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밀착한 북·러 관계 속에 지난 5월부터 중국 단둥 세관 앞에 화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쌓였다 사라지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식별됐습니다. 또 나선-훈춘 구간에도 화물 트럭의 움직임이 분주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북러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를 의식한 중국이 무역량을 더 늘리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화물 중에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위한 건축 자재가 주를 이룰 것이란 관측 속에 북러 무역이 증가하면서 중간 유통 노선인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지난 5 월부터 반복적으로 화물 쌓였다 사라져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15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중국 단둥 세관 앞에 빨간색 물체가 쌓여있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화물 또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 이 물체는 북한 진입을 앞두고 세관 절차를 위해 단둥 세관 앞에 야적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바로 전날인 14일에는 없었던 것들입니다.
이처럼 단둥 세관 앞에 화물이 쌓였다가 사라지는 움직임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5월 13일에도 화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단둥 세관 앞에 쌓여 있다가 며칠 뒤 사라졌는데, 6월과 7월에 걸쳐 비슷한 정황이 반복된 겁니다.
실제로 6월 30일에는 세관 앞에 아무 것도 없었는데 지난 3일에 화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적재됐고, 다시 14일에는 모두 사라졌다가 다음날인 15일에 또 다시 빨간색 물체가 다시 식별됐습니다. 또 화물 적재량은 단둥 세관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단둥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온 화물과 컨테이너들은 방역을 위해 의주비행장에 보관되는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의주비행장의 최근 모습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플래닛랩스가 지난달 28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길이 2.4km, 폭 6m의 활주로에는 각각 180m 길이로 추정되는 10개 동의 검역소가 있고, 파란색과 흰색, 빨간색 화물들이 쌓여 있는 모습도 식별됐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RFA에 “의주비행장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보이는 화물이 검역을 위해 옛 활주로에 쌓인 모습이 확인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탈북민 출신 농업 전문가인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도 16일 RFA에 의주비행장에 쌓여 있는 물체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데, 중국 단둥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 김혁 ] 단둥 세관에서 확인됐던 컨테이너가 빨간색이잖아요 . 대부분 컨테이너 자체가 그냥 컨테이너가 아닌 차량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면 의주비행장에 쌓아 놓습니다 . 의주 비행장은 물류 창고로 활용을 하거든요 . 의주비행장에 빨간 컨테이너가 확인됐다면 ( 단둥에서 들어온 화물을 ) 옮겨놓고 비행장에서 화물을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북중 국경 봉쇄가 해제되고 북중 간 국가 무역이 재개됐지만, 중국 단둥 세관에 화물과 컨테이너가 적재된 모습은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단둥 세관에 이런 정황이 반복적으로 식별된 것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종수 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12일 RFA에 “러시아와 북한이 모든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중국도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박종수 ] 지금 북중 사이에 많은 교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러시아와 북한이 지금 모든 분야에 대해서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거든요 . 옛날 냉전 당시에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하면서 수시로 활용했습니다 . 중국과 교류하다 마음에 안 들면 러시아와 하고 , 그러면서 경쟁을 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 지금 러시아와 북한이 워낙 교류가 활발하니까 중국도 어느 정도는 따라줘야 합니다 . 북한과 러시아에 비례해서 중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
김혁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북러 관계에서 자극을 받으면서 북중 간 무역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 김혁 ] 5 월 이후부터 이런 모습이 보였다면 북러 간 문제일 가능성이 크겠죠 . 북러 관계에서 자극을 받으면서 …. 중국이 물류와 관련해 통제도 일부 한다는 소식은 계속 나오고 있었잖아요 . 통제는 까다롭지만 , 어느 정도는 허용을 해주는 체계로 바뀐 게 아닌가 . ( 북중 무역이 ) 앞으로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대신 견제는 하겠죠 . 일정한 정도의 물류는 공급해 주겠지만 , 긴장 관계를 아예 내려놓게 할 수는 없죠 . 긴장 관계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결국 , 상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죠 .
' 지방발전 20X10' 정책으로 건축 자재 수입 가능성
최장호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17일 RFA에 지난 5월부터 이런 현상이 보이는 이유로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전승절을 꼽았습니다.
