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크라 동부에 노동자 500명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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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대규모∙공격적 한미연합훈련 … 북한 도발 억제 노림수

<기자>오는 13일 한국과 미국이 대규모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를 실시합니다. 이 훈련은 11일 동안 진행되는데요. 이번 연합훈련의 가장 큰 특징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한미 연합훈련 '프리덤 쉴드 (자유의 방패)'에는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을 진행한다는 겁니다. 2018년 9월 남북 합의에 따라 대대급 이하 규모만 진행해왔지만, 이번에는 연대급 이상 규모로 진행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듣기로 훈련을 실제 규모로 진행하지 못하면 확인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수많은 차량을 동시에 이동시키려 할 때 차량 수가 많아질수록 한꺼번에 동원하지 못하면 너무 큰 시간 손실이 나옵니다. 이 정도 대규모로 훈련한다면 (훈련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두 번째 특징은 매우 공격적이라는 점입니다. 발표한 바와 같이 이번에는 연합 상륙 훈련인 ‘쌍용 훈련’과 연합 특수 작전 훈련인 ‘티크 나이프(Teak Knife)’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원래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는 전제하에 북한 공격을 억제하고 반격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권 당시에는 억제하는 훈련만 진행하고 한미가 반격하는 훈련은 실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미가 역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연습에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작년에 90발 전후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 도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것이 한미 양국의 노림수인 것 같습니다.

<기자>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각종 기념행사와 정치적 교류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이 시점에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어떤 노림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오는 4월, 12년 만에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좀 미묘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확대 억지력 문제입니다. 미국은 여러 전략기를 한반도에 파견해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이 확고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여론의 70% 이상이 독자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입니다. 미국은 최근 미국, 일본, 한국, 대만이 참가하는 '칩4 (반도체 공급망 동맹)'를 추진하고 있고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물밑에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큰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미묘한 상황 하에 한미동맹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미 연합훈련의 최대 목적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지만, 그것뿐 아니라 한미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추진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로 연합훈련이 진행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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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하는 가드레일 정찰기 착륙하는 가드레일 정찰기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오는 13일 시작되는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한미 연합연습을 앞두고 사전 위기관리연습(CMX)이 시작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RC-12X 가드레일 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2023.3.6 xanadu@yna.co.kr/2023-03-06 15:54:50/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홍기원/YNA)
오는 13일 시작되는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한미 연합연습을 앞두고 사전 위기관리연습(CMX)이 시작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연합

"북 담화서 새로운 특징 , 유엔을 역이용"

<기자>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총련 기관지는 이번 한미연합훈련이 "북침을 노린 사전연습 성격을 띠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북한이 근래에 지속적으로 높은 수위의 비난 담화를 발표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의 최근 담화는 기존 특징과 새로운 특징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북한은 명분을 중시하기 때문에 북한의 군사 도발이 선제공격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실시하는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번에 사전 경고하는 것도 추후에 진행되리라 예상되는 고체연료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시험발사와 북한이 인공위성 운반 로켓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 담화의 새로운 특징은 유엔에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최근 유엔 상황을 보고 자신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작년에 수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유엔은 추가 제재를 가하지 못했습니다. 유엔 회원국에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그중 중국이나 러시아를 지지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에 유엔을 역이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한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로부터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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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s ambassador to the United Nations in Geneva Han Tae Song appears on a TV screen while chairing the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Disarmament during a plenary session in Geneva on June 2, 2022. (Photo by FABRICE COFFRINI / AFP) (FABRICE COFFRINI/AFP)
2022년 6월 2일 한태성 주제네바 북한대사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

“러, 북한에 미사일∙전투기 기술 지원 가능성도”

<기자>구체적으로 러시아는 어떤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해주고 있는 건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우크라이나 사정을 잘 아는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 500명 정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등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은 사회안전성 소속 군인건설자들이고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러시아와 러시아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위기관리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새로 북한에서 파견된 것이 아니라 이미 러시아에 파견돼있던 노동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추정 단계이지만, 북한은 200명 정도의 추가 파견을 희망했다고 합니다. 이는 지금 북한에 외화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러나 러시아는 대규모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당분간 500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신경 쓰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 자체로도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규모 노동력을 도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자세한 사안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협력에 감사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미 북한은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인 와그너그룹에 무기도 공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러시아와 북한 협력이 앞으로 더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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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dier-builders" work on a construction site in central Pyongyang "Soldier-builders" work on a construction site in central Pyongyang, October 11, 2015. Isolated North Korea marked the 70th anniversary of its ruling Workers' Party on Saturday with a massive military parade overseen by leader Kim Jong Un, who said his country was ready to fight any war waged by the United States. REUTERS/Damir Sagolj (Damir Sagolj/REUTERS)
2015년 10월 북한 군인건설자들이 평양 중심부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Reuters

<기자>앞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협력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1990년대에 구소련이 붕괴한 후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협력 요청을 계속 거절해왔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 정부 안에서 '북한 독재 체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1년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진행된 러시아-북한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투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현재 러시아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군사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나라는 이란과 북한 정도밖에 없다고 보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과거의 방침을 변경하고 북한에 군사 지원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북한이 가장 취약한 분야에 대한 지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의 방공 미사일은 'SA-5'로 구소련에서 1960년도에 도입된 방공미사일입니다. 너무 오래됐고, 고장도 많고, 전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동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등 여러 나라가 쓰고 있는 'S-300' 정도의 근대적인 방공미사일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 공군의 주 무기는 1960년대에 도입된 미그-23이나 1980년대에 도입된 미그-29입니다. 북한의 오래된 전투기 대신에 러시아가 근대 전투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