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17일 전쟁 범죄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도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부의 리나 윤 북한 전문 선임연구원은 김 총비서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그에게 인권 침해의 책임을 묻기 위한 범죄 정보의 문서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리나 윤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김정은 ICC회부 당장 어려워”
[기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범죄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후 김정은 북한 총비서도 인권 침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리나 윤] 기술적으로 김 총비서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ICC는 123개의 가입국이 있는 조약에 근거한 재판소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가입국이 아니죠. ICC는 주로 반인륜적 범죄, 대량학살,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에 대해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국가가 ICC에 속해 있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김 총비서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어려워 보입니다. ICC는 조사와 기소만 할 수 있고, 북한이 재판소의 관할권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이 밖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ICC 검사들에게 (김정은) 사건을 맡아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청은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진행돼야 하는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입장은 안보리가 반드시 북한에 대한 상황을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안보리 회원국들과 다른 유엔 회원국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유린 행동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단체들은 앞으로 ICC 회부를 위한 절차를 준비하기 위해 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문서화하고 보존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이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서울에 있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부여한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소가 가능해지는 순간이 오기 전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일이 닥쳤을 때 이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 사례들을 봤을 때 준비 작업 없이 책임을 묻는 절차가 그냥 발생한 적은 없었습니다.
[기자] 만약 ICC에서 김정은 총비서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리나 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표됐을 때 그 보고서는 북한에서 반인륜적 범죄가 발생했으며 이는 정부에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김정은을 지목했고, 그는 당시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리고 김 총비서는 몇 년 동안 유엔의 특별보고관들이 말하는 것,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북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프로젝트에 반응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지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이는 북한이 우리가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북한 당국은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북한이 더 조심할수록 북한 사람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는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의 심각한 수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권과 안보는 동전의 양면… 따로 갈 수 없어”

[기자] 말씀하신 대로 유엔이 COI를 수립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10주년을 맞아 국제사회가 이를 주목하고 앞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진전을 촉구하고 있는데,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리나 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 진보적인 문재인 한국 대통령 정권을 거치면서 북한 인권에 있어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북한과 대화했고, '안보'와 '관여'에만 초점이 맞춰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북한에 대한 의미있고 포괄적인 접근은 없었습니다. 저는 인권과 안보 간의 분열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북한이라는 국가에 대해서 이 두 문제를 떨어뜨려놓을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안보와 인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북한 정권은 생존 목적을 위해 그들이 핵무기, 미사일 능력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착취와 강제실종 등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권과 안보 두 가지 중 하나 만을 언급할 수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북한과 더 의미있는 대화를 재개하고, 외교관들과 유엔 관계자 등이 북한에 복귀해 북한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침묵을 강요당하는 북한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내줄 수 있겠습니까.
[기자]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다루는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5년 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리나 윤] 우리는 한국 정부에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이고, 이러한 가치가 정부 정책의 밑바닥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분열돼 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고, 보수정권들은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 인권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인권 증진뿐 아니라 북한이나 다른 나라의 인권도 지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이에 따라 행동하고 이 분야에서 지도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지역적으로 인권에 관한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하고 세계적으로도 훨씬 더 강력하게 인권에 기반한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기자]네. 지금까지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부의 리나 윤 선임연구원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