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입한 말 관리비로 쌀 700여 톤 구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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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먹고살기 위해 집까지 판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북한 내부의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전국에 걸쳐 승마장을 건설하거나 승마를 즐기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에서 50여 마리의 말을 수입하는가 하면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도 승마를 취미로 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수입한 말의 관리 비용을 환산하면 일 년에 쌀 700여 톤, 최소 3천300명의 북한 주민이 먹을 수 있는 식량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 관리 비용 천차만별… 천문학적인 돈 들 수 있어”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최근(1월 25일) 러시아 연해주 ‘농축산감독청’을 인용해 지난해 러시아가 ‘오를로프 트로터(Orlov Trotter)’ 품종의 말 51마리를 북한에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말로 알려진 ‘오를로프 트로터’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말로 빠른 속도와 뛰어난 체력을 자랑합니다. 주로 러시아 귀족들이 승마와 마구 경주에 이 말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를로프 트로터’ 품종의 백마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모스크바 타임즈’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2020년 초, 이 품종의 백마 2마리를 총 2만 3천400달러에 구매한 바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한 마리당 약 1만 1천700달러 상당의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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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NA picture of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visiting battle sites in areas of Mt Paektu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rides a horse while visiting battle sites in areas of Mt Paektu, Ryanggang, North Korea, in this undated picture released by North Korea's Central News Agency (KCNA) on December 4, 2019. KCNA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IS IMAGE. NO THIRD PARTY SALES. SOUTH KORE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SOUTH KOREA. (KCNA/via REUTERS)
2019년 12월 4일 공개된 이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북한 양강도 백두산 일대 전투지를 말을 타고 시찰하고 있다. /KCNA vis Reuters

또 한 마리의 말을 관리하려면 보통 마필 관리사와 사료, 영양제, 수의 비용 등 고정지출이 발생하는데, 말의 품종과 관리하는 방법, 사료 등에 따라 관리 가격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고 박용수 한국농수산대학교 말산업 전공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박용수] 우리나라(한국)에서 지금 제일 비싼 마필이 한 30~40억 정도 갈 겁니다. 해외에 더 비싼 마필도 있죠. 최소한 10억 이상은 한다고 보면 되고요. 관리 비용은 일반 말의 4배에서 10배 정도 더 든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얼만 큼의 가치가 있어서 투자하느냐에 따라 (관리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 수도권에 위치한 한 승마 클럽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마필 한 마리당 관리 비용은 한 달에 최소 100만 원(미화 약 760달러)에서 최대 1천만 원(7천600달러)이 듭니다.

또 말이 어떤 건초나 사료를 먹는지, 어떤 영양제를 쓰는지, 수의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평균 비용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51마리 말 관리 비용, 북 주민 3천300명의 일 년 식량과 맞먹어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말 관리 비용을 식량으로 환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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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김태이

일반 말을 기준으로 관리 비용은 한 달에 최소 100만 원(760달러)이 듭니다. 이는 일 년에 1천200만 원(미화 9천147달러)으로 최근 북한이 수입한 51마리의 말에 대입해 보면 일 년간 관리 비용만 미화로 약 47만 달러가 들어갑니다.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월 16일) 현재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 가격이 1kg당 북한 돈으로 약 6천 원임을 고려하면 최소 700톤의 쌀을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김혁] 한국 돈과 북한 돈 차이가 1:7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요. (환율 계산을 하면) 약 (북한 돈) 42억 원이라는 이야기인데요. 해마다 유지비가 그렇게 들어가는 거죠.

하지만 이는 최소 가격만 산출한 것으로 말 가격과 추가 관리비, 승마장 관리 비용 등을 합치면 실제 비용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김혁]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는 거죠. 말 한 마리를 키우는 게 말이 먹는 양이라든가, 말을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인력들 등 여러 가지 부수적인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아집니다.

김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주민 한 명이 하루 평균 섭취하는 쌀의 양은 580g으로 일 년에 약 212kg에 달합니다.

