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올타 연구원 “한미, 정권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대북정책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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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의 케일라 올타(Kayla Orta) 연구원은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협상이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협상장에 복귀하더라도 기대한 만큼 대중적인 관심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대화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올타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또 그는 지난 1994년 북한과 전쟁 발발 직전까지 가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제1차 북핵 위기의 교훈을 되새기며, 미국과 한국도 국내 정치와 정권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담에 서혜준 기자입니다.

“북, 진지한 협상보다 정상회담 ‘무대’ 추구”

[기자] 케일라 올타 연구원님, 현재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는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케일라 올타] 제 생각에 북한은 '벼랑끝전술' (즉, 강도 높은 위험 조치를 통해 국면을 전환시키는) 외교에 있어 한계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아직 7차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겁니다. 북한은 이미 완전한 핵 프로그램으로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언했기 때문에 (7차 핵실험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발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도 어느 정도까지 핵도발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핵보유국임을 계속 강조하면서 지난 12월에 무인항공기 도발과 수중미사일 발사도 감행했는데, 이것은 그들이 뉴스와 대화 등에서 (미국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능력을 선보이는 일종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은 도발 수위를 유지해 한국이 먼저 대화를 요청하도록 하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있거나, 윤 대통령의 임기 말에 대화의 장이 열릴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북한은 현상황이 이득이 되지 않는 시기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은 한미 대통령들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정상회담 ‘무대’를 만들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대화를 나누기 보다 그저 그들이 원하는 ‘정당성’을 추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지한 협상이 아닌) 대중적인 관심을 끌 만한 정상회담을 기대한다면 조 바이든,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를 기다릴 겁니다.

[기자] 과거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신 바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현재 북한과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케일라 올타] 과거 북핵 위기는 그 당시의 아쉬움과 교훈에 대한 복합적인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가장 큰 교훈은 대북 정책이 미국과 한국에서 단순히 외교 정치로 여겨진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의 영향이 있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한반도와 관련한 미국 내 초당적 또는 당파적인 문제가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거듭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적으로 한 대통령의 임기 이후에도 대북 정책의 지속 가능 여부가 문제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1차 북핵 위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미국의 대북 정책에는 초당성이 결여됐으며,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서 차기 행정부로 바뀔 때도 (대북 정책에 대한) 준비 작업에 같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미북 (제네바) 합의의 실패를 야기했다는 겁니다.

저는 현재의 대북 정책이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공언한 상황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등 매우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 또한 미국의 우선과제 중 하나여야 한다고 봅니다. 북핵 의제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은 작년부터 심각한 수준으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증가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이는 미국 워싱턴에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그들의 부분적 ‘계획(agenda)’이자 관심을 끌기 위한 놀이 같은 겁니다.

“원자력 에너지 등 미래지향적 주제로 대화 물꼬터야”

[기자] 당시 미국이 북한과 다시 대화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역할을 축소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케일라 올타] 북한 상황의 큰 문제점은 그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어겼다는 겁니다. 이 조약은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의 핵 통제 및 관리의 목적뿐만 아니라 국가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 접근을 허용토록 하는 안전장치였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처음 이 조약을 탈퇴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추진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안타까운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핵)시설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실제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을 어떻게 다시 대화에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하고, 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은 특히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안전과 안보를 둘러싼 대화의 장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와 대화의 기회가 있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유엔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활동을 막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이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북핵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루지 못한다면, 국제적으로 확실한 정책을 진전시키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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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산업미술전시회, '무인농기계' 도안 눈길 평양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개막된 태양절경축 국가산업미술전시회장에 무인트랙터, 황금벌 무인벼수확기, 무인농약분무기 도안 등이 전시됐다고 보도했다. /연합 (나기성/YNA)

[기자] 한국 통일미래기획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북핵 문제, 경제협력, 북한 인권 문제를 삼위일체로 묶어 추진하는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케일라 올타] 이 주장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이와 같은 주제가 여러 번 제안됐기 때문에 새로운 주제나 제안은 아닙니다. 동북아는 1970년대의 유럽이 아니고, 북한은 소련 또는 동독과 같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북한 문제는 좀 다르다 생각하고, 저는 일관된 틀(model)을 갖는 것이 그 주제에 대한 정책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헬싱키 협정과 일대일 비교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이 협정이 효과적일 수 있었던 건 '정권 교체'가 주의제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애초에 헬싱키 모델은 안정적인 체제를 갖추고 안팎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경우 우리는 실제 북한의 입장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이런 대규모로 엮인 다국적 협력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러한 틀을 발전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더불어 남북간에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현재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따라서 헬싱키 모델을 한반도, 또는 동북아에 적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지속하기도 매우 어려울 것이고 시작 조차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다국적 협력 및 경제 통합으로 돌아가 그것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미래에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매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더욱 그리기 어려운 그림입니다.

[기자] 정책 지속가능성의 여부가 핵심인 것 같은데, 현재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케일라 올타] 분명히 모든 대통령마다 다른 핵 의제가 있을 것이고, 다른 종류의 이념적 요구가 있을 겁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정책을 오가고 있지만, 균형을 찾으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담대한 구상'을 내놓았을 때 실질적인 대화의 주제라기보다 단순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에너지 협력과 기후 변화, 환경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일반적인 정치적 내용에서 주제를 넓혀 산업적인 부분에 대한 여지를 분명히 남겨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기후 변화와 환경 개발을 다루는 대화에 있어서 그들이 세계적인 주역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것이 명백한 요점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가뭄과 홍수 등 농업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산업 간에 일종의 '가교' (bridge) 역할을 하는 인도주의 지원의 한 지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권 측면에서는 비핵화와 인권에 대한 대화를 연관짓기는 매우 복잡할 겁니다. '인권을 언급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인가',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증명하거나 비핵화를 강요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인가' 등 최종 목표를 말이죠.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가 한가지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해 다른 요소들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안보, 군사적인 대화를 흐리지 않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대화나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지금까지 우드로윌슨센터의 케일라 올타 연구원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