리면 오히려 살림살이 잘못하는 여성으로 비난을 받는 경우도 많았지요. 먹을 걱정도 여자가 해야 하고 가정살림도 여자가 해야 하고 육아도 여자가 해야하는 게 당연한 곳에서 살던 탈북여성은 이곳에서 늘 사랑받는 아내, 며느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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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보관용기 [은평구 제공]](https://www.rfa.org/resizer/v2/QPSPZYMJSZFDBMO3S3WXJBKGD4.jpg?auth=19cdd937face4a8a73c48368a72339b380ec0f801488a0e2772956ec61a28a06&width=800&height=451)
제가 설명해드리는 모든 이야기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차례지는 자본주의 원리에 기초하여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일하기 싫어하고 남을 속이고 배려심이 없이 기회만 노리면서 눈치를 보는 사람은 아무리 발전한 대한민국에서도 당당하게 서있을 자리가 부족합니다.
다만, 북한에서 열심히 일해도 보수가 없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력해도 옥수수 몇 킬로그램밖에 살 수 없이 고생하던 여성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살면서 집안일 부담 덜어주는 생활가전 제품을 척척 자신 있게 구매하는 이야기랍니다.
탈북여성들 중에 정말 가끔은 발전된 대한민국에 도착하기만 하면 잘먹고 잘사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냐는 환상을 가지고 노력하지 않거나 주변의 도움만 바라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러면 같은 여성으로서도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답니다. 그런데도 서로 나눔을 실천하다 보니 그분들도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오장육기 다 갖추고 이밥에 고깃국은 싫어서 먹지 않고 냉장고에는 과자, 사탕, 과일이 넘쳐납니다.
주부의 고민
먹을 것이 풍요로운 이곳에서 밑반찬을 열심히 만들어놓으시는 어머니들은 늘 잔반 처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아침에 회사를 나가면 점심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저녁 시간이면 회식이나 약속이 있으면 밖에서 식사하고 들어오는 남편, 친구들 모임 있다고 밖에서 밥 먹고 들어오는 아들 혹은 딸. 아침이면 출근 시간이 늦었다고 뛰어나가는 딸, 군살을 뺀다고 우유 한잔 마시는 아들 이러고 저러고 나면 밥솥에 밥도 남고 냉장고에 밑반찬도 유통기한을 넘기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그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여름이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이곳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서도 오르고 내리고가 귀찮다고 합니다. 겨울이라고 해도 난방이 24도에서 29도까지 본인이 설정한 온도에 따라 돌기 때문에 집안이 더워 음식물을 쌓아둘 수가 없죠.
최근에 가장 발전한 음식물 처리기는 음식물을 고온에서 건조하여 분쇄함으로써 부피를 95 퍼센트 감량하고 수분을 제거하고 가루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병원성 세균을 99.9 퍼센트 살균하고요. 3중 필터를 사용하여 악취를 줄이고 스스로 클리닝 기능으로 건조통 내부도 청결하게 관리한다네요.
음식물을 건조하면서 분쇄를 하고 살균하여 24시간 이내에 흙과 같은 부산물 상태로 만들어주다 보니 분해된 부산물은 천연 퇴비로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결국 번거롭게 음식물을 들고 오르고 내리고 악취를 맡기도 하고 부피도 많이 차지하던 그 모든 행위가 편리하면서도 환경도 깨끗해지고 천연비료까지 만들어낸다니 이건 필수 전자제품이 되어야겠네요.
가격은 종류가 다양하여 여러 가지지만 이 또한 일하는 여성이라면 흔쾌히 받아드릴 가격입니다. 건조기보다 식기 세척기보다 저렴합니다. 그러니 전자제품 욕심이 강한 탈북여성들이 구매할 수 있겠죠?
북한에 없는 음식물 쓰레기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쌓일 일이 거의 없죠. 우선 먹을 게 부족하다 보니 남편이 자식이 밖에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하면 어머니들은 식사를 마련할 부담에서 해방되어 좋아하시죠.
청취자님들은 어떡하나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없어 음식물이 쌓일 일이 없는데 이곳 남조선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이를 줄이고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시죠?
이곳 대한민국의 식당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 중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밑반찬은 셀프입니다’ ‘드실만큼 가져가세요. 나머지는 모두 버립니다. 반찬을 많이 남기시면 환경오염 비용을 청구합니다’
셀프라는 말은 영어표현인데 ‘스스로’라는 뜻이지요. 즉 알아서 본인이 챙기셔드시라는 의미인데 이곳 식당에는 ‘생수도 셀프’ ‘밑반찬도 셀프’ ‘밥솥의 밥도 셀프’가 참 많습니다. 하얀 쌀밥을 배부르게 먹고 사는 것이 북한 일반 주민의 평생 소원인데 이곳에선 밥솥의 밥도 밑반찬도 마음껏 드시지만, 남겨서 버리는 일은 줄이자는 것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당 문화입니다. 영업전략이긴 하지만 어떤 날에는 밥이 너무 맛있어 한그릇 더 먹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참, 어떤 식당에서는 계란후라이 무한리필도 있답니다. 참 좋은 세상에서 시영이가 살고 있지요? 네 맞습니다. 오늘도 시영이는 탈북하기 참 잘했고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정말 감사하고 매 순간 나의 고향에서 고생하실 청취자님들과 친구들에게 미안합니다.
하루빨리 북한에 있는 청취자님들도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고 속상하다고, 음식물 처리기를 구매해야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 아시아 방송 이시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