따라서 말 51마리의 관리 비용으로 약 700톤의 쌀을 구매한다면, 이는 약 3천300명의 북한 주민이 일 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식량 규모와 맞먹는다는 것이 김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김 씨 일가의 우상화에 말 이용… 승마 사랑 계속될 것”

북한 엘리트 계층 출신의 탈북민인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최근 RFA에 “북한의 러시아산 말 수입은 김정은 (총비서) 별장에 있는 승마장과 양강도 기마부대 운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북한이) 말을 많이 수입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여지는데요. 하나는 김정은 가족들이 사용하는 승마장들은 초대소에 여러 개 있습니다. 특히 원산초대소나 평안북도 창성초대소, 평양 강동초대소 등에 승마장이 있는데, 아마 거기에 (비싼 말들을) 구비해놓고 갈 때마다 말 타는 것을 취미생활로 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3월 7일)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평양에서 홈스쿨링(재택교육)을 받으며 승마와 스키 등 취미활동을 하는데, 특히 승마 실력이 좋아 김 총비서가 흡족해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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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take part in a horse riding game at the Mirim Equestrian Riding Club in Pyongyang People take part in a horse riding game at the Mirim Equestrian Riding Club in Pyongyang, North Korea October 15, 2017, in this picture released by North Korea's Korean Central News Agency (KCNA) in Pyongyang. KCNA/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IS IMAGE. NO THIRD PARTY SALES. SOUTH KOREA OUT. (KCNA/REUTERS)
2017년 10월 15일, 북한 평양 미림승마클럽에서 승마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KCNA via Reuters

위성사진에 따르면 주요 군부대를 포함한 북한 전역 20곳에 승마장과 관련 시설이 건설되고 있는데, 강원도 원산별장과 평양 용성관저 등 두 곳에서 김 총비서의 전용 승마장도 확인됐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월 15일) 북한의 승마 사랑은 김일성 주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조한범] 말, 특히 백마는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항일 빨치산 운동을 상징하고, 특히 백마의 경우에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운동에서 사용했다고 해서 백두혈통을 상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기병부대에서 특히 백마를 주목할 필요가 있고요. 이 백마는 북한 체제의 정통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항일 빨치산, 그리고 김일성 (주석)을 상징하기 때문에 김정은 독재체제의 정당화, 상징화를 위해 기병 특히 백마를 내세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기병대 육성을 최우선 중점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병부대가 현대전에서 전술적으로 큰 이점이 없기 때문에 백두혈통의 상징성과 우상화를 위해 이를 고집하고 있다고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현대전에서 기마병은 사실상 소용이 없고요. 기병부대는 대부분 기갑부대로 대체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현대 부대 전력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요. 다만 상징성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 기마부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백두혈통의 상징화 작업에 백마를 사용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본인의 권위를 내세울 때는 항상 백두산을 가거나 백마를 타는 모습, 그리고 기록 영화에 승마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거든요. 김정은 독재체제 개인 우상화에 방점이 있는 거라고 볼 수 있고요.

김일성 주석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김 총비서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말에 대한 관심을 이어 온 가운데, 앞으로도 말을 이용한 김 씨 일가의 우상화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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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rides a horse during snowfall in Mount Paektu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rides a horse during snowfall in Mount Paektu in this image released by North Korea's Korean Central News Agency (KCNA) on October 16, 2019. KCNA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IS IMAGE. NO THIRD PARTY SALES. SOUTH KOREA OUT. TPX IMAGES OF THE DAY (KCNA KCNA/REUTERS)
2019년 10월 16일 공개된 이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눈 내리는 백두산에서 말을 타고 있다. /KCNA via Reuters

[조한범] 김정은 체제가 위기에 처한 것과 반대로 개인 우상화는 더 강화하고 있거든요. 백두혈통으로 상징되는 백마를 계속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고… 향후에도 백마 마케팅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비루스에 따른 국경봉쇄의 장기화, 대북제재 등으로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 식량난을 겪는 가운데 전국적인 승마장 건설과 김 씨 일가의 승마 사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