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김씨 일가 호화유람선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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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소유한 80m 길이의 호화유람선이 강원도 원산 전용 별장 인근에서 운항 중인 정황이 최근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김 총비서가 탑승하기 전 시범 운항을 했거나 리설주, 김주애를 비롯한 김씨 일가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80m 길이 초호화 유람선 식별… 김씨 일가 여름휴가 중?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가 지난 6월 27일과 7월 5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전용 호화유람선이 강원도 원산 앞바다를 운항 중인 모습이 식별됐습니다.

물 미끄럼틀, 국제규격의 수영장까지 갖춘 이 80m 길이의 호화유람선은 지난 6월 27일에는 갈마반도에서 약 900m 떨어진 지점에 있었으며, 지난 7월 5일에는 갈마 별장이 위치한 해안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이 유람선은 주로 김씨 일가가 이용하는 데, 때로는 외국 귀빈을 태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무더위 여름철을 맞아 김정은 총비서 혹은 김씨 일가가 갈마 별장에서 여름나기를 위해 전용 유람선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학] 호화유람선은 북한 지도자와 가족들만이 전용으로 이용하는 것인데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김 총비서가 최근 노동당 중앙위 8기 7차 전원회의를 마치고 부인 리설주나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여름나기를 위해 원산의 전용 별장을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됩니다. 하지만, 김 총비서 탑승 여부 등 확실한 것은 지도자 동정 등을 좀 더 살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대형 유람선이 두 번 식별됐는데 위성사진에 찍히지 않은 날까지 고려하면 유람선의 운항 횟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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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 전용 호화유람선이 최근 원산항 선박 수리 도크(정박장)와 갈마 전용별장 사이를 운항하는 것이 식별됐다. 정박장에서 갈마 별장 사이의 거리는 약 4.5km이다. 갈마 별장 맞은편에는 원산 별장이 보인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정성학

김 총비서는 지난달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지난 2일에는 당 간부들과 함께 중요 공장과 기업소를 찾아 현지 지도를 했습니다.

따라서 위성사진에 포착된 유람선 운항 일자가 김 총비서의 공식 일정과 겹치지는 않지만, 전원회의 일정을 미루어 볼 때 지난달 27일에 식별된 유람선에 김 총비서가 탑승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여름휴가에 앞서 유람선을 시범 운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현지 지도에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김 총비서의 가족들은 여름휴가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조한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유람선을) 사용하기 전, 시범 운항일 가능성이 있고요. 두 번째는 전원회의, 현지 지도에 김주애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김주애와 리설주를 비롯한 가족들이 이미 여름휴가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원회의를 마친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마치고 가족들과 합류했을 가능성이 있고요. 6월 말, 7월 상순 같은 경우 중요한 해외 인사들이 특별하게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범 운항이든, 가족들이 미리 사용했든 김씨 일가만을 위한 운항이었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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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미끄럼틀, 국제규격의 수영장을 갖춘 80m짜리 대형 호화유람선과 60m 길이의 유람선이 강원도 원산 선박 정박장에 계류돼 있다. 평소에는 이 정박장에서 전용 유람선을 관리한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정성학

대북 제재 , 김씨 일가 호화생활 막기엔 역부족

현재 북한에는 총 4척의 김 총비서 전용 호화유람선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길이는 각각 50m, 55m, 60m, 그리고 80m입니다.

이 유람선들은 유엔 대북 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 최근 위성사진에 포착된 유람선은 길이 80m, 폭 15m 크기로 가장 크고 호화로운데, 선상에는 물 미끄럼틀이 갖춰져 있고, 50m 길이의 수영 레인이 총 4개가 조성돼 있습니다.

또 유람선을 운항하지 않을 때는 주로 강원도 원산에 있는 선박 수리, 정비 도크(정박소)에서 관리가 이뤄지는데, 실제 지난 3월에 촬영된 구글어스 위성사진에 따르면 80m 길이의 유람선과 60m 길이의 유람선이 원산 정박소에 나란히 계류돼 있었습니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상류층 혹은 최고 간부의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에서 유람선은 개인 소유가 불가능하다”며 유람선은 김씨 일가만 특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포착된 유람선도 김씨 일가를 위한 목적으로 운항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러시아의 고급 승용차 아우르스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마이바흐를 버젓이 수입하고, 나아가 호화유람선까지 이용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

최근 달러화, 위안화 환율 폭등, 식량 가격 상승 등이 북한 일반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김씨 일가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과연 대북 제재가 김 총비서를 비롯해 상류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한범] 국제 제재의 문제는 인민 경제 전반에는 효과는 나타나지만, 상류층은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공작원이나 가명을 사용해서 얼마든지 사치품을 수입하고, 따라서 이 제재를 지도층만을 위해 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일가의 호화 생활에 대한 제재는 큰 영향을 못 미친다. 민심이 나빠지니 김정은 위원장의 지지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김정은 일가의 호화생활을 막기에는 현재 대북 제재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