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가 전년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오늘날 북중 국경을 통한 탈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탈북민 구출단체들은 입을 모읍니다.
구출단체들은 특히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중 국경을 넘어 탈북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북중 국경 경비의 강화, 중국 내 감시와 비싼 탈북 비용, 강제 북송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올해도 탈북민 구출이 낙관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지난해 북중 국경 넘은 탈북민 '극소수'
지난해 여름, 어렵게 북한을 떠난 탈북민 두 명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탈북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이 탈북민들은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과 직접 거래해 탈북에 성공했고, 무사히 한국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들은 이모와 조카 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재평] 국경경비대 군인들과 직접 거래해서 바로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합니다. (한국 돈으로) 2천만 원 정도 주고, 이모와 조카가 여기 도착했더라고요. 제가 확인했어요. (지난해 12월 기준) 보호센터에 있는 걸로 봐서는 적어도 3~4개월 전에 (탈북)하지 않았을까 생 각합니다. 아마도 지난 여름에 나온 것 같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8일, 2023년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196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성 32명, 여성 164명으로 전년도에 입국한 탈북민 수(67명)보다 약 3배 가량 많은 수치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작년에 입국한 탈북민 중 해외에 오랫동안 체류하다 한국으로 넘어 온 탈북민이 대부분”이라며, 북중 국경을 넘어 탈북한 사람은 매우 극소수라고 밝혔습니다.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겁니다.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국경 봉쇄로 북한에서 중국 혹은 러시아로 탈북하는 것이 어려워진 가운데,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중 대다수가 이미 코로나 이전에 북한을 나와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1월 5일)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가 늘어난 이유는 중국의 코로나 정책이 바뀐 이후 중국 내 이동 통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역시 중국에서 ‘제로코로나(고강도방역)’ 정책을 포기하면서 중국 내 이동에 대한 통제가 많이 완화돼 당시 동남아시아 쪽으로 가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숫자가 많아졌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이시마루 대표는 오늘날 북중 국경을 넘어 탈북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중국으로 탈출하는 것 자체는 이제 굉장히 어려워졌고,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 합법적으로 외국에 나간 사람들이 도망쳐서 한국에 가는 사례는 앞으로도 있을 수 있죠. 그러나 2023년, 또는 2024년에 물리적으로 중국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고 저는 봅니다. 그만큼 국경 통제가 엄격해졌기 때문에 중국으로 탈북하는 것은 거의 근절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정착지원실장도 북중 국경을 통해 탈북하는 북한 주민은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철호] 지금 코로나 이후에 (북한에서) 나왔다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 추세가 지속될 것 같은데요. 지금은 중국과 북한이 물리적으로 철조망을 쳐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변동성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재평 회장도 북한 내에서 탈북을 돕는 활동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북중 국경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북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올해도 제3국 내 탈북민 구출 쉽지 않을 듯”

이런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제3국 내 탈북민들에 대한 구출 활동도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탈북민 구출 단체들은 올해도 ‘중국 내 감시 강화’, ‘높은 탈북 비용’ 등으로 탈북민 구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감시와 통제 강화가 대표적인 이유인데,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HRW)는 최근(11일) 발표한 ‘2024 세계 인권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이 국경에 대한 보안과 감시를 강화한 것이 북한 주민의 탈출과 이동에 큰 장애물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철호 실장은 탈북민 구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용’이라며 중국의 삼엄한 경비와 통제 때문에 탈북 비용이 적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철호] 중국의 통제가 심하다 보니 탈북 비용이 상승하는 부분도 있지만, 비용이 절감되지 않는다면 탈북민을 구출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구출이라는 것도 시급한 문제지만, 중국 내 통제나 단속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브로커들이 적은 금액으로 많이 진행하기 보다, 많은 금액으로 한두 번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또 중국에서 계속되는 탈북민 강제 북송도 구출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복수의 북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사이 100여 명의 탈북민을 추가로 북송하는 등 지난해 10월 대규모 강제 북송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탈북민을 북송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서재평] 제일 어려운 건 공안 당국의 단속이 더 강화되고, 중국 내 감시 시스템 또는 통제 상황들이 구출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어려운 점은 지난 3년 동안 잡혀있던 사람들이 다 북송됐잖아요. (중국) 현지에서 북송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만큼 중국이나 제3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을 두려워하면서 이동에 대한 의지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의 개방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인적 교류가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북중 양국의 삼엄한 감시와 통제, 탈북민 구출 비용 상승 등으로 올해도 탈북부터 구출까지 모든 과정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탈북 수단 다양화 가능성
지철호 실장은 현재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제3국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목선을 타고 탈북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해상을 통한 탈북은 두 건으로 13명의 탈북민이 한국 땅을 밟았는데, 코로나 대유행 시기인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없었던 일입니다.
지난해 5월 6일에는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9명의 북한 주민이 어선을 타고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했으며, 10월 24에는 동해상에서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남측 해역으로 넘어간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탈북 루트(방법)의 다양화는 북한 내부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통일부는 20~30대를 뜻하는, 이른바 MZ세대의 탈북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분석하고, 외교관과 해외주재원, 유학생 등 엘리트 계층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많이 탈북한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식량난 때문에 탈북했다’는 비율이 ‘북한 체제가 싫어서 탈북했다’는 비율보다 근소하게 높았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북한 체제가 싫어서 탈북했다’는 비율이 앞선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며, 이는 북한 내 MZ세대의 인식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통일부는 평가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