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을 공급해 왔는데요. 이를 통해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북한 무기의 재고량이 줄어들고, 전쟁에 필요한 만큼 새 포탄과 미사일을 만들기에도 한계가 예상돼 북한이 언제까지 무기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앞으로 무기 공급이 원활치 않을 경우 북러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 전쟁 장기화로 북한 무기 재고량 급감했을 것 "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8 월 11 일 )] Today, unfortunately, one of the North Korean missiles killed two people in the Kyiv region - a father and a son, the boy was 4 years old.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엑스’(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발사한 북한 미사일 중 하나가 키이우 지역에서 한 아버지와 그의 네 살된 아들을 죽였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전쟁 중 사용한 북한 미사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여러 포탄을 북한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사용하는 수입 포탄의 90% 이상이 북한산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총 180만 발에 달하는 152mm 포탄과 122mm 방사포탄은 북한에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도 북한이 최대 1천 개 컨테이너 분량의 장비와 군수품을 러시아에 공급했다고 확인했으며, 한국 국방부는 북한에서 무기를 실은 컨테이너 6천700여 개가 러시아로 건너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2년 넘게 러시아에 포탄을 공급해 온 북한.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재고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러시아에 계속 탄약과 무기를 판매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막대한 양의 탄약은 이미 상당히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고, 가까운 미래에 더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브루스 베넷 ] 북한의 오래된 무기 비축량이 고갈되면서 , 북한은 현재 일일 생산량을 러시아에 제공하려 하고 있습니다 . 그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생산을 확대하고 싶겠지만 , 여기에는 훈련된 인력과 시설 등이 필요하며 , 이를 재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겁니다 . 미국의 경우도 포탄 생산량을 단순히 두 배로 늘리는 데만 2 년이 걸렸는데 , 우크라이나가 매일 소비하는 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죠 .
베넷 선임연구원은 “포탄의 경우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사용하는 소비량이 그들의 월간 생산량을 훨씬 초과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 북한이 비축한 오래된 무기를 사용하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도 21일 RFA에 “러시아의 탄약 생산량이 소모량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현재 전쟁에서 하루에 사용하는 포탄은 약 7천 발에서 최대 1만 발 정도인데, 러시아의 군수 산업 능력으로는 하루에 1만 발 생산이 어렵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포탄 등을 수입했는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재고량이 바닥나고 생산 능력도 부족한 북한이 언제까지 이를 뒷받침해줄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입니다.

북 , 새 무기와 포탄 생산 능력도 한계
이런 가운데 북한도 비어있는 무기고를 어떻게 다시 채울지 고민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나옵니다.
부족한 자원과 열악한 공업 시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으로 새로운 포탄이나 미사일 등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입니다.
[ 브루스 베넷 ] 당연히 포탄의 외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철은 북한에 풍부하게 있습니다 . 하지만 핵심 요소인 폭약은 북한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 폭약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비료에도 사용되는데 , 북한은 그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 그래서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탄약 생산에 필요한 일부 화학 물질을 구하려 할 수 있습니다 .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군에게 본토를 공격당한 러시아가 반격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당시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중 ‘북한판 이스켄데르’로 불리는 ‘화성-11형’(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4기가 포함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일우 사무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북한산 미사일 파편에서 발견된 ‘베어링’(축의 동력을 연결하고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계 요소)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것이었다며, 북한의 열악한 경공업 상황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이일우 ] 원래는 미사일에 들어가는 거면 압력 등을 버틸 만큼의 규격으로 만들어져야 되는데 , 자동차용 규격이다 보니까 당연히 그 압력과 열을 견디지 못해서 중간에 파괴될 수도 있어요 . 그러니까 미사일이 날아가다가 중간에 폭발해서 떨어지는 거죠 . 북한은 기본적으로 경공업이 굉장히 약해요 . 소재공업 , 금속가공 공업 같은 경우도 굉장히 취약한데 그러다 보니까 이런 부품들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됩니다 . 탄도미사일 같은 경우에는 유도 장치에 당연히 반도체가 들어갈 건데 , 그 반도체도 북한 내부에서 조달이 안 됩니다 . 그래서 제조 공정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또 북한이 오래된 시설과 부품을 사용해 무기를 생산하면 실효성이 더욱 떨어질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가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 계정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산 포탄의 상태가 불량해 러시아군의 대포와 박격포가 터지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일우 사무국장은 “포탄의 추진 장약이 약실에서 잘못 폭발하는 경우”라며 이같은 사고가 난 데는 오래된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이일우 ] 똑같은 포탄이라고 하더라도 오래된 포탄 안에는 화약 덩어리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 실제로는 알맹이처럼 생긴 화약 덩어리들이 수천 개가 들어 있어요 . 그 안에 다 분리돼 있는 상태인데 , 오래된 추진 장약은 습기를 머금고 마치 떡 반죽하듯이 다 붙어 있어요 . 그러다 보니 균일하게 폭발이 일어나지 않고 이쪽저쪽으로 터지면서 발사 가스가 엉뚱하게 전해지는 거예요 . 그래서 포신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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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공급 여력 없어도 북러 관계 유지될까 ?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탄약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속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돈을(hard currency) 벌어들이려 할 것이라고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이 전망했습니다.
[ 브루스 베넷 ] 북한은 외화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 정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할 겁니다 . 김정은은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식량 구매에 사용하거나 , 러시아로부터 현물로 식량을 받았을 겁니다 . 하지만 러시아와 교역량이 줄어들면 , 김정은은 엘리트 계층이 원하는 물자 , 식량 , 소비재 등을 계속 확보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겁니다 . 북한은 ( 무기 )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을 것이며 , 아마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 하지만 이를 얼마나 빨리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 일 ' 전승절 '(6 ㆍ 25 전쟁 정전협정기념일 ) 70 주년 행사 참석차 방북한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군사대표단을 위해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 연합
앞서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의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태전략센터(CAPS) 부대표도 최근 RFA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무기 이전의 대가로 러시아에 많은 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일우 사무국장에 따르면 122mm, 152mm 포탄 하나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미화로 약 600~700 달러였지만, 지금은 1천 달러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전술 탄도미사일은 한 기당 약 100만~200만 달러에 달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지금까지 러시아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180만 발의 포탄만으로도 이미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북한의 무기와 포탄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러시아에 대한 공급 능력이 떨어지면, 외화 수입뿐 아니라 북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객원교수는 RFA에 러시아는 탄약 때문에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북 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 마키노 요시히로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북한으로부터 탄약을 계속 지원받아야 하기 때문에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 양국 간에는 공통된 가치관이 없습니다 . 따라서 북러 사이의 우호 관계는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처럼 전쟁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북러 간에 무기 거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