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북한 내 코로나 유입 경로를 조사한 결과, 한국 접경지역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주민들이 색다른 물건과 접촉해 발생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1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는데요. 다시 말해, 한국에서 보내는 대북 전단을 경계할 것을 재차 강조한 겁니다. 마키노 기자님, 남북이 대북 전단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오래 전부터죠?
마키노 요시히로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에 따르면 한국이 전단의 위험성을 인식한 건 한국 전쟁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한국에 귀순했던 북한군이나 중국의용군 병사들은 다 전단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전단을 가지고 있는 병사는 죽이지 않겠다"고 씌어진 유엔군이 살포한 전단이었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보고 한국전쟁 후 한국군이나 중앙정보부 (KCIA)가 전단을 활용한 심리전을 담당하게 했습니다. 한국은 당시 중국에 삐라 (전단)를 보냈던 대만으로부터 전단을 운반하는 풍선의 위치를 일정하게 조종하는 기술이나 시간을 조절해 풍선을 폭파하는 장치들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람이 부는 봄이나 여름같이 북한으로 전단을 보내기 쉬운 계절과 북한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낮은 밤에 집중적으로 전단을 보냈다고 합니다. 또 작은 전단이면 한 번에 30만 장 정도를 보냈다고 하고요. 당시에는 북한 주민들이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돈이나 속옷, 소형 라디오도 같이 보냈다고 합니다.

<기자> 북한도 대북전단에 대응해 대남전단을 보낸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도 한국에 대항해야 한다면서 1960년대부터 전단을 한국에 보내왔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 말로는 북한의 전단은 한국을 우습게 보는 사진이나 그림을 써서 혐오감과 분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전단의 목표가 되는 사람들은 한국의 장관이나 (정부) 관계자들로, 북한 정책을 비판하고 북한의 적이 될만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단은 1970년대 전반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그 시기까지는 북한이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주장을 믿는 사람도 한국에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현재는 그런 북한 전단을 믿는 사람은 전혀 없고요. 제가 서울에서 근무했을 때 서울에서 발견된 북한 전단을 아는 친구에게서 받은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단은 우습게 볼 수밖에 없었고 한국 시민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기자> 보건 전문가들은 대북 전단을 통해 코로나가 전염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하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이 코로나비루스가 전단을 통해 전파됐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다른 전문가들도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에서 보내온 전단이 북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 북한군의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했던 탈북자들이 군사경계선 근처에서 한국군의 대북 방송을 듣거나 한국에서 보내온 전단을 날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RFA에서도 보도했지만,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극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면서 요즘에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사상 통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비루스가 유행하고 있고 경제제재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불만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 신종 코로나비루스 유행 실태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비루스에 대해서 공포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악감정을 남한으로 전환하려 했던 게 이번 북한 당국이 이처럼 발표한 배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20년 5월 발표한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대남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까지 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는데, 어떤 배경이었는지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2020년 6월에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데, 그때 김여정 부부장은 탈북자들이 보내온 전단 살포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왜 이렇게 심한 말로 한국이나 탈북자를 비난했는지에 대한 배경이 주목받았습니다. 물론 전부터 북한이 한국에서 보내온 전단에 강한 경계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요. 다만 제가 듣기로는 김여정 부부장은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서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 중 많은 부분을 담당해 왔습니다. 결국은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됐고 리용호 외무상이나 여러 책임자는 실각했습니다. 그때 북한의 외교팀을 사실상 이끌었던 사람이 김여정 부부장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의 '로열패밀리'니까 처벌할 수는 없었고요. 다만 남북과 북미 관계에서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김여정 부부장은 스스로 북한 외교를 정상화하는 의미로 한국을 심하게 비난하고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명령했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로 한국에서 보내온 전단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김여정 부부장의 입장을 다시 정리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처럼 남북 간 예민한 사항인 대북 전단 살포 운동은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전단 살포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도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저는 한국의 문재인 전 정권이 제정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했던 법률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법률이 생긴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하나는 남북 군사 경계선 근처에 있는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였습니다. 다만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북한이 대응 사격을 하지 못하도록 전단 살포를 주의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가 실제로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전단을 살포하는 행동 자체가 지원금을 얻어내려는 수단이 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관계자들도 진지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