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지난달 말 발생한 수해에 대한 복구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최근 수해 현장 곳곳에는 수재민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천막 단지와 복구 인력을 위한 임시 건물 등이 식별됐습니다.
이번 홍수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 의사에도 북한 당국은 자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전문가들은 수해 지역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신의주 일부 지역 물 빠졌지만 , 초토화된 마을과 농경지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8월 18일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
홍수 피해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났지만, 흙탕물인 압록강의 수위는 여전히 높아 보입니다.
일부 지역은 어느 정도 물이 빠졌지만, 황무지로 변한 살림집과 농경지의 모습에서 당시 수해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게 합니다.
홍수 피해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7월 15일과 8월 18일에 촬영한 신의주 지역의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피해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7월 15일(왼쪽)과 8월 18일(오른쪽)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일대의 모습 / Planet Labs
지난달 15일의 압록강은 짙은 푸른색을 띠며 흐르고, 주변 농경지도 푸릇한 녹색이지만, 지난 18일의 압록강 일대는 수해로 초토화된 모습입니다.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18일) 위성사진을 볼 때 압록강의 수위는 여전히 높아 보인다”라며 “압록강과 접해 있는 마을들의 침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김혁] 지금 일부 지역의 경우 물이 좀 빠졌는데, 특정 하단 지역의 경우 평야가 좀 더 넓다 보니 완만해지면서 물이 빠지는 속도가 느린 것으로 보여집니다. (집들이 많이 망가졌는데) 기존 건물들 자체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붕도 그렇고, 벽재도 많이 뜯겨 나간 것 같고요. 마당도 많이 훼손됐습니다. 압록강을 바로 접하고 있는 지역의 집들은 재건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을마다 돌격대 숙소 건설 … 수재민 천막 단지도 여전
지난 18일에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여전히 피해 지역에 수재민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천막 단지가 포착됐습니다.
신의주시 위화도 일대에 정사각형 모양의 노란색과 주황색 천막 단지가 조성돼 있는데, 김 선임연구원은 이곳이 수재민 숙소로 이용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혁] 8월 18일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수재민들의 텐트가 많이 보입니다. 사각형 형태로 있는 건 기본적으로 텐트입니다. 노란색 사각형으로 되어있는 블록들이 굉장히 많이 보입니다. 수재민 숙소로 이용되는 곳인데요. 지난 8~9일에 수해 지역을 김정은 총비서가 다시 방문했잖아요. 그 이후 수재민들을 모두 평양으로 이동시키겠다며 보호 의지를 다졌고, 실제 다수 수재민을 평양으로 이동시켰죠. 전체가 다 갔는지는 판단은 안 서는데….
실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8일과 9일, 평안북도 수해 지역을 찾아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주민을 평양으로 옮겨 국가가 전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수재민들이 15일 평양에 도착해 숙소에 입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위성사진에 나타난 천막 단지를 볼 때 여전히 수재민들이 피해 지역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 수해 복구 인력이 신의주 일대에 배치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데, 플래닛랩스가 지난 18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신의주시 하단리 인근에 수십 동에 달하는 파란색과 빨간색 지붕의 건물들은 복구 인력이 임시로 머무는 숙소로 추정됩니다.

김 선임연구원은 “전체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마을 단위마다 복구 인력들의 임시 숙소를 설치하는 모습이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지난 21일 RFA에 “(홍수 피해가) 심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기업소마다 돌격대를 조직해 수해 현장에 보내고 있다”라며 수해 복구 작업에 북한 당국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8월 초부터 대대적으로 동원 사업을 시작했고요. ‘지금은 기업소 운영보다 피해 지역 지원 동원이 우선이다’라는 식으로 지시가 내려와서 공장 기업소 가동에 지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복구 지원 사업, 복구 사업이 우선이라는 분위기이고, 실제로 그렇게 사람들이 동원돼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에 수해 복구를 위해 노동자와 지역 주민, 군인 등이 총동원됐지만,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젊은 병사가 현지 주민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중장비를 비롯해 수해 복구를 위한 북한 당국의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김혁]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짧은 기간 안에 완성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수해 지역의 경우 기존에는 하부 시설이 잘 안 갖춰져 있었습니다. 지금 형태의 단층집이 아니라 2~3층 형 혹은 농촌형 아파트로 돼 있는 농촌 살림집을 건설하게 된다고 하면, 하부구조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수해 피해를 입었던 만큼 해당 지역에 제방 공사를 더 강력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겠죠. 살림집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공공시설, 하부 시설, 인프라, 농로 등을 다시 정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등이 북한의 이번 홍수 피해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 당국.
홍수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지 북한 주민이 언제쯤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당장은 기약할 수 없어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