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방북 당시에 찾았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아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짧은 방북 일정에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실용주의적 관점’에 더 집중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김 총비서의 노력도 엿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푸틴 대통령의 짧은 방북 일정 , ' 실용적 ' 사용에 방점
24년 만인 지난 19일,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애초 18일부터 19일까지 예정됐던 일정이 19일 당일치기로 변경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비롯해 공식 환영행사 등에 참석했지만, 2000년 방북 당시 찾았던 금수산태양궁전은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묵었던 금수산영빈관 옆에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이 있지만, 이번에는 일정에서 빠진 겁니다.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총비서가 푸틴 대통령의 중요한 시간을 뺏는 의례적인 것들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생략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애초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에서 금수산태양궁전까지 참배한다면 정작 다른 중요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겁니다.
[ 정성장 ] 과거에 스위스 유학 경험도 있고 , 외국의 기준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 과거 김정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아버지 생일에 반드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면 , 김정은은 김일성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보다 훨씬 더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같은 의례적인 행사는 생략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정 센터장은 방북 기간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의례적으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수도 있겠지만, 짧은 일정에 참배까지 하면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방식이 아닐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18일 RFA에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긴 일정이 아니라며, 금수산태양궁전까지 참배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한범 ] 지난해 9 월 이후 9 개월 만에 푸틴 대통령의 신속한 방북만으로도 이미 정치적 의미가 큽니다 . 사실 양측 관계는 지난해 9 월에 합의할 건 다 합의됐습니다 . 그러니까 이번은 일종의 화려한 ' 정치적 쇼 ' 예요 .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일정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고요 . 이번에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하는 단계에선 제일 높은 단계 , '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 로 격상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 그러니까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주요 행사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떼어내며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보이려는 경향을 보여왔던 김 총비서.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생략한 것은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김 총비서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정성장 ] 김일성 시대 , 김정일 시대와 비교했을 때 정책이나 노선에서 분명히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 , 김정일을 절대화하면서 김정은 시대의 시장 친화적인 경제 노선 , 현대적인 경쟁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병행 , 조화시키기가 어렵겠죠 . 과거의 유산을 완전히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 과거 유산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는 탈피하려고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
조 선임연구위원도 김 총비서가 ‘선대 지우기’와 함께 본인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해방탑 헌화의 경우, 김일성 전 주석과 소련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 조한범 ] 푸틴 대통령이 노동신문 1 면에 기고문을 냈는데 , 관동군과 항일 유격대와 소련군이 싸웠던 일화 , 1946 년 소련군이 세운 평양 해방탑 , 그리고 6 · 25 때 소련이 지원했던 것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 선대 지우기 ' 는 하고 있지만 , 그 정도로 과속은 아니다 . 김정은 본인을 내세우는 거죠 . ' 김일성∙김정일 주의 ' 라는 말은 계속하고 있거든요 . 오히려 소련이 김일성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 조국 해방탑의 경우 사실 조서 관계 , 김일성과 소련 관계를 의미하는 거거든요 . 가장 상징적인 거니까요 .
24년 만의 방북, 지난해에 이어 9개월 만에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의료∙의료교육, 과학협력 협정 체결과 함께 포괄적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밀착한 북러관계를 국제사회에 과시한 가운데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