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하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징후가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협회의 핵전문가 찰스 퍼거슨(Charles Ferguson)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데도 이를 노출시킨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남한의 조선일보는 3일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갱도 굴착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포착해서 정밀 추적 중이라고 남한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미국 정찰 위성 정보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트럭의 움직임이 빈번하며 크레인과 기자재 등을 운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정보 소식통은 미국 정보 당국이 위성사진과 다른 정보들을 종합한 결과, 북한이 이 지역에서 지하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관련 자료를 남한 정보 당국에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 정보 당국은 지금까지 나타난 징후만으로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한 국방부도 지난 90년대 말 길주군 인근지역에서 대규모 갱도굴착 공사 징후를 포착한 뒤 계속해서 면밀히 관찰해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특이한 징후가 포착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는 미국 정보당국이 남한 측에 위성분석 자료를 제공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도 부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협회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핵전문가 찰스 퍼거슨 박사는 3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회견에서 트럭과 크레인 등의 움직임만으로는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한다는 명확한 징후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Charles Ferguson: That alone is probably not a definitive sign of testing.
퍼거슨 박사는 핵실험 준비의 명확한 징후로 갱도 굴착과 핵실험 측정 장비의 이동 그리고 고폭 실험 등을 꼽았습니다. 이 가운데 고폭 실험은 지진계와 같은 장비를 통해 감지해 낼 수 있겠지만, 핵실험 측정 장비는 그리 큰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어 트럭에 덮개를 씌우고 운반할 경우 정찰위성 사진으로는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퍼거슨 박사의 설명입니다.
퍼거슨 박사는 갱도 굴착 역시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정찰 위성에 포착되지 않도록 위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찰 위성이 해당 지역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을 미리 알아 놓고, 그 시간을 피해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은폐 작업은 이미 인도가 1998년 핵실험을 하기 전에 써먹었던 방법이라는 게 퍼거슨 박사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굳이 미국 정찰 위성의 감시에 노출당하면서 갱도굴착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이를 선전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끌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퍼거슨 박사는 주장했습니다.
Charles Ferguson: I would bet on wanting to be detected. They want to get attention from the outside world.
퍼거슨 박사는 북한이 이미 상당한 양의 핵물질과 핵무기 장치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갱도 굴착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라도 핵실험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핵실험 장비와 기계를 실험 장소로 옮겨서 설치하는 데까지 불과 며칠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은 정치적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점을 찾아낼 때까지 핵실험을 미루면서, 국제적인 관심과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도발행위들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퍼거슨 박사는 말했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