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 북중 국경 개방은 북한과 중국 모두에 부담”

평양의 한 한약방에서 약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의 한 한약방에서 약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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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북·중 무역의 중심, 중국 단둥시가 전격 봉쇄됐습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기에 북한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요. 북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안경수]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잖아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는 한 북·중 국경의 완전한 개방은 중국과 북한 모두에게 부담입니다. 당분간 북한은 중국의 코로나 상황, 코로나 정책변화, 봉쇄체계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단둥은 (북한과) 굉장히 가깝단 말이에요. 몇 시간 거리밖에 안 돼서 북·중 국경의 개방이나 물류 이동은 상당히 복잡해지고 대기상태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북한 당국은 최근 '동네병원'에서 한방치료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습니다. 노동신문이 2일 "일부 진료소나 리 인민병원들이 신의학적인 치료 방법에만 매달리며 고려 치료 비중을 높이는 사업에 응당한 관심을 돌리지 않는 편향을 나타낸다"라고 지적한 건데요.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고려 치료, 즉 한방치료를 강조해왔지 않았습니까.

[안경수] 5월 2일 자 노동신문에 고려의학, 고려 치료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요. 사실 노동신문은 '권력의 언어'거든요. 권력의 언어로 주민, 인민들, 즉 의사들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공식 매체에서 어떠한 편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을 하는 건 당의 정책이 현장에서 집행되고 관철되게 하려는 의도거든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잘못이나 편향이 발생되고 있다고, 일종의 주의나 경고를 하는 겁니다.

북한의 의사들은 다 의학대학에서 배출됩니다. 의학대학에는 학부가 있어요. 다 같은 학부가 아니고 임상의학부와 고려의학부가 있어요. 임상의학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양의사가 배출되고, 고려의학부에서는 우리가 아는 한의사인 고려 의사가 양성됩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고려의학과 신의학의 우월성을 함께 이용해서 치료 효과를 높여라’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북한 보건의료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거죠. 북한의 신 의사도 어느 정도 고려의학을 불신하는 측면이 있긴 해요. 하지만 당과 국가의 방침이 고려의학과 신의학이 함께 발전하고 함께 융합해서 하라는 거잖아요.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고려의학을 적절히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고려 의사가 아니고 일반의사들이라도 침, 뜸, 부항, 안마를 기본적으로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어요. 즉, 북한은 양한방 복합 치료체계인 거죠.

[기자]현재 북한 내에서 사용되는 고려 치료와 신약 치료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안경수]한국은 치료현황이나 비율이 국민보험공단에서 자료가 나오지만, 북한의 현황은 우리가 알 수 없잖아요. 고려 치료와 신의학 치료의 수치적인 비율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신 의사, 고려 의사 모두 고려 의학적 치료를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통일을 하려면 보건의료도 통합이 돼야 하잖아요. 그 통합에는 매우 어려운 미래 과제를 주고 있습니다. 통합의 상대방인 한국 같은 경우는 양의학과 한의학이 굉장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양한방 분리 혹은 대립이 존재하죠. 북한 쪽 의사들은 신 의사라도 기본적으로 침, 뜸, 부항 등에 익숙해져 있고 이것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들은 아니죠. 이 부분은 남북 보건의료 통합연구 분야에 있어서 참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그렇군요. 한국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양한방통합이 익숙하지 않겠네요.

[안경수]네, 제가 서울대학교 병원 직원들 상대로 (북한의 의료체계에 대해서) 연수 교육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 사람들은 다 양의학 쪽이잖아요. '북한 쪽은 의사들도 침, 뜸, 부항, 안마 등을 한다, 북한은 양한방 통합 체계다'라고 하면 다들 놀랍니다. 다들 거기서 느끼겠죠, 북한과 통합은 굉장히 어렵겠다고요. 저도 사실 연구자 입장에서 그렇게 많이 느끼거든요. 우리가 북한 영상 혹은 사진에서 보통 침, 뜸, 부항을 뜨는 의사를 본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고려 의사가 아닙니다. 신 의사일 수 있죠. 겉으로는 티가 안 나요. 다 같은 의사니까요. 고려 의사 비중이 더 적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반 양의사가 훨씬 많잖아요. 북한도 양의사가 훨씬 많아요. 의학대학에서 임상의학부 재학생이 고려학부 재학생보다 더 많고, 배출되는 의사 비율이 다르죠.

