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이런 행동을 국가 간 합의를 무시한 배신행위로 받아들이고 있고요. 신압록강대교는 극도로 악화한 북중 관계의 현실 , 두 나라의 협력과 신뢰가 무너졌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구조물이 됐습니다."
북중 합의에 따라 중국의 투자로 건설된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 이후 11년째 방치 중입니다. 이 다리를 통해 북한 신의주와 평양, 개성을 거쳐 대한민국 서울까지 연결하려는 중국의 원대한 계획도 틀어졌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개혁 개방에 대한 두려움’과 ‘장성택에 대한 미움’이 꼽히는데요. 북중 관계의 가늠자가 된 신압록강대교는 언제 개통할 수 있을까요?
“신압록강대교는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수개월 이내에 개통될 수도 있고, 아니면 또다시 10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심지어 김정은 체제 이후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압록강대교 통해 대한민국 서울까지 연결 계획
[기자]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북한과 중국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2014년에 완공된 이후 벌써 11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개통되지 않고 있는데요. 김정일 시대에 국가 간 약속으로 체결된 이 대형 프로젝트가,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이후 방치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리정호] 지금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된 지 11년째 방치되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불신하면서 두 지도자의 관계가 매우 나쁘기 때문입니다. 또 이 다리 건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지휘했던 장성택 부위원장에 대한 김정은의 개인적인 원한도 크게 작용하는데요. 김정은은 이 다리를 '장성택의 다리'로 여기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속이 좁고 심술궂은 태도이지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된 2014년 7월, 김정은은 시 주석과 중국을 향해 거친 망언을 퍼부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모두 차단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동시에 무역의 중심을 중국에서 러시아로 옮기라는 극단적인 방침도 제시했는데요. 특히 그는 장성택을 숙청한 이후 그의 흔적을 모조리 지울 것을 지시하면서, 2012년에 완공한 대규모 평양민속공원을 철거하도록 명령했고, 창전거리까지 없애라고 했다가 여론과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결국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또 김정은은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중국의 개혁 개방 물결이 북한 내부로 유입해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치고 이것이 결국, 체제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당시 북한의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이렇게 문을 닫아걸고 살아야 하느냐”라며 절망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는데요. 김정은은 국가의 번영이나 주민의 행복한 삶보다는 오직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폐쇄 정책을 선택한 겁니다. 다시 말해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을 막은 사람은 바로 김정은 자신인데요. 이것이 오늘날 신압록강대교가 11년째 압록강 위에서 유령처럼 방치된 진짜 이유입니다. 또 이 다리는 중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 구조물로 남아 있습니다.
[기자]당시 중국은 신압록강대교의 건설 비용으로 17억 위안(미화 약 2억 3천500만 달러)을 전액 부담하면서 이 다리를 통한 북중 무역의 활성화와 동북 3성 지역의 경제 성장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존심에도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당시 중국과 북한이 이 다리를 통해 달성하려 했던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리정호]신압록강대교 프로젝트는 2009년 10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이 북중 간 경제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승인한 사업입니다. 2010년 12월 중국과 북한의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압록강대교 착공식을 했고, 100% 중국의 투자로 2014년에 훌륭히 완공했습니다. 저도 2011년 1월에 관계자들과 함께 다리 건설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안내도에는 신압록강대교가 압록강 하류의 중국 단둥시 랑터우와 북한 용천군을 연결하는 것으로 돼 있었고, 모두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신압록강대교가 놓일 랑터우 지역을 미래형 신도시로 개발해 북중 경제의 중심지로 키우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서울까지 고속도로로 연결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또 그 지역에 단둥시 정부 청사가 들어서고, 상가와 업무용 빌딩, 고급 주택 단지까지 개발하려 했는데요. 제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그곳을 몇 차례 방문했을 때, 실제로 다리 건설과 함께 중국 지역의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고, 새로운 경제 열풍이 일어나는 듯했습니다. 중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던 한 지인은 저에게 그곳에 사무실을 제공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지 못하면서 당시 그 지역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모두 큰 피해를 보고 떠나야 했으며, 북한에 대한 원망과 분노도 매우 컸습니다.
[기자]대표님. 저는 처음 듣는 내용인데요.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할 때 서울까지 연결한다는 계획까지 있었다고요?
