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평양 건설에 인력 총동원...지방인력 부족에 경제악화 우려

북한 노동당출판사와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평양시 서포지구 새 거리건설 독려 선전화.
북한 노동당출판사와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평양시 서포지구 새 거리건설 독려 선전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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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평양 5만 세대 건설 사업에 주력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을 위한 임시 숙소까지 옮겨가며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딸 김주애가 착공식에 참석한 평양시 서포지구 새거리의 건설 현장에도 돌격대를 위한 임시숙소가 새로 지어졌는데요. 화성지구 또는 9.9절 거리에 동원된 일부 인력이 서포지구 건설 현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평양시 건설사업에 대규모 인력이 동원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노동력 부족을 겪는 지방 경제는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서포지구에 건설 노동자 위한 임시 숙소 생겨”

[ KBS 뉴스 ] 평양에선 화성과 서포지구 공사가, 농촌에선 살림집 건축 공사가 활발한데요. 이를 위해 각 건설 현장마다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의 하나로 최근(2월 25일) 서포지구 건설 착공식을 가진 북한 당국.

약 4천100세대 규모의 살림집 건설 현장에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첫 삽을 뜨고, 김 총비서도 현장에 대거 투입된 청년 노동자들의 사기를 북돋으려는 듯 연설에 ‘청년’을 거듭 강조하며 서포지구 착공식을 떠들썩하게 진행했습니다.

[ 김정은 ] 대상건설을 사회주의 애국청년동맹과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에 통째로 맡기기로 했습니다. 경험과 기능도 부족하고 생소한 일이 많기 때문에 동요할 수도 있고 나약해질 수도 있지만, 용감하게 이겨나가야 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착공식을 진행한 서포지구 건설 현황을 위성사진으로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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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살림집 건설사업이 진행 중인 북한 서포지구. 논밭이었던 지역을(왼쪽) 뒤엎고, 건물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오른쪽). / (좌) 2022년 3월-Google Earth, (우) 2023년 3월-Planet Labs / 그래픽 김태이

미국의 상업위성이 2022년 3월 21일과 2023년 3월 2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서포지구 새거리 지구를 확대 비교해 보니 착공식이 진행된 지 불과 한 달이 넘은 시점에 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인력들의 임시 숙소로 보이는 건물들이 새로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임시 숙소는 직사각형 형태의 긴 모양인데 대부분 화성지구에 있던 기존 건물이 철거되고, 서포지구에 새로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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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지구에 있던 인력 숙소 일부가 서포지구로 이동된 것으로 보인다. / (왼) 2022년 3월-Google Earth, (오) 2023년 3월-Planet Labs. / 그래픽 김태이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건설 현장에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임시 숙소가 들어선 자리는 논경지였는데, 이를 뒤엎고 그 자리에 새 돌격대 숙소가 들어선 겁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위성정보 연구소 부소장은 (3월 28일) 서포역에서 거리상으로 500~600m 떨어진 위치에 돌격대 숙소를 지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정성학] 최근 서포지구 착공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김정은 (총비서가) 서포지구를 돌격대에 맡겼다고 했습니다. 그 돌격대가 아마 다른 건설 현장에 있다가 서포지구 쪽으로 이동한 거 같은데, 이전 숙소를 표시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위치가 9.9절 거리에 동원된 인력 같습니다. 그 인력이 새로 서포지역으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정 부소장은 화성지구와 맞닿아 있는 9.9절 거리의 건설 공사가 어느 정도 완공됨에 따라 건설 인력이 서포지구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학] 지금 9.9절 거리의 외관은 많이 올라갔습니다. 지금 쯤은 완공됐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완공까지는 아니겠지만, 외관은 얼추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돌격대 숙소를 옮겼을 수도 있죠.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도 (3월 27일) 화성지구에 동원됐던 일부 인력이 서포지구 건설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평양에 인력 몰리며 지방 경제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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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25일 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착공식에 참석한 건설자들의 모습. /연합

서포지구 건설은 북한 당국의 주요 대상건설로 지정돼 있습니다. 대상건설이란 당 중앙차원에서 추진하는 계획 건설로, 평양 및 도급 건설을 의미합니다.

