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민 감시와 각종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중국의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이 점점 고도화하는 가운데, 중국 내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안면인식 기술이 공공장소는 물론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에도 활용되면서 탈북민들이 잇달아 적발되는가 하면,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다 보니 탈북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이 탈북민에 미치는 영향을 취재했는데요.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인공지능 공포에 떨고 있는 탈북민의 상황을 천소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로 탈북민 적발”
[서재평] 코로나 기간, 중국에서 움직인 탈북민들이 잡혔던 경우가 있습니다. 공안 신분증 검열 현장에서 잡힌 게 아니고, 어떤 일정한 장소에 있을 때 급습당했습니다. 길거리가 아닌 주로 숙박에 있거나 어느 장소에 있을 때 한 번에 잡혔단 말이에요. 거의 다 추적해서 결정적인 순간에 체포해 버리는 거죠.
지난 3월, 중국에서 이동하던 탈북민과 현지 브로커 5~6명이 중국 공안에 붙잡혔습니다.
한국의 탈북민 지원단체인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은 “당시 탈북민들은 이미 추적을 받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9일) RFA에 전하며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안면인식 기술로 중국 내 탈북 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합니다.
탈북민 구출과 이들의 한국 정착에 힘써 온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도 (9일) RFA에 탈북민 구출 과정에서 안면인식 기술 때문에 중국 당국에 덜미를 잡혔던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김성은] 우리도 잡혔었어요. 코로나 전에요. 기차역 앞에 안면인식기가 있는데요. 그걸 통과하고 기차에 앉은 뒤 바로 잡혔어요.
이미 중국에서는 주민 감시와 각종 범죄 방지를 목적으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안면인식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 회장도 코로나 대유행 이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인공지능 기술이 중국 사회와 실생활에 얼마나 깊숙히 들어와 있는지를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재평] 단둥, 심양, 대련, 연길, 훈춘 등을 8박 일정으로 다녀왔는데요. 저를 아는 중국 국가안전부 직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저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있는데요. 중국을 다녀온 뒤, 조금 지나서 중국 국가안전부 직원이 그 사람에게 ‘서(재평) 사장이 지난번에 와서 엄청 많이 다녔다’고 했다는 거예요. 제가 호텔에 체크인을 한 건 심양과 단둥 두 곳뿐이었어요. 나머지 대련, 천진, 훈춘, 연길 등은 개인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숙박했어요. 여권 확인하는 게 없습니다. 현지 중국인에게 부탁해 추적이 안 되는 곳을 찾아서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중국을 다녀온 지 하루 이틀 지났는데, 그 사람이 제가 방문한 노선을 쭉 얘기하는 거예요.
당시 중국에서 열차와 장거리 버스를 주로 이용한 서 회장은 “카메라로 인물을 인식하는 것까지 발달해 있다”며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체감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재평] 대부분 지역이 다 그렇진 않겠죠. 작은 골목길까지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철도, 버스, 큰 사거리, 대형 쇼핑몰 등에는 국가가 관리하는 카메라와 인공지능이 연결된 시스템을 운영하니까 저를 바로 인식한 거예요.
“중국 국민 통제하려는 AI 기술이 탈북민 덜미”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안면인식 시스템인 ‘스카이넷’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과 장소에 따라 정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는 14억 명의 중국 인구를 단 몇 초 안에 식별할 수 있는 기술로 감시 카메라가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생체 인식과 음성 분석 등을 이용해 각 사람의 움직임과 통신 등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또 중국은 올해까지 6억 대의 새로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며, 이미 인구밀도가 높은 북경(베이징)과 상해(상하이) 등에는 인구 1천 명당 100대 이상의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탈북민 구출단체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관리 차원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안면인식 기능이 탈북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이 중국 내 탈북민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서재평] 중국이 탈북민을 겨냥해 인공지능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중국에는 많은 인구에 많은 범죄자들이 있잖아요. 국가안보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안면인식 기술로 범죄자들을 잡아내려고 (기술을) 발달시킨 거죠.
