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코로나 확산세를 꺾기 위해선 이제까지 고수해온 국경봉쇄를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대북 의료지원 활동을 펴온 박기범 미 하버드 의대 교수가 밝혔습니다. 하버드 의대 한국보건정책프로젝트를 주관해온 박 교수는 북한에 코로나 치료제를 신속히 제공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조치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코로나 변이 비루스 확산으로 발생할 위험과 향후 북한 당국이 취해야 조치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백신보다 치료제 시급 , 감염된 사람들 생명 구호가 최우선
[기자]북한에서 오미크론 변이 비루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12일 코로나 감염사례를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후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당장 북한에 가장 시급한 사안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박기범 :북한에 백신이 필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백신이 이미 감염된 사람들까지 치료하고 생명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팍슬로비드(Paxlovid)와 같은 코로나 치료제는 감염자의 사망률을 90%까지 줄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늘고 있는) 코로나로 추정되는 열병 환자들을 먼저 돌봐야 합니다. 또 백신은 여러 차례 접종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백신이 보급돼 일반 사람들이 접종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립니다. 그때쯤이면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겁니다. 따라서 현재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과 어떻게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더 긴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에 백신 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코로나비루스가 더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인데요. 이처럼 현시점에 북한에서 코로나 변이 비루스가 극성인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박기범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오미크론 변이 특성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BA.2 즉, 스텔스 오미크론이 북한의 장벽, 즉 그들이 스스로 걸어 잠갔던 국경을 뚫었다는 겁니다. '국경 봉쇄' 전략이 불완전했고 이에 결함이 생긴 거죠. 결국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들의 방어를 통과해 침입했습니다. 지금은 1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저는 북한 정부가 백신의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 당국이 더 이상 북한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격리한다는 정책에 100% 의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이 국제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현재 북한에는 이미 120만 명의 사람들에게서 증상이 나타나고 있고 백신이 이들까지 보호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코로나 환자라고 가정한다면, 그들의 생명을 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코로나바이러스 항바이러스제인 팍슬로비드와 같은 약물은 증상이 나타난 후 5일 안에 복용해야 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처방되어야 합니다.
[기자]백신보다 치료제가 더 시급하다는 말씀이신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박기범 :백신은 현재 감염된 120만 명의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그들 중 몇 퍼센트는 앞으로 2~3주 안에 죽게 될 것입니다. 국제 사회는 그 사람들이 죽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고, 이에 치료용 항바이러스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다해도 팍슬로비드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코로나로 인한 중증 증상을 감기처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또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가 필요할 겁니다. 의료 시설이 갖춰지면 그 환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과 심각한 질병에서 90%까지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이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1차 치료제 원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된 후에 어떻게 백신을 접종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의료진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하겠죠. 현재 병원에서 수천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북한 내 의료진과 간호사들도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상태인 듯합니다. 그들은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에 노출되어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적어도 그들은 가능한 한 빨리 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노인들과 사회적 약자들도 물론이고요.

북 , 국제사회 원조 서둘러 받아들여야
[기자]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올해 중반까지 전 세계 인구 70%가 백신을 접종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코로나 대유행을 종결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북한이 백신을 받아들일 경우, 이 목표 달성이 가능하리라 보시는지요?
박기범 :두 부분으로 나누어 대답할 수 있는데요.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소외된 나라 없이 일정 수준까지 코로나백신을 접종하도록 예방접종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게 세계 코로나 백신 접종 목표 설립의 목적이었어요. 문제는 목표는 실제와 다르다는 겁니다. 고소득 국가 사람들은 1차, 2차, 3차까지 백신 접종받았지만 일부 최빈국 중에서는 심지어 의료 종사자들조차 1차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형평성,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과 관련이 있는데 부유한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백신을 공유하는 구조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서 '선구매 공약 매커니즘 (Advance Market Commitment. AMC)'을 통해 기본적으로 백신을 기증받을 자격이 됩니다. 다만 코백스의 초기 목표는 중저소득 국가 91개국의 전체 인구 중 가장 취약한 20%에 백신을 접종하겠다던 것이었는데, 북한은 아스트라제네카 수백만 회분과 이외 일부 백신들을 포함해 어떤 백신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자]향후 북한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박기범 :바이러스가 이미 거의 모든 지방에 걸쳐 전국에 퍼져 있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못 넘어오게 막는다는 것은 이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백신과 의료 시설을 운반하는 화물과 인력들로부터 유입될 새로운 바이러스 위험성은 현재로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나라들이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치료, 식량 지원, 의료 용품, 백신에 대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각 국가들의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미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이 제안을 하기도 했고요. 미국도 북한에 원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원조를 받아들이기로 서둘러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이 시점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국제적인 원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주일 전과 현재 상황 달라져 …미, 북에 원조 다시 제안해야
[기자]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반복해서 국제 백신 지원 기구인 코백스의 백신 기부를 거부했다며, 북한에 백신을 공유할 계획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은 지지한다는 입장인데요.
박기범 :미국은 과거 북한에 원조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어요. 상황이 다릅니다. 그들은 지금 전국적인 대규모 코로나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은 코로나 감염사례가 급증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다시 한번 원조를 제안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자]원조를 다시 제안한다고요?
박기범 :코로나 대유행 초기 심지어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때에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조를 제안해왔어요. 바이든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관련해 지원할 의사를 밝혔고, 이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는 그 제안을 갱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코로나 사태를 인도주의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그들이 필요로 하는 약품, 백신, 콜드 체인(냉각시설)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재표명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코비드 확산으로 어려워진 북한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자]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한인의사협회(KAMA)의 북한 담당 박기범 하버드 의대 교수로부터 북한의 코로나 현 상황과 향후 대책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