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은 새해들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올 해 경제 과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한 해 경제를 전망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되는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정비보강계획을 끝내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만 간단히 언급했을 뿐인데요.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한 경제 전문가 6명과 함께 올 한 해 북한 경제를 박수영 기자가 전망해봤습니다.
건설 ∙농업 성과 강조도 역부족… 2023년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실패 보완에 초점"
지난 해 연말 전원회의 보고문에서 제시된 올해 북한의 경제 목표의 특징은 소극적이며 계획 실패를 보완하는 데 그친 점입니다.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보도]전반적부문과 단위들의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당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내세웠습니다.
여기다 구체적인 경제 발전 과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동적입니다.
올해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중 3년째에 접어든 점을 감안하면, 경제 부문에 대한 보고와 계획이 매우 부실합니다.
실제 2022년 경제 방향을 나타냈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보고문 총 3천 564단어 중 경제 및 농촌 건설과 관련한 내용은 약 2천 471 단어로 전체에서 69.3%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번 보고에서는 21.9% (1천 603단어 중 352단어)에 그쳤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9일) RFA에 지난해 북한의 경제 실적이 저조한 탓에 구체적인 성과와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성욱]경제에 관한 부분은 비중이 십분의 일도 안 돼요. 그 중 나온 키워드 (핵심 단어)가 건설과 농업이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구체적인 목표라기보다는 총괄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어요. 올해 역시 경제 건설에 있어서 획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고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원회의에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 지나갔습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살림집 건설만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데 주목했습니다.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보도]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세 번째 해에 수도건설을 보다 통크게 벌여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함께 새로운 3천700세대 거리를 하나 더 형성하며 2022년에 축적된 경험에 토대하여 농촌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야 합니다.
북한의 식량안보 상황이 지난해 더 악화한 탓에 숫자로 성과를 부각하기 쉬운 건설업 부문을 강조했다는 설명입니다.
[최지영] 2022년 같은 경우는 이제 북한의 농업 생산이 전년에 비해서도 조금 안 좋아졌다고 평가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건설 부문의 성과가 더 강조된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최 부장은 현재 북한이 소극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실패를 조정하고 보완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지영]사실상 지금 북한이 수행하고 있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자체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5개년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북한이 자인한 다음에 새로 제시한 계획으로 기존에 달성하지 못한 것들을 보완하는 측면에 완충기적인 측면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계속 정비∙보강 계획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계획 실패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또다시 자력갱생 외치는 북… “계획경제 몰락 후 기피했던 기업소 찾는 주민 늘어”
부실한 경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시장통제와 자력갱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지부 대표는 1980년대 계획경제체제로 회귀하려는 북한 당국의 국정 운영 때문에 주민들이 더 이상 시장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돈주들은 거의 다 몰락했다는 소리가 많고요. 거꾸로 간부같은 통제 기관 사람들도 현금 수입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통제를 전면에 나서서 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 사람들에게) 배급은 잘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족 몫까지 배급을 공급하면서 "당 활동을 열심히 하라" (고 명령하는) 구조가 생겼다고 봅니다.
북한의 기업소는 과거 관료주의와 경영의 비효율 등의 문제로 주민들이 이탈하거나 기피해왔는데 최근 지속된 시장경제 붕괴로 기업소를 찾는 주민이 많아졌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이전에는 기업소에 출근하면 먹고살기가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서 장사를 많이 하지 않았었습니까? 이제는 거꾸로 많은 사람이 기업소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모자라지만 그래도 식량을 받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국장은 (6일) 서면으로 “북한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인해 인구의 40%가 영양실조에 빠졌다”며 “자력갱생은 북한에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곡식판매소를 통해 쌀을 풀며 민심을 달래고 있지만 이는 전반적인 물가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설명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북한은 곡식판매소를 통해 식량을 팔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사람은 많은 물품을 시장 거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필품들의 공급 부족이 전체적인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국경을 통해 농산물과 식료품 수입을 늘리지 않는 한 이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대외무역 재개 없이는 경제회복이 어렵다는 겁니다.
최지영 부장은 대북제재와 국경봉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뚜렷한 계획 없이 자력갱생을 추구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최지영]전원회의 보도문에서는 패배주의나 기술 신비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이 강조되었어요. 이런 것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제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사실상 자력갱생, 수입 대체 산업화 이외에는 사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자체적인 기술 또는 양적으로 노동이나 자본을 투입할 수 없는 여건에서 질적인 재고를 위한 사상투쟁들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동적인 접근이 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절대적 공급부족 사태에 또다시 물가 폭풍 몰아칠 듯
대외무역 재개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자체 생산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역이 재개되면 원화 가치 급락과 물가 불안이 불가피하다고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이 국경을 개방할수록 수출보다 수입이 늘어 외화 보유량이 적어져 물가도 불안정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만약 북한이 필요한 물품들을 수입하기 위해 국경을 개방한다면, 달러 유출을 야기하고 북한 환율을 약간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이는 또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주로 국경을 개방하는 시기인 김일성 생일 4월 15일과 김정일 생일 2월 16일에 물가 상승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최지영 부장도 무역 거래량이 늘면서 외화 유출입으로 원화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지영]올해 같은 경우도 변수 중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일단 북한이나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에 무역 규모를 많이 늘린다고 한다면 무역 거래와 관련된 외화의 유출입이 생기면서 시장 환율이 불안할 수 있고요.
또 북한 원화의 가치가 2020년 말부터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합니다.
[최지영]작년에 북한이 무역을 재개하면서 북한의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시장 환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러한 북한 원화 가치의 불안정성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무역을 재개할수록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시장 환율은 상승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국경 개방은 필수라고 뱁슨 전 고문은 평가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북한 당국이 국경을 얼마나 개방할 수 있는지가 향후 몇 년간 경제 발전에 대한 의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코로나 상황에 따른 대중국 무역 재개가 북한 경제 회복에 관건이라며 올해 북한 당국은 서해 남포항, 신의주를 넘어 라선, 혜산에서도 무역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걸로 전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중국의 코로나 상황 정상화가 언제 될지 그리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가 (무역 재개에 따른 경제회복에) 돌파구가 될지 안 될지를 좌우하는 제일 큰 요인이라고 봅니다.
절대적인 식량 공급 부족과 자력갱생을 목표로 한 시장 통제로 북한의 물가는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제도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구체적 경제 개선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