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들, 임신중절 등 ‘가정집 시술’ 선호”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낙태 금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즉 낙태를 법으로 금지해도 된다는 판결을 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낙태, 즉 임신 중절 현 상황이 궁금합니다.

[안경수]의학적인 정식 명칭은 '임신중절'인데요.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생존 능력을 갖추기 이전에 자궁 안에 있는 배아 또는 태아를 인공적으로 임신한 여성의 몸 밖으로 배출시켜서 임신을 중단하는 행위입니다. 북한을 이야기하기 전에, 한국의 상황을 먼저 짚어드리고 싶은데요.

한국은 2019년 이전에 원칙적으로 낙태가 금지됐습니다. 근데 2019년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에 관련한 조항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요. ‘다시 국회에서 법안을 재조정 하라’고 (판결이 났죠). 지금 어떻게 보면 결국, 합법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세계 낙태에 관해서) 도표화된 세계지도를 봤습니다. (각 나라에서) 낙태가 법적으로 어느정도 허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도인데요. 사실은 대부분의 통계 지도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은 대부분 어떤 분야의 통계든 색이 달라요. 하지만 이 낙태에 대해 최근에 나온 지도에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색이 같습니다. 즉, 두 나라가 ‘낙태가 허용된다’는 거죠. ‘대한민국과 북한이 이렇게 같은 색깔로 묶이는 분야가 있구나’ 생각하며 저는 오랜만에 좀 재미있게 느꼈습니다.

[기자]북한의 임신중절 법규 혹은 제도도 궁금한데요.

[안경수]북한도 의료법이 있습니다. 북한 의료법의 제28조에 보면, 의료기관은 의사협의회에서 토의한 데 따라 인공임신 조작을 하며 선천성 유전자병 같은 것을 막기 위한 의료 조작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북한의 형법을 보면, 200조가 불법 의료 죄예요. 의료 일꾼 혹은 의료 일꾼이 아닌 자가 의무 활동 외에 이기적인 목적으로 의료 행위를 하여 환자를 중병, 중상해를 입히거나 혹은 죽게 한 경우에 1년 이하의 노동 단련형, 무거우면 5년 이하의 노동 교화형에 처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가 찾아본, 북한에서 낙태와 관련된 조항은 이 정도 조항인 것 같아요.

[기자]정리하면, 북한 의료법에 의하면 의사협의회에서 토의하면 인공 임신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거군요.

[안경수]네. 의사협의회는 병원 안에서 원장, 기술 부원장이 있고 각 과마다 과장 그리고 환자를 돌보는 담당의사가 있잖아요. 그들끼리 모여 협의회를 열고, 이 여성 환자가 피치 못할 사정에 따라 인공 임신 조작을 해야 되겠다고 하면 (낙태를) 한다는 거예요. 근데 북한은 사실 이런 이제 법규보다는 지침, 소위 말하는 당국의 지침이나 행정적 지침이 일상생활에서 더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북한 당국이 낙태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을까요?

[안경수]북한 당국도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낙태 시술을 금지한다고 지침이 내려온 적이 있어요. 찾아보니 2010년대였는데요. 출산율 때문인지 몰라도 낙태 시술을 금지하라고 (당에서) 내려왔는데, 의사 협의를 통해 여성 환자의 사정에 따라서 임신 중절을 시행할 수는 있지만, 원론적으로는 낙태하면 처벌받는다 이런 식으로 지침이 내려오는 경우는 있다고 해요.

북한도 (합당한 이유 없이 하는 낙태는) 불법이잖아요. 그래서 의사협의회를 열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낙태를 진행하는데, (그냥 해주면 불법이니) 추후 검열이 나올 때를 대비해서 이제 합법적인 이유를 써넣은 병력서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자]그렇군요. 북한은 일반적으로 가정집에서도 진료를 하지 않습니까. 낙태도 가정집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있을까요?

