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북인권단체 “한미 간 협력 확대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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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위협에 따른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북한 인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북 청년들은 지속가능한 인권 개념의 재정립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협력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인권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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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정부단체 ‘디펜스포럼’이 14일 미 하원에서 주최한 설명회에 참석한 세 탈북 여성들과 수잔숄티 대표. /RFA

“북 미사일 도발에만 치우치는 국제사회의 관심 아쉬워”

지난 14일 미 의회 관계자들과 북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북한 인권 행사.

이 자리에서 세 명의 탈북 여성은 자신들이 북한에서 구금돼 겪었던 고문과 위험천만했던 탈북 과정을 증언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미 비정부단체 ‘디펜스포럼’의 수잔 숄티 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잔 숄티] 우리는 북한 인권에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우리는 김정은의 딸이 열병식에 동행했다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데 반면, 북한에서 매일 발생하는 끔찍한 반인륜 범죄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잔인한 독재정권이 무고한 북한 주민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다시 집중해야 합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데 이어 이틀만인 16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다시 사흘 만에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자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쏠렸습니다.

숄티 대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확립한 고위급 출신 탈북민 황장엽 씨의 말을 인용해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Achilles heel), 즉 치명적인 약점은 ‘인권’”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의 증언자로 나선 탈북민 한송미 씨도 북한에서는 외부정보를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RFA에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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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와 인터뷰 중인 탈북민 한송미 씨. /RFA

[한송미] 북한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없고 바깥 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북한)가 제일 좋은 나라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여성 인권 같은 경우도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의 문제가 있는데, 이게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여성 인권에 문제가 있다라는 걸 몰랐어요.

현재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 제고 활동을 벌이는 한 씨는 북한 인권에 대한 청년들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송미] (청년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모르잖아요. 우리가 (북한에서) 겪은 경험들을 잘 들어주시고, ‘북한에 남겨져 있는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 청년들의 인식 '충격적'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승현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USAU)’ 대표는 (3월 8일) RFA에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 청년들의 이해는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4월에 출범한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은 약 250명의 남북대학생들이 소속된 13개 동아리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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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행사 중. /김승현 대표 제공

한국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 대표는 미국 청년들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국제기구 등이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 대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인권 개선에 관한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국제 연대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김승현] 앞으로 10년, 조금 길면 20년 뒤에는 세대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학생들이 미래의 북한 인권에 대해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희 활동은 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런 의견을 전달하는 게 (단체의) 초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인권단체 ‘한반도청년미래포럼’의 공동창립자인 이진우 국제팀장도 최근 (3월 13일) RFA에 북한 인권에 관한 청년들의 관심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라며, 청년들이 주도하는 인권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현재 2030 세대들이 앞으로 정책 또는 여론 형성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통일과 북한 인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의회, 북한 인권에 높은 관심… 한미 청년들 소통 확대 모색”

김승현 대표와 이진우 국제팀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김 대표는 미국 대사관 주도로 북한 인권 관련 프로그램의 홍보를 맡거나 관련 단체와 협력한 점을 언급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미국 대학교에서 인권을 다루는 동아리 등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승현] 이제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미국이 빠질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주한 미국 대사관이나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은 개선돼야 하는 문제이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을 잘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고 북한 인권 문제의 개선을 위한 활동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좋은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이진우 국제팀장도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대만 등의 시급한 문제로 북한인권특사 지명이 늦어지는 등 그 동안 미 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미 의회에서는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특히 일부 의회 관계자들이 청년들 사이에서 통일과 북한 인권 문제가 외면당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이 팀장은 남북 청년들의 주도 아래 미 의회 관계자,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 등과 협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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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와 인터뷰 중인 이진우 국제팀장. /RFA

[이진우] 한미 양국의 인권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서 좀 더 상설이고 지속적인 기구를 설치해서 조직들 간의 협의가 진행되어 탄탄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포럼의 주된 목적 중에 하나가 여론 형성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정책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길 바라고, 앞으로도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또 최대한 정쟁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차근차근 해나갈 겁니다.

두 사람은 미 정부나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북한 문제를 압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미국 내 청년들이 소통을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접하게 하는 것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해결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