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미국 의회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관련 입법에 추진력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미국 상하원의 연방의원들은 북한의 위협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등이 제기하는 도전에 맞서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한반도평화법안’ 등 한반도 관련 입법 재추진
이번 118대 회기 하원 외교위 인도·태평양소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한국계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상하원 연설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가진 전화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시기적절했다”는 평가와 함께 당시 동료 의원들과 연설을 지켜본 소회를 밝혔습니다.
[영 김] 이번 윤석열 대통령님의 방문이 지금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서 정말 시기적절한 방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 의원들이 저에게 하는 얘기가 우선 우리 의회에 와서 연설을 하신 대통령 중에 가장 전달(delivery)도 잘 하셨고, 또 전해주신 말씀이 굉장히 간단명료(to the point)했고, 굉장히 박력이 있었고, 미래 지향적인 동맹과 함께하는 미래의 비전에 대해서 너무 자세하게 설명을 잘해주셨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씀처럼 우리 의원들이 받아들인 느낌은 정말 한미동맹은 정의로운 동맹이다. 또 한미동맹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한 세계적인 동맹이란 점이었습니다.
또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이 의원들 사이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영 김] 이번에 의회에서 보인 반응들을 볼 때 중요한 것은 핵개발이라든지,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계속하면서 자꾸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한에게 한미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고, 절대 북한이 뚫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봅니다.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는 정말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고, 북한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이후 다른 연방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많은 말들이 오갔습니다.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상원의원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동아시아 안보를 기반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하면서 “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리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와 민주주의 가치는 세계적인 갈등과 지역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쿤스 의원은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이래 70년 동안 한미 관계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한국에 한 약속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말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는 조치 중 한국에 미국의 핵잠수함을 40년만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진지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담 스미스(워싱턴) 하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도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의 역사적인 의회 연설은 한미 관계의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며 “양국 간 동맹은 평화, 안정, 번영, 경제 및 안보 협력을 진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상원 군사위의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상원의원도 이날 낸 성명에서 “윤 대통이 연설에서 말한 조국에 대한 비전과 한미 양국 간 강력한 동맹의 미래에 대해 듣게 되어 기뻤다”며 “한국은 여전히 이 지역의 중요한 동맹국이며 특히, 제조업, 농업, 기술 분야에서 경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양국이 서로 투자하면 함께 창출할 수 있는 기회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회기에 하원에서 한반도평화법안을 재발의한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윤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평화법안’에는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인 지난 24일, 민주당 측 지지서명을 4명 더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반도평화법안은 북한과 ‘한국전 종전선언 추진’을 포함해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미북간 연락사무소 개설 추진’ 등 한반도 문제에 평화적이고, 대치보다 관여를 강조한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최근까지 셔먼 의원을 제외한 23명의 민주당 의원과 1명의 공화당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영 김 의원도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3월 상원 발의에 이어 지난 회기에 통과하지 못한 미국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H.R.3012 - To reauthorize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of 2004, and for other purposes)을 민주당의 아미 베라(캘리포니아) 의원과 하원에 재발의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전후로 미 의회에서 한국인 전문직 노동자가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도록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를 만드는 법안이 발의된 것과 함께 상하 양원에서 한미동맹의 7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이 각각 발의되는 등 한반도 관련 입법에 있어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핵협의그룹’ 합의에 의원들 평가 엇갈려
미 연방의원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핵협의그룹’(NCG) 창설에 대해서도 대체로 환영했습니다.
영 김 하원의원은 전화간담회에서 이번 한미 간의 ‘핵협의그룹’ 창설 합의와 관련해 한국 내에서 미국이 아직 핵 사용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확장 억제에 대한 보장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번 합의로 그런 우려가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영 김] 미국 측에서도 지금 한국이 양자 간의 관계를 떠나서 이제는 지역적인 파트너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고, 앞으로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 강화의 시점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확신시켜주고 또 어떤 공격에도 미국이 대응하고 동맹국들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한국과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을 함께 군사훈련에 참여시킴으로써 한미 동맹을 강화시킬 수가 있거든요. 이런 차원에서 혁햅의그룹에 대한 합의는 한국 국민들이나 미국에 살고 있는 분들이나 미국 측에서 볼 때는 굉장히 좋은, 긍정적인 차원에서 만들어낸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회 일각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과 같이 ‘핵협의그룹’의 창설을 넘어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눈에 띕니다.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알라바마)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26일 ‘워싱턴선언’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동맹국과의 대화를 강화하는 것은 항상 유용하지만, 증가하는 북한의 위협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로저스 위원장은 “결국 억지력은 우리의 군사 능력에 달려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을 안심시키고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진지하다면 (핵협의그룹과 같은) 또 다른 협의체 설립이 아니라 이러한 역량에 투자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 의회 내에서는 미국의 자체적인 핵 사용도 일단 제동을 걸고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유사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여부는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예로 이전부터 연방의회 내에서 추진돼 온 미국의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 법안(H.R.669 - Restricting First Use of Nuclear Weapons Act of 2023)이 지난 1월에는 하원에서 테드 류(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지난달 중순에는 (4월 14일) 상원(S.1186)에서 에드 마키(민주·매사추세츠) 의원에 의해 발의한 바 있습니다.
마키 의원은 이 법안을 상원에 재발의하던 당시 성명을 내고 의회의 승인 없이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 법안의 의미는 대통령이 충돌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규정하며, 의회가 전쟁을 선언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적 권한을 재확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키 의원은 “54년 전인 1969년 4월 15일, 북한이 미군기를 격추시켰을 당시 최고 보좌관들에 따르면 취한 상태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핵탄두를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고, 다행히도 그 명령은 무시돼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는 의회 승인 없이 독재적인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 위험성을 드러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미국 연방의회 내에서 미국의 자체적인 핵무기 사용 권한에 대해 견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공유가 더욱 조심스러울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한 주 앞두고 지난 19일에 갱신한 ‘한국’ 보고서(South Korea: Background and U.S. Relations)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 및 경제 파트너 중 하나”라고 명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한미관계에 대한 의회의 관심은 주로 북한에 대한 한미 협력, 인도태평양 정책, 한미동맹, 한미 무역 등에 집중돼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의회조사국이 지난 27일에 갱신한 ‘제재’ 보고서(Sanctions- Overview for the 118th Congress)에서는 대북제재의 의미와 관련해 “북한과 관계 정상화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종식을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언급해 대중국, 러시아, 이란 제재와 달리 ‘관계 정상화’(normalize relations with North Korea)란 표현이 들어간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의회 내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된 가운데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관한 미국 의회의 역할이 관심이 쏠리면서 ‘한반도관련법안’의 재추진과 함께 한미 관계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