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탈북민들과 북한 가족들 간에 소통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단속을 강화했을뿐 아니라 처벌 수위도 높아져 가족과 연락이 끊긴 탈북민들도 적지 않은데요. 어렵게 전화통화를 해도 5분 이내로 통화를 끝내거나 연결 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문자도 한꺼번에 주고받을 정도입니다.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 이후 전화 통화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더 심해진 가운데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도청과 감시가 심각한 기본권 침해일뿐 아니라 북한 주민의 생계 수단마저 끊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가족과 연락 끊긴 지 3년째에요”… 통화 시간도 1분 미만
북한에 있는 가족과 정기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던 탈북민 박소정 씨(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는 3년 전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을 중심으로 전화 통화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걱정이 앞서지만, 연락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탈북민은 박 씨뿐만이 아닙니다. 탈북민 김단금 씨도 2020년 9월 전화를 연결해주던 중간 브로커로부터 “더는 전화 연결이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김단금] 북중 국경 쪽에서 전화를 연결해주던 분이 계시는데 내가 “동생들도 있으니까 전화 연결이 될까요”라고 물으니 “요즘에는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김 씨는 “자기 주변에도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탈북민들이 적지 않다”며 “어렵게 전화 통화를 하더라도 북한 당국의 단속을 우려해 1분마다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단금] 전화 통화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서 한 1분 정도 했다가 자리를 피하고, 또 1분 정도 했다가 자리를 피하고, 그렇게 옮겨가면서 전화하는데 그것마저도 지금은 전화가 없어요. 최근에는 걸리기만 하면 처벌을 너무 심하게 하니까 전화 자체가 아예 없어요.
역시 북한의 가족과 연락해 온 탈북민 손혜영 씨도(27일) 요즘은 감청이 무서워 대화도 제대로 못합니다. ‘배가 고프다, 살기 힘들다’ 등의 말을 하면 도청을 통해 적발될까 두려워 가족과 통화에서도 마음 편히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손혜영] 최근 한 달간 (감청 위험이) 많이 심해졌거든요. 그전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어요. 그전에는 "생활이 어떻다"는 말도 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물어봐요. 간단하게 "돈을 얼마 부쳤느냐?" 그 정도지 그 이상은 말 못 하죠.
일본의 대북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코로나비루스의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봉쇄 정책 이후 통화 시간이 길어야 5~6분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통화 시간은 많이 짧아졌죠. 이전에는 20~30분 통화할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도저히 불가능하고 길어야 한 5~6분 정도하다가 "한번 끊었다가 할게요" 그렇게 말합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주민과 문자를 주고받을 때도 연결 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한꺼번에 묻고 답할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새벽 시간대에 단속 심해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전화 통화에 대한 단속은 양강도와 함경북도 등 북중 국경지역에서, 새벽 시간대에 그 강도가 심합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중국 전화기 사용에 대한 전파 탐지와 인적 정보를 이용한 사용자 색출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국경 지대를 표적으로 (단속을)하는 건데 특히 그중에서도 중심 표적은 역시 양강도입니다. 양강도의 건너편에 중국 길림성 장백현이 있지 않습니까. 장백현은 강폭이 좁고 인구가 많아서 중국 휴대전화 신호가 북한 쪽으로 많이 넘어갑니다. 휴대전화 통신탑도 많고요. 그래서 양강도를 제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김단금 씨도 연변에 간 지인이 통화를 도청당해 북한 보위부에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단금] 핸드폰을 도청해서 결국 포위했더라고요. 중국에 들어가서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했는데, 북한 보위부에서 이 사람 전화를 도청한 거예요. 지금, 어디서 뜨는 전화인지 중국 공안과 연결해 추적해서, 이 사람의 위치를 포위해 중국에서 붙잡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중국 휴대전화 신호를 잡기 위해서 탐지기를 이용하고 그루빠까지 형성해 특별팀들이 계속 순찰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파 통제에 걸리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다음 두 번째는 사람 정보죠. '어디에, 누가, 중국 휴대전화로 무슨 일을 하고 있다'라는 소문만 있으면 됩니다. 최근 몇 년 안에는 북한 당국이 아주 심하게 가택 수사도 하고, 불러서 조사도 하고, 특히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과 수사는 기존 법도 무시할 정도로 제1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가 브로커로 위장해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며 탈북민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의 연락이나 번호를 주고받기 특히 더 꺼린다고 손혜영 씨는 말했습니다.
[손혜영] 중국에서나 이런 데서는 계속 감시하잖아요. 아무래도 좀 더 위험하니까 웬만해서는 전화번호를 그쪽으로 안 주려고 하죠.

코로나 이후 단속 강화 … "과도한 통제로 역효과 가능성"
미국의 민간단체 ‘북한자유연합(NKFC)’의 수잔 숄티 대표는 (28일) “북한 당국의 전화 감청과 전파 차단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전화 통화를 통제하는 것은 탈북민이 보내주는 돈에 의지하던 북한 주민의 생명줄을 끊는 것과 같다고 숄티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수잔 숄티] (감청과 소통 통제는) 국경을 넘어 정보를 전달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 협약의 위반이면서도 사람들의 개인의 자유를 완전히 침해하는 행위기도 합니다. 특히 전화 연결은 북한 주민들이 국경 밖의 가족들과 전화하고 대화할 수 있는 희망의 생명줄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가족들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서로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사용해왔습니다. 심지어 현재 북한 내에서 기아와 빈곤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의부와 소통하는 것을 막고 자국민들을 감청하는 데 나라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을 기점으로 북한 사회가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외부 사회와 전화 통화를 엄격히 단속하면서 사회 통제를 강화했다는 지적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코로나를 구실로 해서 이때까지 골치 아팠던 부분에 대해 근본적으로 근절하자는 겁니다. 그중 하나가 외부 정보의 유입이죠. 그리고 북한 내부 상황이 외부에 노출이 되는 것, 그 다음에 밀수, 비법 월경, 탈북, 그리고 한국에서의 돈 유입, 말하자면 사람과 돈, 정보의 유통과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서 중국 휴대폰을 없애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중국 휴대폰에 대한 단속이 심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숄티 대표는 북한 당국의 과도한 통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수잔 숄티] 그 이유는 증언한 많은 탈북민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 왜 한국에 사는 가족과 북한 주민들이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북한의 통제는 역효과를 내고 있고, 정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이는 결국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을 비롯해 외부 사회와 소통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화 통화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더 강화하면서 탈북민들과 북한 가족들의 연락은 물론 정보 공유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