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 수용소서 120명 집단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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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함경북도 화성군에 위치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일부 수감자들이 집단으로 탈출해 북한 당국이 검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해 12월 20일 북한 함경북도 화성군에 위치한 ‘16호 관리소’에서 120명의 수감자들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해 보위부와 보안서에 비상이 걸렸다고 남한의 데일리NK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7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 이후 함경북도 일대에 임시검문소가 설치돼 차량 통행증과 개인 여행증명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6호 관리소’와 같은 정치범 수용소는 이중 삼중의 장애물과 철저한 경계와 감시가 이뤄지고 있어 집단 탈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데일리NK는 소식통을 인용해 탈출과정에 외부인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감자들은 외부 협조자로부터 받은 대형 쇠톱으로 철조망을 자르고 미리 준비한 몽둥이 등으로 관리소 경비대원들을 제압하고 탈출한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탈주자 대부분은 중국에서 한국행을 시도하다 강제로 북송되어 재판을 받고 관리소로 들어간 사람들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120명의 탈주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회령과 무산까지 검거반을 투입해 추적에 나섰고 2월 1일 현재 21명이 체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탈출자들의 개인 주소지에 보위원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가택수사를 진행 중이며 이번에 검거된 21명의 탈출자들은 보위원들이 가족들에게 행방을 캐묻는 과정에서 색출되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 김호식(가명)씨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정치범 수용소 집단 탈옥 사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호식: 예전에는 3~4명 정도가 탈출한 적은 있는데 그러면 전국에 보위부와 안전부 위원 권력기관이 총동원 돼서 검거에 나서 다 붙잡혔어요. 중국으로 탈출하지 못하게 국경을 봉쇄해 체포한 적은 있습니다. 지금 한 120명이 탈출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요.

이에 대해 남한의 조선일보는 정부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수용소를 집단으로 탈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노동 단련대처럼 경미한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에서 집단 탈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최근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인 함경북도 회령지역에서 북한 중앙당이 ‘합동 그루빠(검열단)’라는 300명 규모의 거대 체포 조직을 구성해 대대적으로 강력한 검열을 벌이고 있는 것도 탈출자 검거와 무관하진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에 120명의 수감자가 집단으로 탈출한 ‘16호 관리소’는 함경북도 화성군 고창리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로 1만명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는 일반 교화소(교도소)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용소는 깊은 산 속에 몇 개 마을을 합쳐 놓은 규모의 집단 거주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관리소는 수감자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 산자락에 2~3미터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했으며 경비병들은 망루에서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