[김성은] 꼭 탈북자를 잡으려고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게 아니라 중국이 워낙 인구가 많으니 그걸 기반으로 해놓은 건데….
북한 외교관 출신의 고영환 한국 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도 (8일) RFA에 “중국 전역에 설치된 카메라와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 때문에 탈북민의 이동이 어려워졌고 탈북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주재우 한국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도 같은날 RFA에 “북한이 특정 인물에 대한 추적을 요구하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였을 때 안면인식 기술에 의한 적발의 위험성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면인식 기술로 대중교통 이용 제약 … 탈북 비용은 급등

중국의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등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안면인식 기술이 활용되면서 탈북민의 이동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탈북민 구출 활동을 진행 중인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구출팀장은 (9일) RFA에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발달로 현재 탈북 과정에서 철도나 버스 등 대중교통은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 차량으로 움직이는 것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철호] 이전에도 쉽지 않았지만, 기차역 혹은 버스 정류장 이용이 더 쉽지 않아진 게 현실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탈북민의 이동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기차역이나 버스 정류장의 접근이 더 힘들어진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 (대중교통) 이용이 힘든 게 현실이고요. 그러다 보니 브로커의 차량으로 이동하고 (탈북에) 정교함이 필요해 과거에 비해 구출 비용이 더 올라가는 것도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북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김성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죠. 안면인식 기술로 탈북민이 잡히고, 탈북민이 잡히는 건 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브로커가 잡히면 탈북민을 이동시켜 줄 수 있는 길이 차단되는 겁니다. 탈북민들이 버스, 기차 등을 못 타고 많은 돈을 주고 승용차나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탈북 비용이 과거에 비해 7~8배 올랐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탈북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죠.
김 목사에 따르면 과거 중국으로부터 한국까지 가는 비용이 한국 돈으로 약 300만 원 (미화 2천350달러)미만이었지만, 지금은 약 1천500만 원에서 2천만 원(미화 1만 5천 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동남아시아를 통한 탈북 비용이 한국 돈으로 1억, 미화로 약 8만 달러에 이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탈북 비용 급등은 결국, 탈북 감소를 야기한다고 김 목사는 지적합니다.
[김성은] 아무리 뜻을 좋게 가졌어도 도와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고요. 탈북민이 스스로 온다고 해도 그 많은 돈을 탈북민이… 가장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그 돈을 구해서, 그 돈을 내고 한국에 온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영향을 미치고 물론 코로나 때보다는 조금은 더 오겠지만, 탈북자 수가 과거에 비해 상당한 사람들이 오고 싶어도 못 오는 불행한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중국에서 탈북민을 데려오는 구출 단체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감시 카메라를 피해 인구 밀집 지역이나 인구 이동이 많은 곳을 다니지 않고, 소수의 인원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또 탈북민들에게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려주는 것도 구출 단체의 몫이 됐습니다.
[서재평] 모르니 잡히겠죠. 그 정도로 얼굴이 드러나면 바로바로 잡히는 거에 대해서 몰랐을 겁니다. 중국에서 숨어 다닐 수조차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하면 절망적이죠. 중국을 방문하면 웬만한 사거리에 카메라가 거의 10대씩 배치돼 있습니다. 조그마한 버스 정류장에 3~4개씩 있어요. 중국은 완전 카메라 천지입니다.
[지철호] 옛날에는 중국 공안의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공포스러웠는데, 이제는 들리는 공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고, 인지하지 못하는 더 많은 공포 속에 노출돼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인 거 같습니다.
아직 중국에서 안면인식 기술에 의해 적발됐거나 체포된 탈북민 통계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또 중국의 감시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외부 사람이 많아 북한 사람을 따로 식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일부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실생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새 탈북을 원천 봉쇄하는 도구로 바뀌면서 중국 내 탈북민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