[안경수]산부인과 의사들이 일과 시간 이후 퇴근해 자기 집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임신 중절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북한은 가정집에서도 진료나 치료를 하기 때문에. 병원의 위생 문제나 전기 문제 때문에 가정집을 더 선호하는 환자들도 많아요. 그리고 특히 여성 관련 질환은 병원에 가는 게 조금 불편한 게 있다고 합니다. 부끄러운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개인 집에서 이렇게 의사들이 시술하는 걸 더 선호한다고도 해요.

[기자]북한에서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북한 임산부와 태아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요?

[안경수]인권 문제가 들어가면 복잡해집니다. 낙태는 결국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 그리고 산모의 결정권 문제 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만의 특수성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북한, 대한민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공통적인 문제예요. 북한도 출산(률) 문제를 겪고 있거든요. 한국보다는 당연히 (아이를) 많이 낳지만, 북한도 이제 많이 안 낳아요. 북한은 낙태와 관련해서 법적 규정을 앞으로 좀 더 세분화할 가능성이 있어요. 북한은 법 개정을 상대적으로 쉽게 하니까. 북한은 여당, 야당이 없잖아요. 노동당의 지시나 최고 지도자의 의지만 있으면, 법은 금방 바뀌잖아요. 여성 낙태와 관련된 윤리적으로 복잡한 문제에 관한 법적인 규정 보완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때 되어서 이제 인권에 대한 논의도 좀 있을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북한만의 인권 문제가 아니라 아주 보편적인 문제입니다.

[기자]네, 말씀하신 대로 이 낙태에 관한 문제는 보편적인 문제인데, 보통 많은 나라들이 낙태를 법과 제도로 제한을 하고 있잖아요.

[안경수]네, 북한은 규정이 되어 있긴 하지만 모호한 부분이 크죠.

[기자]과거 유엔이 북한 여성들에 가해지는 강제 낙태 문제를 지적해 화두가 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강제 낙태 문제도 짚어주시겠어요?

[안경수]이 문제는 민감한 문제인데요. 사실 유엔 보고서의 인권 문제 차원에서 많이 다뤄졌고 많은 증언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제가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저도 잘 알고 있는 분야이고. 북한의 교화소나 특히 정치범 수용소에서 여성들의 인권이 열악하기 때문에 강제 낙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합니다. 북한 인권 운동하시는 분들한테 제가 많이 들었고 저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여성 강제 낙태 문제가 존재한다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

[기자]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를 공개하며 경계를 강화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는데요. 북한도 원숭이두창 유행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원숭이두창 예방에 어떤 대책들을 취해 나가고 있을까요?

[안경수]지금 한국도 난리잖아요. 30대 독일에서 오신 어떤 분이 원숭이 두창에 감염됐는데. 전 세계적으로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염병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올라갔어요. 이 원숭이두창을 북한은 '원숭이 천연두 비루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6월 2일 노동신문에 처음으로 언급했어요. 그러면서 중국 세관 총서에서 방역 지침이 내려왔으니 방역 조치를 결국 엄격히 이행하자 이겁니다. 북한 측 입장에서는 결국 4종, 즉 손 씻기, 마스크, 거리두기, 소독이죠. 치료 안내서를 작성해서 인민들에게 안내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외부 세계 상황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에 관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발열 환자 발생 건수가 1만 명 선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근 코로나 상황, 간단히 업데이트해 주시죠. 특별히 유의하고 보아야 할 점이 있나요?

[안경수]북한의 유열자가 6월 20일 정도부터 계속해서 2천 명씩 떨어졌어요. 그러다 보면 (코로나 사태가) 너무 빨리 끝나잖아요. 6월 26일부터는 1천 단위씩 떨어져요. 29일까지는 1천 명씩 떨어져서 지금 5천980명의 새로운 유열자가 나왔죠. 사실상 거의 이제 종식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북한 통계 자체의 신뢰를 떠나 실제로도 종식을 향해서 가고 있다고 봅니다. 통계 수치는 어차피 수치에 불과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제 환절기도 지나고 전 세계적인 오미크론, 스탠스 오미크론 감소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종식으로 가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열자가 조금 증가할 수 있어요.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7월에는 아마 통계도 거의 나오지 않고 종식되었고, 이제 승리했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