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몇 달 전부터 북한에 두고 온 남한에 입국한 일부 탈북자들의 가족을 다른 지방으로 강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의 탈북자 지원 단체인 백두한라회는 6일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만났다는 한 북한 주민을 인용해 그 같이 전하면서, 중국에서 송환된 탈북자, 탈북경험이 있는 주민들까지 모두 재조사해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두한라회는 며칠 전 북-중 국경 도문에서 만났다는 함흥 출신의 조명철 씨의 증언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당시 조명철 씨는 중국의 친척들을 만나고 함흥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조 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북한 당국이 탈북자 가족들을 지방으로 강제이주 시켰다며, 자신이 사는 동네에 아들이 남한으로 간 집이 있는데, 그 집 가족이 며칠 전에 어디론가 강제 이주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자신들은 고난의 행군을 하느라 못 먹고 고생했는데, 저 집은 아들이 남한에서 돈을 보내 잘 산다’는 불평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명철 씨에 따르면 다른 지방으로의 추방은 보안서와 보위부가 합동으로 집행합니다. 조씨는 북한 당국은 이 들 가족들이 본래 살고 있던 곳과는 정 반대 방향, 즉 북쪽에 있는 사람들은 남쪽 지방으로 남쪽 지방 사람들은 북쪽으로 보내는 등 사람들을 이리저리 섞어 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두한라회의 김은철 회장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추방 조치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남한입국 탈북자들의 도움으로 탈북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은철: 남한에 온 탈북자들이 가족들을 다시 불러와서 재 탈북 시키니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족들을 원래 있던 지방에서 먼 데로,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추방 보내는 것입니다.
김은철 회장은 또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입국하게 되면 이들의 소재에 관한 정보가 북한에도 흘러들어 간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 정보를 누가 무슨 이유로 공개하는 지는 확실 치 않지만, 남한에 온 탈북자들이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정보가 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철: “솔직히, 남한에 온 탈북자들 중에 고향에 있는 부모, 가족 소식을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북에) 돈도 보내려고 많이 시도도 하고 했었는데, 북한에서도 그런 정보가 많이 새니까.
남한에 간 탈북자 가족들에 대해 나름대로 감시를 많이 했겠죠. 그들이 자신들의 생활능력 이외의 생활을 한다던가하는 데부터 조사를 하다보면 다 드러나니까. 격리시키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죠.
작년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그 추방대상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 북한 나름대로 고민하다가 가족까지는 건드리지 말자.
그걸 다 추방하려면 북한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또, 동요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방치를 했었는데, 남한의 탈북자들이 계속적으로 부모, 형제라든가 친지들을 계속 데리고 오려고 하니까 그들 나름대로 골머리를 앓다가 이번에 단호하게 가족들을 다 추방시키기로 한 것 같다.
백두한라회 측은 지난 2000년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용서됐던 탈북자까지 재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다시 감옥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탈북 경험자를 단속하는 이유에 대해, 백두한라회는 중국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경험했던 북송 탈북자들은 고향에 돌아와도 북한집단체제에 적응을 못하고 다시 재 탈북을 시도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김정일의 지시로 용서받았던 사람들의 경우, 중국에서 가지고 나온 돈을 생활에 보탤 수 있게 되고, 이에 대해 별 제재를 받지 않는데, 이를 본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 것이라고 백두한라회 측은 전했습니다.
게다가 중국에서 살다 잡혀 나온 사람들은 중국의 개혁, 개방이 좋고, 자본주의 사회가 살기 좋다는 사상을 북한에 퍼트린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백두한라회는 덧붙였습니다.
이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