[리정호] 맞습니다. 중국은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의 신의주와 평양, 개성을 거쳐 대한민국 서울까지 중국 차량이 직행할 수 있도록, 특별 전용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1년 당시 북한 내각의 한 인사는 저에게 철도 1km를 건설하는 데, 미화로 약 300만 달러가 들어간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금액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신의주-평양-개성 구간에 철도(약 420km)와 고속도로(약 560km)를 새롭게 건설하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요. 이는 결국, 북한과 중국이 서울까지 교통망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당시 김정일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를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루겠다는 희망으로 신압록강대교 프로젝트를 지지했고, 그의 매제였던 장성택도 단둥시 랑터우 일대와 붙어있는 북한의 황금평을 개혁 개방의 시범 지역으로 만들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고, 장성택 부위원장이 2013년 12월에 숙청되면서 김정일 정권의 개혁 노선과 북중 간 경제 협력 전체가 뒤집어졌습니다.
막대한 금전적 피해에 자존심 긁힌 중국 … 북한에 실망과 분노
[기자]저도 신압록강대교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자주 살펴보는데요. 중국은 다리 개통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했지만, 북한 측은 도로만 형식적으로 연결했을 뿐 세관 같은 필수 시설은 전혀 짓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이 애초부터 다리를 개통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리정호]맞습니다. 이는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북한 측은 장성택 부위원장이 숙청된 이후 신압록강대교의 북한 쪽 연결 구간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 특성상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어야 관련 시설을 지을 수 있는데,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이를 방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북한 내에서 어느 누구도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이나 주민의 경제적 이익보다 김정은 개인의 정치적 계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부에서는 몇 년 전부터 북한이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을 위해 중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한다거나, 오히려 북한 측이 다리 개통에 더 안달이 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김정은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피상적인 예측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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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한편으로는, 합의에 따라 막대한 돈을 투자한 중국으로서는 11년 동안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지 못하는 상황에 강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낄 것 같습니다. 시 주석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특히 북중 관계가 역대 최악의 냉각기를 보내는 것 같은데요. 신압록강대교도 지금 악화한 북중 관계의 상징물로 봐도 될까요?
[리정호] 물론입니다. 북중 관계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경험한 저로서는,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되고,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3대 세습의 지도자로 등장한 이후, 양국 관계가 역대 최악의 냉각기를 맞이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신압록강대교가 오랫동안 방치된 것은, 단순한 손실 차원을 넘어 국가적 자존심을 자극한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이 다리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랑터우 지역에 미래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투입한 민간 자본까지 합하면 그 피해는 천문학적입니다. 중국의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그들은 김정은의 배신적인 행동에 매우 분노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면,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지연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나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바로 김정은과 시진핑 두 지도자 사이에 극도로 악화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이런 행동을 국가 간 합의를 무시한 배신행위로 받아들이고 있고요. 신압록강대교는 극도로 악화한 북중 관계의 현실, 두 나라의 협력과 신뢰가 무너졌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구조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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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압록강대교 개통 막은 사람은 ‘김정은’… 결국, 그의 결심에 달려”
[기자]신압록강대교는 북중 관계의 가늠자라는 말씀인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며 북러 사이에 두만강대교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신압록강대교는 방치하면서 두만강대교를 새로 건설하는 것도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다면 신압록강대교는 언제쯤 개통할 수 있을까요?
[리정호]신압록강대교의 방치와 두만강대교의 건설은 김정은의 대외 전략과 직결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명확합니다. 그것은 김정은과 시 주석 간의 관계 악화 때문이며, 김정은 정권이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중국식 개혁 개방의 바람이 몰고 올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기 위해서는 김정은 스스로가 중국과의 관계를 '위험'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전략적 전환이 선행돼야 합니다.
반면, 두만강대교는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합의한 사항으로, 북러 간 경제협력과 군사협력 강화의 핵심의제로서 빠르고 확실하게 추진될 겁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가져올 정치적 위기보다 러시아와 협력이 훨씬 더 안전하고 유리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전면 개방하지 않는 한, 러시아는 중국처럼 북한의 수출입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못 됩니다.
결론적으로, 신압록강대교의 운명은 북중 관계의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신압록강대교는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수개월 이내에 개통될 수도 있고, 아니면 또다시 10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심지어 김정은 체제 이후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압록강대교와 두만강대교는 김정은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선택한 전략적인 대외 정책의 방향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현실적 증거입니다.
[기자]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완공한 지 11년이 됐지만, 여전히 개통되지 않고 '유령의 다리'처럼 서 있는 신압록강대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