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떨리는 미국 입국 심사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디오를 들으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평안남도 덕천 출신의 김한 씨와 이 시간 함께하고 있는데요.김한 군은 지난 2012년에 탈북한 뒤 남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지금은 관련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틈틈이 여기저기 여행도 즐긴다고 합니다.

김한 씨 직접 만나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부터 미국 텍사스 여행기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김한 : 네, 미국에 살고 있는 남한분들의 초청으로 지난 1월 말부터 2주간 친구와 텍사스를 방문하게 됐는데요. 저희 목적지는 텍사스주의 오스틴이라는 지역으로, 한국에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댈러스까지 14시간, 댈러스에서 오스틴까지 2시간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저희는 먼저 댈러스에 도착했는데요. 댈러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데 입국 수속을 하고, 짐을 찾아서 다시 부치고, 또 비행기 타는 곳까지 이동해야 했습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하지만, 친구가 영어를 저보다는 잘하고 또 미국에 방문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 친구를 따라 이동했습니다. 비행기를 갈아탈 시간이 2시간 밖에 없는데, 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해야 해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 보통 비행기 경유편도 국제선에서 국제선으로 이용하면 공항 내에서 따로 입국 수속을 하지 않고 짐도 항공사에서 알아서 옮겨주는데, 미국 국내선으로 갈아타니까 더 번거로웠나 보네요.

많은 탈북민이 미국 입국 심사 때는 특히 마음을 졸인다고 하던데, 어땠어요?

떨리는 미국 입국 심사

김한 : 중국에 들어갈 때보다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지난 여름에 미국을 다녀왔는데, 입국심사를 하는 곳에서 들여보내지 않아 몇 시간이나 걸렸다고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희를 초청하신 분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준비했고 여권도 잘 챙겨서 심사하는 사람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물어보면 할 대답들도 작은 소리로 연습하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South Korea’가 아니라 ‘North Korea’라는 단어가 맴돌았습니다.

‘North Korea’ 그러니까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계속 연습했습니다.

진행자 : 지금도 헷갈려 하네요(웃음). 어쩌면 친구들도 같은 상황이라 입국 심사 때 어려움을 겪었을지 모릅니다.

북한에서는 평양에 아무나 방문할 수 없어서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건 그보다 더 까다로운 심사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여권이라는 국제적인 신분증이 있으면 190개 나라는 짧은 여행의 경우 별다른 사전 심사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국적일 경우 국가 간에 관련 조약이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거고요.

김한 : 그렇습니다. 북한 국적인 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는 것도 힘들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북한으로 입국하는 것도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남한에 수많은 국적의 외국인이 여행이나 학업을 위해 찾아오고, 외국인 근로자로 많은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죠.

진행자 : 북한에 입국해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는 없다고 들었어요.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면 국제적인 신분증인 여권이 꼭 필요한데 여권이 있다고 해도 조작 등의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공항에서 본인이 맞는지 간단히 확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김한 씨가 그 과정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고요.

김한 : 맞습니다. 저희는 한참을 연습하고 수속대 앞에 섰는데 짧은 영어로 ‘왜 미국에 왔냐’고 물어서 ‘여행으로 왔다’고 답했고, ‘머물 곳이 어디냐’고 물어서 준비한 주소와 전화번호를 보여줬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더 이상 말을 시키지 않고, 지문을 찍고 통과시켜 줬습니다.

진행자 : 사실 별 거 없죠. 그런 사소한 질문을 하면서 여권에 있는 사진과 얼굴 대조하고 범죄 기록이나 과거 그 나라를 방문했을 때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겁니다. 문제가 없으면 쉽게 통과하는 거고요.

김한 : 네, 긴장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끝나서 빠르게 짐을 찾아서 다른 비행기 타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댈러스공항이 컸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전철을 타야 했는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면서 겨우 비행기를 제시간에 탈 수 있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친절하더라고요.

댈러스에서 오스틴이라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같은 주임에도 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진행자 : 김포에서 제주도가 50분~1시간인데, 그것보다 먼 거리네요.

김한 : 네,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느라 지칠 대로 지친 저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2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진행자 : 미국 전체 면적이 한반도의 50배 가까이 된다고 했죠. 비행기도 오래 타고, 긴장해서 아마 더 피곤했을 겁니다.

김한 : 네. 오스틴공항에서 짐을 찾으며 그때야 조금 긴장이 풀려서 이곳이 미국이라는 생각에 괜히 숨을 크게 쉬면서 미국 공기를 마시려고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마시는 미국 공기라 피곤하지만 흥분되고 설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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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는 저희를 초청한 분이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남한에서 한 달 전에 뵀던 터라 친구를 외국에서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짐을 찾아서 함께 자동차로 이동했습니다. 그 자동차는 미국의 유명한 전기차였습니다. 회사가 세워진 지 얼마 안 됐지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차라서 가격이 많이 비쌉니다. 한국 돈으로 1억 원이 넘으니까 10만 달러 정도 하는 차입니다. 저희가 방문한 오스틴이라는 지역에 그 자동차 회사도 있어서 꽤 많은 사람이 그 전기차를 타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진행자 : 쉽게 생각하면 자동차의 연료가 휘발유나 경유가 아니라 전기인 거죠. 남한에도 전기차가 꽤 운행하고 있고, 전기를 충전하기 위한 충전소들도 있습니다.

김한 : 네, 전기로 가는 자동차인데 실제로 그 회사 자동차는 처음 타봐서 신기했습니다.

차 안에서는 저희가 미국에서 방문할 장소들과 머물 곳에 대해서 알려줬는데, 초청한 분들이 모여서 며칠 동안 준비한 여행 일정이라고 했습니다.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했는데, 도착한 다음 날 아침부터 일정이 꽉꽉 차 있더라고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잘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차적응도 없이 이런 일정을 소화하는 건 체력과는 상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외국에 나가면 시차라는 게 있잖아요. 한국이 낮일 때 미국은 밤 시간이라 잠이 안 오고 또 한국이 밤이면 미국이 낮 시간이라 잠이 쏟아지죠. 며칠이 지나야 시차적응이 돼서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 머물 시간이 많지 않아 많은 곳을 보여주기 위해 일정을 아침부터 짠 듯했습니다.

진행자 : 시차가 큰 나라를 여행할 때면 다들 마찬가지죠. 대부분 길어야 1~2주 여행하니까 시차적응 할 시간 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데, 텍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라고 했으니 얼마나 갈 곳이 많겠습니까.

시차적응도 못하고 구경한 텍사스는 어떤 모습일지 다음 시간에 만나 보죠.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진행자, 김한 :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