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경향신문과 청와대에서 특별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는 남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6자회담 추진과 진행과정에 남한은 보다 적극적인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수용할 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실시 가능성에는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회견내용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양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북핵 해결과 관련해 분명히 밝힌 점은 남한이 방관자로 참여하기에는 이 문제는 남한에 너무 중차대한 문제다, 그런 얘기 같은데요.
양성원 기자: 그렇습니다. 북핵 해결과정에서 남한이 적극적,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노 대통령의 말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남한이 ‘구경꾼이 될 순 없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한 6자회담 논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 그리고 협상결과로 일어날 문제들은 어떤 당사국보다도 남한이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방관자로 남을 수는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적극적으로 방향을 잡아나가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핵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북한과 미국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북핵 문제 협상 추진에서 결정적인 조정자로서의 역할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수긍했습니다.
그러니까 노 대통령은 북핵 6자회담에서의 주도적 역할은 북한 미국 중국이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선에서 남한의 주도적 적극적 역할을 규정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할 말은 하자’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 자신의 말을 빌리면, 북핵문제가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사활적인 이해관계에 걸린 문제라면 미국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야 하고 북한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 그걸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대미 관계나 대북관계를 통해서 주도적으로 발언하자는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충고도 한 마디 했죠?
양: 네, 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에 좀 더 적극 나설 때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회담 성사 조건으로 이것저것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협상에서 이뤄질 조건들을 미리 다 요구하는 것은 무리” 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체면을 살리면서 회담에 나설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은 조성됐다면서 북한은 일단 협상탁자에 나와 나머지 문제를 논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설과 관련해서는 자신은 원칙적으로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양: 그렇습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상회담설이 보도되고 있는데 대해, 6자회담 진행 중에는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었습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그 같은 자신의 발언은 남북 정상회담 자체를 마다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회담이 가능하다면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회담을 추진하고도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판단으로는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북한에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회피할 것이다, 그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될 전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대통령 본인 스스로 정상회담을 회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만 좋다고 하면 언제든지 어디서나 남북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네요?
양: 경향신문과의 회견에서는 그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자신이 그 얘기를 가라앉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첫째, 금방 성사되지 못할 것을, 될 것처럼 자꾸 언급하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
둘째, 남측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적극성을 띄면 실제 회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셋째,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하면 정부기관 전체가 그 일에만 매달리게 돼 부작용이 크다,
이 같은 이유로 자신은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이를 가라앉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언급도 소개해 주시죠.
양: 네, 노 대통령은 불평등, 불균형하고 일방적인 것으로 인식돼온 한미 관계가 자신의 참여정부 출범이래 점차 쌍방적인 관계로 개선돼 가고 있는 경향이 강화되고 가속화 돼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의 한미 관계에서는 미국이 한국민들의 정서를 많이 의식하고 있고 한국정부의 입장도 굉장히 경청하고 장기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장기적인 방향이란 상징적으로 말하면 전시 작전 통제권에 관한 순위 등에 대한 방향을 가리키는데 미국 측이 이를 다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죠?
양: 네, 미8군기지를 수도에서 후방으로 옮기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남한이 부담한다는 것은 이미 약속돼 있는 일이라면서 미8군기지 이전 비용 부담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있는 거래일뿐 미국에 남한이 굴종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