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 위주 코로나 방역 마무리 수순 들어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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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 미국의 한 전문가는(윌리엄 해니지,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감염병학 교수) 코로나 비루스의 특성과 미국 뉴욕시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북한의 코로나19 사망자는 5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주민들의 건강 상태 등이 사망자를 증가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5만 명은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사망자 수(74명)와는 큰 차이가 나지 않나 싶습니다.

[안경수] 7월 12일 북한이 발표한 유열자를 보면 9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유열자가 확진자와 동등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유열자가 처음으로 1천 명 밑으로 내려갔는데요. 사망자는 계속 0명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74명의 누적 사망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의학자, 의료 통계학자들은 북한에서 발표하고 있는 코로나 의료 통계에 대해서 많은 결점(이 있다며),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시가 2020년 코로나 (확산)때부터 전 세계 코로나 상황(의 표본으로) 상징성이 있었는데요. 미국 뉴욕시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는 (해니지 교수의)추측이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의료 통계학, 감염병학, 의학적인 관점에서 고려했을 때입니다.

사회적으로 의료 상황을 분석하는 다양한 의견에 의하면 동양과 서양의 호흡기 질환,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인 문화, 그리고 인종 간 면역력의 차이 등에 많은 가설이 존재하거든요. 상징성이 있는 미국 뉴욕과 북한의 의료 통계 사례를 비교해 북한의 코로나 사망자 수치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사망자가 5만 명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나 가정은 조금 성급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많고, 사실 미국 뉴욕시의 제반 조건들, 미국의 특유한 건강 보험의 적용 문제, 응급환자를 대할 때 등, 제반 조건과 치료 조건 차이점은 사실 미국 뉴욕과 평양을 비교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자]하지만 북한은 코로나비루스를 '사실상 극복'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방역 형세가 온전한 안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건데요.

[안경수]확실한 것은 북한이 2020년 코로나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감염원의 차단, 즉 감염병 전파의 가장 기본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충실히 단행한 국가거든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2년 동안 코로나 상황이 잘 관리되어 왔다고 분석하는데요. 근데 2022년 올해 들어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한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발열 증상이 나고 하니 통계수치를 주민들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된 거에요. 마침, 그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력이 높지만, 치명률이 낮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백신 접종을 이미 받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딱히 다른 상황을 보이지 않을 거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북한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 있고, 통제되고 있다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수치와 별개로 수치가 나타내는 흐름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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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원들의 조직생활 통제를 전담하는 당 간부 특별강습회를 열어 강력한 기강 단속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평양 4ㆍ25문화회관에서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부문일군(간부) 특별강습회'가 열렸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자]그렇군요. 최근 북한의 코로나 상황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특이점이 있을까요?

[안경수]특이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7월 8일, 조선노동당 각급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부문 일꾼들이 특별강습회를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많은 사람과 1호 사진을 찍었는데요.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도에서 다른 지역들, 지방이나 평양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도 평양, 최고지도부 위주로 방역에 자신감을 갖고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코로나바이러스 후유증 치료안내서를 당국에서 작성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평양과 지방에 책자가 분배됐다고 하는데요. 정확한 이름은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의 후유증 치료 안내서’인데요. 중앙에서 발행하는 책자잖아요. 어른용, 어린이용, 임산부용 구분해서 후유증에 대한 원인과 치료 원칙 등을 책자로 제작해 전국에 나눠줬다는 게 북한의 코로나 국면이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북한 당국이 발열 환자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해 전국적으로 집단 면역 형성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사업도 본격화 중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인구는 약 2천700만 명, 그리고 누적 발열 환자는 약 476만 명인데요. 백신 접종률이 최소 70% 이상이 되어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요?

[안경수]역학조사를 북한 자체적으로 진행해도, 우리가 자세한 자료를 알기는 어려울 겁니다. 문제는 집단면역 형성 정도를 측정한다고 하는데, 2020년부터 전 세계적인 코로나 상황에서 미국, 영국,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역학조사를 하고, 집단면역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등 거의 동일하게 절차를 진행하는데요. 과학적인 절차입니다. 북한 보건 당국도 이런 절차를 한다고 관영 매체에 밝힌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전체인구 중 약 20% 이하만 발열 환자였다는 건데, 백신을 접종 받지 않은 북한의 집단 면역 형성이 가능할까요?

[안경수]사실 집단면역은 백신 접종률이 어느 정도 되어야 형성된다는 게 의료 상식이 됐잖아요. 근데, 북한은 백신을 안 맞은 나라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우리가 시간적 기준점을 2021년 2월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을 시작했잖아요. 백신보다는 (코로나가) 걸린 뒤 자연면역이 전 국민적으로 되어서 그걸로 이겨내자고 하는 주장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 경우와 비교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기자]백신을 접종받지 않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과반수 이상의 사람이 코로나가 걸려야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는 거잖아요. 북한 통계에 따르면 약 20% 이하가 '발열자'인데, 조금 모순적이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안경수]북한 통계를 보면 이런 의문점이 당연하게 들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이 말한 통계를 근거로 하면 전제가 꼬여버릴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결과에 따라 우리가 연구하거나 분석하면 생각이 꼬이게 됩니다. 북한 인구가 2천700만 명인데 발열자는 또 400만 명대이고, 발열자라고 해서 모두 확진자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런 의문점 자체가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대변하는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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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연일 폭우와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조선중앙TV는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평양시를 비롯한 북한 각지에서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폭우로 평원군의 농경지가 물에 잠긴 모습.[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기자]장마에 이어 극심한 폭염으로 북한 주민들의 여름철 피해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여름철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병이 궁금합니다.

[안경수]북한에서 생활한 분들에게 경험담을 들었는데요. 지금은 북한에서 신식으로 지어지고 있는 신축건물 혹은 주거지는 다 에어컨이 있다고 하는데요. 장마로 인해 습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면 식생활 관련해 상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위생이 불안정해지고, 그런 환경 속에서 병충해가 있어 수인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북한의 수인성 질환은 전 세계와 마찬가지로 세균성 질환으로,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북한에서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한 병은 사실 큰 문제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의 많은 제약회사가 신축됐기 때문에. 항상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엄청난 더위가 밀려오는데요. 북한은 아무래도 냉방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이 많습니다. 북한 작업환경에서 더위를 먹는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 집은 에어컨이 거의 없고 평양이나 대도시에 신축건물 위주로 있겠죠. 제가 14년 전에 평양을 방문했었는데, 그 당시 제가 간 곳은 냉난방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10월에 갔었는데 낮에는 더웠거든요. 북한에도 냉방 시스템이 평양 같은 경우는 주요 건물에 잘 되어 있었습니다.

[기자]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2019~2021) 북한 전 주민의 41%, 즉 1천만 명 이상이 기아와 영양실조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여성의 33%는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안경수]유엔 관계 기관에서 나오는 보고서에서 북한 쪽은 저는 크게 신뢰를 하는 편이 아닙니다. 북한의 고유한 문제점 때문인데요. 유엔 관계 기관이 북한만 보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특히 북한 쪽은 한계가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영양실조나 영양불균형, 영양 편중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만 41%, 즉 1천만 명 이상이 기아와 영양실조(라는 주장에)는 조심스럽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33%는 굉장히 높은 비율인데요.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 사회적으로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2010년,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북한에서 기아를 이야기하는 건 조금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