최근 들어 북중 무역이 활발해졌다면, 지난해와 올해 수입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비교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지방발전 정책에 필요한 건축 자재 관련 수입이 늘었다는 지적입니다.
[ 최장호 ] 두 가지가 있는데 , 하나는 건축자재가 의심되고 , 또 하나는 전승절 행사가 있습니다 . '20X10 정책 ' 을 하는 지방 도시들이 많으니까 , 건축자재라 하는 것은 바닥 , 합판 , 베니어판 , 플라스틱 바닥 깔개 , 페인트 , 조명기구 , 벽지 , 가구 등이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싶은데요 . 제가 알기로는 아직 단둥에서 화물 트럭이 정기적으로 들어가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노동자들이 귀환할 때나 7 월 전승절 ,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경우에 가곤 합니다 . 왜 5 월부터 이런 현상이 보이는지를 봤을 때는 5 월부터 산업 생산과 관련된 원부자재 수입을 주로 하기 시작하니까 이런 현상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
북중 간에 활발한 교역 활동이 포착된 것은 단둥뿐이 아닙니다.
지난달 19일, 나선-훈춘 지역에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함경북도의 원정 세관과 중국 취안허세관 사이를 잇는 두만강대교를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니 중국 취안허세관에는 화물 트럭들이 북한 진입을 앞두고 세관을 통과하거나 대기 중인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또 세관을 통과한 뒤 북한으로 가는 두만강대교를 건너기 전 대기하고 있는 트럭들도 식별됩니다.
정성학 연구위원은 “북한 원정세관의 넓은 공터에도 수십 대의 화물트럭이 몰려있는데, 이 트럭들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차량 정비고 앞에도 많은 차량이 식별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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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팀장은 지난해 10월 직접 원정 세관 쪽을 방문했다며 이 지역의 교역량은 꾸준히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최장호 ] 원정리 세관 쪽은 제가 작년 10 월에도 갔었거든요 . 10 월에 여기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 훈춘 , 원정리 세관은 원래 이랬습니다 .
이상숙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연구교수는 16일 RFA에 북중 간 무역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지만, 아직 완전히 활성화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훈춘 쪽은 북중 무역뿐만 아니라 북러 간의 거래 통로일 수 있다면서 “훈춘 쪽이 이전보다 활성화됐다면 북러 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러 밀착이 강화하면서 중국이 북한과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지만, 경제적인 교류나 거래를 중단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이상숙 ] 안보 협력에서 중국이 참여하는 것은 항상 거리를 두지만 , 경제적인 부분은 중국이 거리를 두지 않습니다 . 여전히 중러 간 경제 협력은 긴밀하고 , 북중 간 경제 교류는 끊이지 않고 있는 거죠 . 결국 , 북∙중∙러를 묶을 수 있는 것은 경제라고 봅니다 . 훈춘이 중심이 될 거고요 . 중국은 북러 안보 협력에 거리를 두는 거지 , 러시아나 북한과 경제 교류에 거리를 두는 건 아니다 . 다만 왜 지금 중국과 민간 무역이 활성화되지 않았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 어쨌든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준수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저촉되지 않는 거래가 많지 않잖아요 . 그렇기 때문에 아직 민간 무역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런 가운데 최 팀장은 오히려 중국이 북러 간 밀착을 내심 반기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러시아가 수출을 위해서는 서쪽 유럽을 통해 가는 노선과 유럽을 통하지 않고 북극 항로로 가는 노선, 우크라이나 쪽 지중해로 나가는 노선, 그리고 중국을 통해 가는 노선이 주요 통로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의 제재로 대부분 길이 막히다 보니 시베리아 철도 노선과 중국을 경유하는 것이 러시아의 유력한 ‘수출 길’이기 때문입니다.
[ 최장호 ]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으로 무역을 한다 해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거쳐 하산 - 두만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만주를 통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오는 게 물류비가 저렴하고 시간도 절약됩니다 . 그래서 북중 관계가 안 좋더라도 북러 무역이 활성화되면 사실상 중국을 경유한 무역액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런 화물 트럭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
이처럼 위성사진을 통해 최근 북중 간 교역이 더 활기를 띠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북러 관계가 밀착할수록 중국이 이를 의식하던, 아니면 경제적 반사이익을 얻던, 대북 경제 교류는 더 분주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