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탈북민 “파병군, 최소한 굶주리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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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이 '총알받이'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 내 주민과 한국 내 탈북민 사회에서는 "최소한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보다 나을 수 있다"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또 파병을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긴다면 오히려 이를 반기는 병사들이 많을 것이란 게 탈북민들의 관측인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는 파병 군인의 부모를 통해 조금씩 관련 소식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삼시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잖아요”

[서재평] 북한에 있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북한만큼 군 보급이 엉망진창인 곳이 없잖아요. 러시아는 최소 식품 쪽으로는 마음껏, 배불리 먹을 수 있잖아요. 고기도 좋고, 달걀도 좋고. 만족도는 높을 거예요.

[김진무] 오히려 러시아에 가면 러시아 옷도 주고, 러시아 전선에 있는 병사들이 굶는다는 이야기는 없잖아요. 병사들이 잘 먹겠죠. 북한 사람들, 특히 군대에 있는 사람들은 먹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소식에 한국 내 탈북민과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히려 북한보다 나을 수도 있다”라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북한 군대에서 배불리 먹지 못하고 굶주리는 병사들이 많은 가운데 오히려 러시아에 파병된다면 최소한 마음껏,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파병된 군인들은 식량 걱정이 줄어들어 북한에 있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 문제를 연구하며 군 출신 탈북민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김진무 전 한국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도 23일 RFA에 “북한에서 특히 군대에 있는 사람들은 먹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며 적어도 파병을 나간 북한 군인들이 “굶는 일은 없을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기자]실제 전장에 파병된 건데요. 목숨이 위험한데도, 파병이 낫다고 생각할까요?

[김진무] 일단 연해주로 넘어가면 러시아 관할이니까 북한 병사들이 도착한 날부터 잘 먹겠죠. 러시아가 일단 삼시세끼 잘 먹이고, 북한 군인들은 고기 먹으니까 일단 행복하겠죠. 전선에 가는 것은 두 번째 문제고, 훈련하는 것에 행복해할 겁니다. 일단 먹을 것 잘 주고, 옷도 잘 주고 하니까요.

[서재평]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해외로 나간다는 걸 대단한 것으로 생각할 거예요. 당연히 자부심이 있죠. 본인들도 해외에 나가서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잘 먹고, 전투라는 것도 해보고.

이런 분위기는 북한 내부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25일 RFA에 “러시아로 파병된 병사들의 부모를 통해 북한군 파병 소식을 알고 있는 북한 주민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부모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파병된 자식을 걱정하지만, 일반 주민 사이에서는 “최소한 배는 곯지 않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지금도 대부분 부대의 식사가 한심하지 않습니까. 제대로 먹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부모들이 열심히 돈을 벌어 보내주는데, 부대에서 받지 않으니까, 주변에 있는 집에다 맡깁니다. 그런데 우리 취재협조자의 아는 사람이 그 집에(브로커) 돈을 부치려고 했는데, "러시아로 나가게 됐으니, 돈을 부치지 말라고, 아들이 있는 부대가 러시아로 나갈 거다"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합니다. 부모들은 자식이 일단 외국에 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부모가 아닌 일반인들은 "그래도 러시아에 나가면 배는 고프지 않겠지. 치즈, 우유 등을 많이 먹을 수 있으니 차라리 낫지 않겠냐"라는 의견도 있었답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파병 문제에 대한 입단속을 엄격하게 하는 가운데, 여전히 자식이 러시아로 파병되는 것을 모르는 부모가 대부분이고, 만약 소문이 확산하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앞다투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시마루 대표는 러시아로 파견되는 부대가 어느 지역인지를 묻는 말에 취재협조자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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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방부 총정보국(HUR)이 지난 23일 텔레그램에서 올린 북한군 포로수용시설 소개 영상. / 텔레그램 ‘나는 살고 싶다’ 영상 캡처

