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극복’ 주장 속 조총련 입국 여전히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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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 기자 >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가 17%나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수출과 수입이 전년도에 비해 각각 8%와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의 대외무역이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계속 감소세를 보인 건데요,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봐야겠죠?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지난해까지는 완전히 국경을 봉쇄하고 있었으니까요. 최근에 북한 당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한 재일동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까지 '북한에 들어오지 말라'는 상태라고 합니다. 북한에 들어가고 싶은 재일동포가 있어도 갈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북한의 국경봉쇄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거지요. 계속되고 있는 국경봉쇄는 현재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한 간부들이 자기 집에 비축해놓은 약을 주민들을 위해 내놓아야 할 정도로 북한에서는 현재 약품이 모자라는 상태입니다. 혹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다시 많아지면 북한에 있는 약 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경봉쇄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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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부가 논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AP

< 기자 > 이렇게 북한의 대외무역이 계속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이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문성희여러모로 영향이 있겠지요. 가장 큰 것은 외화가 안 들어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을 자주 방문하고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옛날에는 당 일꾼이나 군인이 결혼 상대로 인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무역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다." 외화를 다루니까 인기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대외무역 일꾼들이 번 외화를 자신이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외화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으면 외화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무역을 하는 사람들도 외화를 얻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무역이 계속 감소세를 보인다면 외화가 안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무역일꾼들에게 큰 타격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일반 주민들의 입장에선 수입 소비품이 안 들어오게 되는 것이 가장 머리가 아프겠지요. 북한에서 생산량이 적으니 결국 소비품은 외국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시장에서도 중국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물건이 안 들어오면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 사라지겠지요.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있겠지요.

그리고 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비료 등이 중국에서 잘 안들어 오면 농사일에 지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북한에서 생산되는 비료가 모자라기 때문에 농업 생산에 영향이 있을 텐데 그게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기자 > 품목별로는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하고 원유와 정제유 등 연료를 가장 많이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후진적인 교역구조를 보이고 있는 듯한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결국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것이 몇 품목에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북한이 과거 자체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대표적인 것이 원유, 고무였습니다, 원유는 완전히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1980년대 말부터 교환무역이 아니라 달러를 지불하고 구매하라고 요구했을 때 북한은 정말 머리가 아팠다고 할까요. 1990년대 후반에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 했던 주된 요인 중 하나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원유를 '우호가격'이 아니라 '국제가격'으로, 그것도 달러로 거래하길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북한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에요.

< 기자 > 북한을 자주 왕래하셨을 때 느끼셨던 북한 경제의 대외 무역 의존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문성희 제가 피부로 느낀 것은 역시 상점에 가니까 외제품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당시 북한에서도 돈을 가진 사람이나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고급 슈퍼에 갔는데, 거기 가니까 진열된 상품들은 모두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물품들이었어요. 일본기업에서 생산하는 과자가 있어 '어째서 일본제품이 북한에 있는가' 궁금해서 포장지 뒷 부분을 보니까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것이었어요. 일본의 기린 맥주 같은 것도 중국에서 만든 것을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수입품이 많아요. 그리고 고급 상품들만 진열된 한 상점에서도 보니까 일본 '백엔샵,' 그러니까 저가 잡화점에서 팔고 있는 물품을 2달러 정도로 팔고 있었습니다. 또 소니 컴퓨터, 파나소닉 텔레비전 등 하여튼 팔고 있는 가전제품은 거의 모두 외국 상품들이었습니다. 이런 것 하나만 보더라도 북한이 얼마나 대외 무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요. 시장에서도 결국 팔고 있는 것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상품들이었고, 식료품 같은 것도 대부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공장이나 기업소를 가도 기계 같은 것은 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것이었어요. 예전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텔레비전에 ‘모란봉’이나 ‘금강산’ 등의 이름을 붙여서 마치 북한에서 생산한 것처럼 가장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가니까 그런 체면도 차리지 않고, 공장 사람들도 “이탈리아에서 수입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대동강과수농장이 경영하는 공장에서도 기계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었고 독일인으로 기억하는데 외국인 기술자가 와서 북한 사람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갔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 기자 > 한편 북한의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난 걸로 나타났는데, 한 나라에 이렇게 과도하게 무역을 의존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듯한데요.

문성희 그렇지요,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면 혹 중국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 그리고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일부러 무역량을 줄이게 되면 부작용이 생기겠지요. 그건 북한 사람들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북한에서 논문준비를 위해 사회과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중국에 너무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교수들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도 대외무역의 다양화, 다국화를 위해 중국 뿐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유럽 등과의 무역관계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재문제도 있고 해서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결국은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은 물론 러시아와도 무역관계를 강화하고 싶을 텐데 러시아하고는 원래 그렇게 무역 관계를 깊이 맺어온 것이 아니고 지금은 더군다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바쁘기 때문에 북한과 무역을 강화할 그런 여유가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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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보통강백화점에서 평양 시민들이 식품을 사고 있다. / AP

< 기자 > 그런데 현실은 북한 주민들도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그리 높지 않다면서요? 실제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생각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제가 북한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은 경험으로 본다면 북한 사람들은 중국 제품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중국이 자기 나라에서 못 쓰는, 질이 안 좋은 제품을 북한에 수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시장에서 팔고 있는 중국 화장품을 쓴 여성이 피부를 상했다, 중국제 어린이용 구두를 사니까 3일도 안 가 못쓰게 되었다,' 뭐 그런 얘기를 북한 주민들에게서 들었습니다. 원래 중국사람들이 북한사람들을 좀 낮게 보고 있다고 북한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질이 나쁜 제품들을 북한에 수출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지로 중국제품들을 썼다가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서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졌다, 그런 사례가 많았다, 그렇게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