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봉쇄 탓에 올 해 북한의 곡물수급사정이 더 악화돼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의 코로나 봉쇄정책이 인력 동원이 필요한 봄 철 농촌 실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권 원장은 봉쇄가 일부 완화되기 시작한 평양과 달리 지방 간 봉쇄가 계속된다면 식량난 가중은 물론 분배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코로나 속 군량미 풀어도 지방 배급은 어려워 …평양 살리기 집중
<기자>현재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 사정에 대해서 먼저 짚어주시죠.
[권태진]지금이 북한은 '보릿고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북한의 가을 작황이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 2022년 양곡 연도에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100만 톤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올봄 한 3월부터 벌써 소위 '절량 세대' 즉, 식량이 없는 세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작년처럼 소위 군량미라도 풀어서 식량이 부족한 세대를 지원하려 하는데 사실은 여의치 않습니다. 일부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로는, 영농철 맞이 농촌 지원을 해야 할 상황이므로 최근 정부에서 부분적으로 보름치, 많게는 한 달 치 식량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그것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식량이 부족하면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일은 농촌 주민뿐 아니고 지원 인력인 도시 주민들에게도 쉽지 않은데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코로나가 확산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죠.
<기자>전시예비식량이 있는 2호 창고의 군량미를 풀어도 전 지역 북한 주민들에게 나눠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말씀이신데, 어떤 지역이 가장 먼저 배급받으리라 보시는지요?
[권태진]일차적으로 (식량 배급에) 우선순위가 있죠. 2호 창고를 푼다고 해도 우선 평양부터 먼저 식량 지원이 될 터이고 또 항상 그렇듯, 식량 부족은 북한의 북동부 지역, 함경북도 쪽이 굉장히 심하거든요. 그래서 양강도 그쪽까지 과연 2호 창고를 풀어서 식량이 없는 세대를 지원할 수 있는지는 굉장히 의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작년에도 (2호 창고를 풀어 식량 배급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때도 2호 창고가 비어서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고 올해에도 2호 창고에 넉넉하게 양곡이 차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기자> 2호 창고마저 식량이 넉넉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권태진]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동안에 북한이 주로 대부분 중국에서 식량을 수입하는데 1월부터 4월까지 북한이 수입한 식량이 2만 5천 톤 정도밖에 안 됩니다. 금액으로는 한 900만 달러치 정도 식량을 수입했는데 이 중 95%가 밀가루입니다. 사실 밀가루는 식량이기는 하지만 대개 식품 가공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의 식량으로 수입했다고 보기는 좀 어렵거든요. 물론 작년도 1월에서 4월까지는 식량 수입이 전혀 없었고 올해는 2만 5천 톤 정도 수입했지만, 이것은 예년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양입니다. 이는 중국의 코로나 발발 이후 특히 올해 연초에 단둥 지역을 통해서 일부 교역이 재개됐지만, 단둥 지역에서 코로나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 지역이 폐쇄됨으로써 다시 국경이 봉쇄가 된 상황이어서 물류 문제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서 식량을 충분히 수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외화 부족도 식량 수입 문제에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올해는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일반 주민들이 먹을 식량을 수입하는 데는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식품 가공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 밀가루는 수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도 예년보다는 양이 적습니다. 더군다나 러시아에서 밀가루를 지원받곤 했는데,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러시아도 북한에 밀가루를 무상으로 지원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밀가루를 포함해서 전체 곡물 수급 여건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이것은 작년의 작황 부진과 맞물려서 더욱 어려운 보릿고개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중국보다 촘촘한 봉쇄령에 주민들 고통 가중될 듯
<기자>북한은 이렇게 식량 사정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코로나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국적인 코로나 봉쇄령, 얼마나 지속되리라 전망하시는지요?
[권태진]북한은 중국보다도 더 길게 봉쇄를 이어갈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그랬던 것처럼 도, 시, 군의 경계를 이동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있고 또 직장 단위도 봉쇄하고 있거든요. 중국도 굉장히 철저하게 봉쇄하지만, 북한은 중국보다 더 세밀하게 봉쇄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고 또 이 봉쇄가 조기에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북한은 코로나비루스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없고 여러 가지가 부족한 상황이고 그리고 또 일반적인 방제할 수 있는 방제 의약품까지 부족한 상황이라 봉쇄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겁니다. 봉쇄가 쉽게 풀리지 않으면 더군다나 북한에 발열자라고 칭하는 (코로나 확진자가) 주로 평양에 집중이 돼 있거든요. 다른 지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평양에 집중이 돼 있고 일부 함경도 지역이 평양 다음으로 많은 상황입니다. 그다음에 평안북도도 발열자가 많은 상황이거든요. 이 지역은 북한에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에요. 그래서 봉쇄령을 쉽게 풀어줄 리가 만무합니다.
