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건부 회담 참가 발언에 대해 남한 정부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남한 고위 당국자들은 특히 이 같은 발언이 김 위원장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반기문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6자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풀기 위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언급으로 볼 때 지난 외무성 발언 때는 회담 불참에 무게를 둔 반면, 이번에는 회담 참가에 무게를 두고...”
반 장관은 22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면서 6자회담의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으며 북한은 결국 회담장으로 나오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반 장관은 이번 발언에 대한 분석은 중국 정부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전해 듣고 평가 작업을 거친 뒤에 나올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남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회담 참가에 대해 언급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발언이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과 추가 상황 악화를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또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고 이 문제를 6자 회담 틀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남한 정부의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 보좌관은 김 위원장의 발언만 갖고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태가 진행될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고 남한 연합 뉴스가 전했습니다. 또 야당인 한나라당도 북한의 협상 전술 가능성 경계하면서 당근과 채찍의 균형 있는 대북 정책을 추구할 것을 남한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오는 25일 서울에서 한미일 6자 회담 수석대표가 참석하는 고위급 협의회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을 조율할 예정입니다.
서울-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