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가장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돈을 버는경제활동의 주체로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 민 김혜영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 합니다 . 혜영 씨 . 안녕하세요 . 코로나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물자뿐 아니라 사람들의 왕래도 뚝 끊겼는데요 . 특히 중국인 , 외국인 관광객들도 2 년 넘게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관광이 위축됨에 따라 북한이 입은 경제적 타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
[김혜영] 북한에서 관광은 매우 중요한 외화벌이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 이후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한 것도 관광업을 통한 수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고요. 관광은 대북제재 위반도 아닙니다. 관광이 활발하던 시기에 중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을 찾으면서 많은 수입을 올렸는데,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2년 넘게 봉쇄되면서 관광업도 멈췄습니다. 관광을 통한 주 수입은 북한 당국이 가져가지만, 안내원이나 식당 종업원, 외화상점 직원 등에게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부수입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북한 당국이나 종업원들이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외국인 관광객과 접촉할 일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북한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
[김혜영] 북한에서 관광지라고 하면 주로 백두산과 금강산, 칠보산, 삼지연, 그리고 인근 혁명사적지들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온천도 빼놓을 수 없고요. 이곳을 중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관광업이 활발했던 시기에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습니다. 주로 보위부 직속 일꾼들이 이 일을 담당하는데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올 때마다 이들을 안내하고 감시하는 사람들은 다 보위부 사람들로 구성합니다. 또 관광지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점원들은 출신성분이 좋고, 인물과 체격이 준수한 사람들로 선발돼 배치됩니다.
-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파는 물건은 주로 무엇인가요 ?
[김혜영] 주요 관광지마다 기념품이나 특산물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있는데요. 외화상점처럼 외국산 수입품 먹거리나 물건도 있지만, 국산품도 많이 진열돼있습니다. 주로 미술품이나 수공예품, 뱀술과 같이 특이한 현지 특산물들, 약재 등을 팔기도 하죠. 산삼이나 개성인삼, 고려홍삼 같은 것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이런 기념품이나 특산품을 팔아 수입을 벌어들이는데, 관광업의 수입은 모두 당국이 가져가는 대신, 안내원이나 관광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람들은 팁을 받으며 수입을 올리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중국인이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관광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부 수입도 거의 없겠는데요 .
[김혜영] 아마도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관광객에게 물건을 판매했던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졌으니 일자리가 사라졌을 테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할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 국면이 풀리고 북중 국경이 열려 인적 교류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관광업을 재개할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때 그 일을 하던 사람들이 돌아오겠죠. 관광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만만치 않고, 대북제재와 북중 국경 봉쇄로 외화벌이 수입이 급감한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는 관광이기 때문입니다. 관광업이 살아나면 이 일에 종사했던 사람들도 조금 여유가 생길 겁니다.
- 일본 ' 아시아프레스 ' 에 따르면 관광도시로 조성했던 삼지연에 많은 젊은이들을 보냈고 , 그들도 많은 관광 수입을 기대했는데 ,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까 고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 관광지로 꾸몄던 다른 도시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혜영] 삼지연은 항일혁명 때 김일성 주석과 김정숙이 조국의 첫 발자국을 남긴 곳이라며 김 부자와 김정숙의 동상이 많이 세워졌고, 항일 혁명업적의 기념탑들도 건설됐습니다. 또 삼지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가도 있고, 백두산 바위에 새긴 정일봉이라는 글씨도 있고요. 대형 박물관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삼지연을 제2의 평양이라고 해서 이곳 사람들에게 평양시와 같은 특권과 공급을 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 백두산과 삼지연을 더 잘 꾸려서 백두 혈통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관광특구로 발전시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삼지연의 날씨는 너무 춥고, 기본적인 농사가 제대로 안 되는 곳입니다. 삼지연은 원래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 아니어서 인구도 매우 적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삼지연 관광특구를 만들어 많은 청년들을 이곳으로 보냈지만, 살기가 너무나 힘든 곳입니다. 관광도시가 될 것이란 말만 믿고 갔는데, 정작 관광객은 한 명도 안 오고, 농사는 안 되는데 장사까지 할 수 없으니 어떻게 살겠습니까. 또 추운 지역이나 전기나 난방이 매우 중요한데, 이마저도 국가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그곳 사람들이 매우 힘들게 살 것은 뻔한 일입니다. 다른 관광특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아직도 완공하지 못한 관광특구도 있지 않습니까.

- 외국인 관광객이 없다면 내국인 관광객을 통한 수입 창출도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요 .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관광업은 어떻습니까 ?
[김혜영] 애초에 김정은 총비서도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가진 달러를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여행을 좋아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여행이 쉽게 되겠습니까.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목적지마다 숙박검열을 하거나 보위부에 여행 목적과 숙박 장소 등을 일일이 자진 신고해야 하고, 인민반장에게도 보고해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귀찮죠. 또 경제가 활성화되고, 개인마다 여유가 있어야 관광이 가능한데 이미 장사가 잘 안되고, 현금이 돌지 않아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관광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김정은 정권이 관광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 코로나 국면이 완화되면 관광업에 더 주력할 것 같습니다 . 앞으로 북한의 관광업이 잘 거라고 보시나요 ?
[김혜영] 저는 그런대로 잘 될 거라고 봅니다.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된 나라이긴 하지만, 그만큼 호기심 때문에 가려는 사람도 많고, 북한이 워낙 선전을 잘하기 때문에 북중 국경이 열리면 외국인들도 다시 북한을 찾을 겁니다. 하지만 오직 돈벌이를 위한 외국인 관광에만 그치지 말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북한 곳곳을 마음껏 여행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관광도 활성화돼야 돈이 돌고,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돈을 쓰면 관광지를 중심으로 지역 시장과 경제도 살아날 테니 말입니다. 또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도 외국인 관광객처럼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서 좋은 것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고대해봅니다.
-네. 오늘은 뚝 끊긴 북한의 관광 수입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 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