이런 가운데 탈북민 사회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에서 약 10년 동안 여군 장교로 복무했던 탈북민 김단금( 비단금TV) 씨는 24일 RFA에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 파병을 '입당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오히려 자진해서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만약 본인이 아직 군대에 있었다면 당연히 파병에 지원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김단금] 북한군은 당원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러시아 파병을 다녀오면 입당을 시켜준다는 조건이 꼭 뒤따를 것 같아요. 파병을 다녀오면 북한 사회에서 경력에 포함되고, 간부 등용이 되는 것도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파병) 가는 걸 누구도 꺼리지 않아요. ‘이 기회에 나도 나가겠다’라고 하겠죠. 그래야 충성심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다녀오면 앞으로 북한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경력에 (파병이) 포함되기 때문에 탄탄대로죠.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서 회장도 “탈북민들은 당연히 러시아에 북한 군인이 파병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재평] 러시아와 북한은 역사 깊은 혈맹 관계입니다.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하고, 김정은(총비서)이 역사적, 정통적 제1우방국이어서 보낸 것이니 탈북민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어요.

[김단금] 파견하는 것에 대해 놀라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현재 현역 군인으로 복무하는 상황이라고 하면, 러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북한군이 파병을 나가야 한다고 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나갔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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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파병군, 시행착오 겪겠지만 전력에는 도움 될 것”

지리, 기온, 언어 등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선 환경에서 북한군이 실질적으로 러시아군 전력에 도움이 될까.

김진무 교수는 ‘현 전선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러시아가 불안한 상태가 아닐까’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군으로 병력을 보충한다면 최소한 지금의 전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히려 훈련이 잘돼 있는 북한의 특수부대가 파병됐다면, 우크라이나 전선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game changer)이란 설명입니다.

[김진무] 특수부대에만 국한해서 말하자면, 그들은 훈련이 잘돼 있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우크라이나는 전선이 넓잖아요. 그럼, 후방이 다 비어 있습니다. 후방에서 교란하면 우크라이나 전선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RFA의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도 지난 23일, 파병된 북한의 폭풍 군단은 기습과 교란, 후방 침투 등의 특수 임무에 최적화된 부대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전술을 펼친다면 러시아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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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 AP

오경섭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23일 RFA에 “현재 러시아군이 병력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북한군 파병은 교착 상태에 있는 러시아군의 전력을 보강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특수부대라 하더라도 치열한 격전지에 배치된다면 초기 전투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오 연구위원은 내다봤습니다.

[오경섭] 북한 특수부대가 지금 1천500명 정도가 1차로 파병됐고, 전체 인원이 1만 2천 명 정도 파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병력이면 러시아 쪽에서는 실제로 부족한 군 병력을 일정하게 보충할 수 있는 군사력 보강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파병된 북한군에게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고, 그 전장 환경 자체에 적응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도전 요인이 될 수밖에 없고 상당히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겠죠. 전장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신승기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23일 RFA에 대규모 해외 파병의 경험이 없는 북한군들이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승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마 의사소통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신속한 반응 등이 제한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고 급박하게 전투하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안 될 때도 있거든요. 갑자기 잘 이해가 안 되는 언어가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격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런 문제들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리 훈련을 반복한다고 해도 그런 부분에서 아군끼리 오인 사격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죠.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했다고 밝힌 후 미국 정부도 지난 23일 북한군이 러시아에 있다는 것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보낸 대가로 러시아의 미사일과 인공위성 기술, 원유, 식량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병력까지 보낸 것에 대한 대가는 무엇일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진무] 이번 병력을 보내면서 무엇을 받았을까요. 김정은이 단순히 식량 혹은 통치 자금을 받으려고 했을까요. 그건 아닐 것으로 봅니다. 군사 기술에 대한 게 아닐까요. 과연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지원하느냐 안 하느냐, 여기에 관심이 있는 거죠. 전략무기, 핵미사일 기술에 대한 도움을 받을 것인가, 재래식 전력에 대한 도움을 받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지금 북한군의 현대화와 이번 병력 파견과 관련이 있느냐, 재래식 전력이 너무 낙후돼 있으니까요. 반면, 러시아가 핵미사일을 그렇게 많이 도와주지는 않을 거예요. 북한군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거든요. 그러면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니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