[기자]배출되는 의사 비율이 다르군요. 신의학 의사도 침, 뜸, 부항 등을 할 수 있으면 북한에서 고려의학 비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요?

[안경수]더 중시도 하고, 공식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잘 융합하자고 말하는데요. 고려 치료 비중을 더 높이는 사업도 존재합니다. 북한 당국도 실제 현장에서는 다 (고려의학적 치료 방법을) 사용하고 있단 말이에요. 정책이란 건 실제 반영이기도 하잖아요. 때문에 북한 당국도 알고, 실제 보건의료 현장에 가면 고려의학적 치료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자]북한의 선전 상황과 센터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고려의학을 중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왜 대학교 학부 비율이 신의학 쪽이 더 많은지도 궁금하네요.

[안경수]의사 양성과정에서부터 북한은 융합이 된 거죠. 같은 의학대학에서 (의사가) 나오잖아요. 그리고, 신의학 쪽은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과가 엄청 많은데요. 그래서 소요되는 의사 인력이 많겠죠. 침, 뜸, 부항, 안마는 그걸로 환자가 개선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고, 진짜 수술을 해야 할 때 고려학적 치료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말단 치료 예방기관' 이라고 해서 리 인민병원이나 진료소를 상대로 (고려치료를 강조)하는 거에요. 말단 치료기관 같은 경우에는 침, 뜸, 부항, 안마밖에 할 수 없는 거죠. (증상이 심각하면) 높은 병원으로 파송시키면 되니까요.

[기자]만성적인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한의학 우월성을 부각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경수]과거부터 계속 북한은 고려의학을 강조해왔습니다. 사실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양방 쪽 의약품의 부족 현상 때문에 약초, 천연물 같은 고려의학적 의약품 생산이나 보급이 더 활발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분명히 북한은 1950~60년대부터 고려의학을 중시하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북한의 제약회사들이 생산하는 의약품들을 보면 고려의학, 약초, 천연물을 기반으로 생산된 의약품들이 많습니다.

[기자]그런데 이렇게 천연물을 기반으로 생산된 북한의 의약품 중 하나를 북한에서 직접 받아 오셨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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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약 ‘안궁사향’. /사진 안경수 센터장 제공

[안경수]북한에 '안궁사향' 이라는 약이 있어요. 2019년, 직접 북한에서 받아온 건데요. 이 약은 설명서에 의하면 못 고치는 병이 거의 없습니다. 언어장애, 뇌혈전, 뇌출혈, 팔다리 마비, 심장발작 등에 다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고가의 한의약 약재거든요. 출혈이나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등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서에 나오는데요. 컴퓨터 증후군도 치료해준다고 합니다. '장기간의 컴퓨터 작업으로 머리가 무겁거나 몸이 뻣뻣하여 안구가 아프고 온몸에 피로가 올 때, 안궁사향을 삼키면 20분 내로 맑은 정신으로 회복이 된다'고 하는데요. 북한의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약품들이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 천연 약재나 고려 의학적 약재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모든 질환을 치료한다는 약의 효능에 조금 의구심이 들긴 하네요.

[안경수]북한에서 도입해서 성분을 연구한 사람들도 있는데요. 사실은 의약품이 굉장히 규정이 까다롭지 않습니까. 미국, 한국의 기준도 다른데요. 북한도 나름대로 규정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한의약재에 비해 함량이 다를 수 있어요. 다양한 치료 측면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적인 효과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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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안궁사향 설명서. /안경수 센터장 제공

[기자]단둥 봉쇄로 의약품 부족이 더 심해질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중국이 도시봉쇄정책, 즉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하게 쓰고 있어 전 세계가 당황하고 있죠. 필수 의약품 같은 경우는 어떤 방법으로든 북한으로 들여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약품 부족이 더 심해진다는 생각은 저는 들지 않는데요. 만성적으로 부족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제약공장, 고려약공장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이 상당합니다. 이런 약들이 다 북한 내에 유통이 되고 있어요. 이제 우리가 관심이 있는 부분은 코로나에 대응하는 방역 치료약, 경구용 코로나 치료약, 혹은 백신이잖아요. 제가 예상하는 바로는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통해서 직접 도입될 거라고 봅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