<기자>코로나 봉쇄령으로 식량 위기가 심화할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농업에는 어떤 여파가 있을지 설명해주시죠.
[권태진]지금 시기가 영농철인데 물자가 부족하니 결국 북한 당국이 할 수 있는 '인력 총동원령'을 내려서 영농철 농촌지원을 하려고 계획을 했었지만, 지금 이 자체가 어렵습니다. 결국은 지원하되 그 지역 내에서만 가능한 겁니다. 그러나 지역이라고 해도 넓은 지역을 설정한 게 아니고 아주 촘촘하게 도, 시, 군까지 이렇게 지역을 나누어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인력 동원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겁니다. 도 내에서 이동이 가능하기만 해도 괜찮은데, 군 사이의 이동까지 막아놓으니까 인력 동원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도시 주민의 농촌 지원이 어려울 뿐만 아니고 농촌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가동할 수 있는 농기계가 제한돼 있고 농기계 연료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농기계 가동률이 아마 예년보다 훨씬 낮을 겁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동 제한 때문에 영농 작업할 수 있는 노동력 부족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작업 인력난뿐 아니고 올해 가뭄과 저온 현상도 나타났어요. 그렇다 보니까 모내기해야 하는데 지금 못자리에 모내기할 만큼 충분하게 자라지 못해 당장 모내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다음에 모내기하려면 물이 필요한데 물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것들로 북한의 농업 분야가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서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가 굉장히 난감한 상황입니다. 올해 북한은 정말 사면초가 현상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이 1월부터 4개월 동안에 수입한 비료가 1만 2천 톤밖에 안 됩니다. 2021년은 같은 기간 동안 5만 2천 톤을 수입했거든요. 따라서 올해는 작년의 비료 수입량을 보면 23%밖에 안 됩니다. 4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비료가 부족합니다. 북한 내에서는 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료가 대표적인 문제고 나머지 비닐 박막이라든지 농약이라든지 모든 것들의 물자가 올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가을 수확을 위해서 재배하고 있는 옥수수라든지 다른 작물의 생육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올해 기상 여건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가을 작황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6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이모작 작물을 수확하는데 주로 보리, 밀, 봄감자 이런 겁니다. 작년에도 김정은 총비서가 시정연설에서 밀, 보리 재배 면적을 2배로 늘리라고 지시했지만, 충분한 종자를 못 구해서 두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30% 내지 50%의 밀, 보리 재배 면적이 늘어났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4월, 5월 가뭄이 지속이 됐는데요. 이때는 밀이나 보리가 필 시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종자가 생기고 여물어야 하는데 가뭄으로 이모작 작물들이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올해 이모작 작황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가을 작황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마는 지금 출발 자체가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올해 곡물 생산은 상당히 부진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올해 부진하면 이게 결국 올해 끝나는 게 아니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지금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답답하리라 예상합니다.

북한 식량 공급 늘어도 취약계층은 식량난 못 면해
<기자>식량 생산과 공급 차원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분배 문제도 심각하다고요?
[권태진]가을 작황이 좋을 리도 만무하지만 봉쇄 자체가 사실은 식량 공급 만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식량을 구입하는 소위 '시장 진입 (Market Access·마켓액세스)'라는 것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식량 안보에서 중요한 게 하나는 식량의 공급 측면이고 하나는 식량이 필요한 사람이 어떻게 시장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지 즉, 접근성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코로나 상황으로 인력 이동이 부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식량 공급 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로 봉쇄가 돼 버리면 시장 활동이 안 되고 경제활동도 안 되는 거거든요. 식량을 획득한 사람은 시장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벌어서 그걸로 식량을 사 먹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 부분이 아주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죠. 그래서 올해 북한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식량의 문제는 공급 측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식량을 획득하는 데 더욱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 부분이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식량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봉쇄 자체가 문제가 안 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식량 수급 상황하고 관계없이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봉쇄가 이어질 것이고 이는 식량 문제하고는 별개로 생각해야 할 겁니다.
<기자>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한의 코로나 봉쇄령에 따른 농업 사정을 들여다보는 시간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