김혁 선임연구원은 평양 중심의 과열된 대상건설로 건설 인력이 평양에 집중되면서 지방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혁] 북한은 건설 역량을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평양에 건설대 10만 명이 추가적으로 자원 진출했고, 그 지역으로 많이 들어갔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냐면 중앙급의 돌격대들이 다 동원되는 겁니다.

특히 서포지구 건설에 동원된 ‘백두산청년돌격대’처럼 함경북도의 ‘청년돌격대’, 함경남도의 ‘청년돌격대’ 등 각 도마다 돌격대가 존재하는데, 그 규모는 여단급으로 인원 수만 몇천 명에 달한다고 김 선임연구원은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인원들이 모두 평양에 몰려있다는 겁니다.

[김혁] 이 인원들이 전부 다 (평양 건설에) 집중됐거든요. 그러면 어떤 문제가 있냐면 지방의 대상 건설 및 건설 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지방에서 건설 인력을 무엇으로 보충하느냐. 인민반, 사회단체, 공장 노동자들을 동원하게 됩니다. 북한이 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설 대상이 뭐가 있냐면 농촌집 건설이에요. 평양 건설 때문에 농촌집 건설 인력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더 부족하게 되는 거죠.

또 김 선임연구원은 결국, 평양에 집중된 건설 인력 탓에 정작 농촌집 건설에는 지방의 인민반과 공장 노동자들을 동원하게 되면서 지방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혁] 서포지구의 건설 인력이 옮겨간 숙소로 분석이 가능하죠. 숙소가 굉장히 많이 이동한 걸 확인할 수 있고, 화성 지구 같은 경우에도 (2단계로) 1만 세대를 건설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도 인력이 대거 충원되는 상황에서 지방 건설 역량은 확 떨어지게 되는 거죠.

실제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월 31일, “1월 한 달 동안 9만 수천 명의 청년들이 평양시 건설에 동원됐다”고 보도했고, 지난해 9월에도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에 10만 9천여 명의 청년들이 ‘야간 청년돌격대’ 활동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지방 청년들의 인력 동원을 강조했습니다.

뚜렷한 변화 보인 연포온실농장 , 물과 전력 공급이 관건

자유아시아방송은 2023년 3월 20일에 촬영한 연포온실농장의 위성사진도 살펴봤습니다.

함경남도에 위치한 연포온실농장은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준공식을 마친 곳으로 약 290헥타르, 약 84만평 규모를 자랑합니다.

2021년 8월에 촬영한 위성사진과 비교해 보니 약 2년 6개월 전에는 온통 논밭에 불과했던 부지가 지금은 이중비닐온실, 유리온실, 마을 등으로 탈바꿈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포온실농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850여 동의 수경 및 토양 온실과 1천여 세대의 살림집, 학교, 문화회관, 종합봉사 시설 등이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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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에 촬영한 연포온실농장(왼쪽)과 2023년 3월에 촬영한 연포온실농장(오른쪽). 논밭이었던 곳에 이중비닐온실과 마을 등이 새롭게 조성됐다. / (왼) Google Earth, (오) Planet Labs. / 그래픽 김태이

연포온실농장을 분석한 김혁 선임연구원은 이곳이 뚜렷한 변화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물과 전력이 충분히 공급돼야 농장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김혁] 관정, 즉 지하수에서 물을 뽑아오는 장치를 뚫은 건 조금 보입니다. 그걸 하려면 전력도 필요합니다. 관련 시설의 경우에는 북한이 영양액을 주로 공급하는데 호동마다 영양액 공급소라는 게 있습니다. 남새 온실마다 다 있거든요. 제대로 공급하려면 전력 공급이 제대로 돼야 가능하거든요. 수경 재배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온실 내부의 환경 상태, 공기, 습도, 온도를 다 제어해야 하는데 그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최근(3월 13일) 김 총비서가 연포온실농장 운영에 필요한 기계와 설비를 보냈다고 밝혔지만, 이미 한 달 전인 2월 18일 보도에서는 “연포온실농장에서 첫물 남새를 수확해 함흥시민들에게 공급했다”고 선전했습니다.

준공식 이후 남새공장 운영에 필요한 기재와 설비 없이 불과 4개월만에 남새를 수확해 함흥시민들에게 공급했다는 건데, 이는 일부 온실에서 소규모로 재배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