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안녕하세요, 센터장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2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데요. 올해 북한 보건의료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코로나 발생을 인정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안경수]네, 맞습니다. 북한에서 코로나는 이미 2020년부터 발생했지만, 외부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공개하지 않은 것뿐이었죠. 근데 2022년에 감염력이 유례없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자 북한 당국도 이를 국내외에 공식적으로 통계적으로 밝힌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며 감염자가 급증하게 되자 이를 무작정 감추기보다는 현실을 어느 정도 북한 인민들에게 밝히고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코로나 상황을 수습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봅니다. 코로나 상황을 5월 12일에 국내외에 공개하며, 5월 13일부터는 코로나 상황 통계도 국내외에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마치 김정은 총비서가 계속 강조해왔던 80일 전투에 맞춘 것처럼, 통계 발표 79일 만인 7월 30일 발표한 통계에서 유열자(확진자) 0명을 통계적으로 기록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최대비상방역전의 승리를 선포했죠.
저는 북한의 코로나 관련 통계를 포함한 다른 분야 통계도 그대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통계 문제는 통계 문제이고, 북한이 이렇게 코로나 관련 상황과 통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공개했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북한 당국이 계속해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은폐하거나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외부 그리고 내부에 당국 차원에서 인정하고 공개하여 드러냄으로써 처한 상황을 수습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을 주도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통치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네, 그렇군요. 보건의료적인 측면에서 의료체계에 관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병원 명칭이 변경됐었죠?
[안경수]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올해 북한 보건의료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보는데요. 2022년 8월 이후부터 북한의 의료기관(병원) 명칭이 전체적으로 변경됐습니다. 도 인민병원이 도 종합병원으로, 시 인민병원이 시 병원으로, 군 인민병원이 군 병원으로, 리인민병원이 리 병원으로 북한의 병원 명칭에서 '인민' 명칭이 삭제되었습니다. 도 병원 급인 평양시 제1, 2, 3 '인민'병원이 평양시 제1, 2, 3 '종합'병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실제 최근에 북한 병원에서 '인민'이 병원 간판, 건물 글자에서 빠진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병원 전경 모습에서 '삼지연시 인민병원'이 '삼지연시 병원'으로 변경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 인민병원이 도 종합병원으로 명칭을 바꾼 것은, 곧 개원할 예정인 평양종합병원과 의료기관 체계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자]그렇다면 이 대대적인 병원 명칭 변경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안경수]북한과 같은 사회주의국가에서 기관 명칭에서 인민(people's)을 삭제했다는 건 단순한 기관 명칭 변경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의 원칙 중의 하나가 무상치료제인데요, 사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시장화가 진행되고 보건의료 영역 역시 무상으로만 유지되기 어려웠습니다.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미 2000년대부터 인민병원에서 진단과 치료, 수술받을 때 금전적인 대가가 필요했고요. 환자들이 직접 의료기기를 구입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집 치료소, 개인집 약국 등도 확산했습니다. 북한의 약국에서는 국경지대에서 밀수되고 유통되는 의약품과, 공식적인 의약품 유통 공급 과정에서 유출되는 의약품들을 주민들이 구입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이 20년 이상 지속되어 왔는데, 이번에 북한 병원 명칭에서 ‘인민’을 뺐다는 게 혹시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 원칙인 무상치료제를 폐지하는 제도 변화로 이어지는 단서가 될지 분석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자] 코로나 동안 북한 당국이 과학, 선진방역을 강조했습니다. 의료체계에 대한 변화도 예고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병원 명칭 변경에 코로나 영향도 있었을까요?
[안경수]지금 정황을 보면 (병원 명칭이 정확히) 2022년 8월 초순 경에 바뀌었습니다. 5, 6, 7월은 북한에서 최대방역전 기간이었습니다. 그 기간 안에 그동안 구상해왔던 걸 결단한 거라 보고 있습니다. 방역전의 승리를 이끌고 병원의 명칭도 이번에 변경시키라고 지시를 내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 변두리에 있는 삼지연시병원 간판이 바뀐 걸 미루어보아 확실하게 모든 곳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자] 병원 명칭 변경과 더불어 약국의 개혁도 있었는데요.
[안경수]코로나 방역전의 계기로 병원 명칭 변경과 함께 약국의 개혁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최대비상방역체계 아래서 약국은 이른바 전장의 최전선으로 간주되었는데요. 김정은 총비서가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지시하고,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마친 후 바로 방문한 곳이 평양 시내의 약국이었습니다. 최대비상방역체계 기간에 당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으로 평양에 긴급 투입된 약 3천 명의 조선인민군 군의료 부문 전투원들이 병원이 아닌 평양의 670여 개 약국에 파견됐습니다. 약국, 의약품 공급체계에 대해서 김 총비서가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건데요. 이것은 코로나 비상 상황을 맞아 의약품을 긴급하게 보급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실제 현장에서 의약품이 제대로 긴급히 공급되지 못한 현실이 반영된 겁니다. 이게 북한의 모습입니다. 중앙에서부터 의약품이 유출되고, 시장에서 풀리고, 개인집 약국에서 팔리고 있잖아요. 북한 당국도 예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방역전 기회에 이러한 모습을 바꿔보자, 개선해보려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최대비상방역체계 기간을 거치며 ‘표준화된 약국을 설치하자’는 계획이 추진, 실행되면서, 최근 자강도 강계시에 이른바 ‘종합적인 약국’이 설치되었습니다. 강계시 종합약국에는 약품 판매 구역, 처방 구역, 대기 구역, 검사 구역, 제조 구역, 보관 구역이 설치돼있습니다. 종합약국에서 의사 인력이 상주하여 환자들과 주민들에 대한 ‘진찰과 처방’을 모두 종합적으로 진행하게 된다는 점을 특이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이러한 개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유상치료제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까요?
[안경수]사실 지금 북한에서 병원에 가면 돈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무상 치료는 없어요. 약을 사려고 해도 돈을 지급해야합니다. 이런 부분을 공식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식적으로 유상 치료라고 하지 않겠지만, 인민들도 책임을 지고 (치료비의 일부를) 실제 부담하고 병원도 책임을 지고 자금을 받으며 운영해야 한다는 식으로 갈 것 같습니다.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자] 한시적으로 북·중 무역이 재개됐다 멈추기를 반복했지만, 국경봉쇄를 유지하던 북한의 북·중 무역 재개 움직임도 빠질 수 없는 올해의 사건 인데요. 하지만 중국은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하기 시작한 뒤 확진자 발생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을 듯한데요.
[안경수]네 맞습니다. 2022년에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닫혔던 북·중 국경과 북·러 국경이 한시적으로 재개되었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큰 변수가 생겼죠. 중국이 기존에 고수해왔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면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일시적으로 폭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이긴 합니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급변하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겁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고 위드 코로나 상황으로 가는 데 있어 거쳐야 하는 단계이긴 합니다. 문제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국가적으로 하지 않은 북한의 입장에선 중국의 코로나 상황을 더 지켜 본 후 북중 국경의 개방을 정할 거라고 봅니다. 북한의 라선, 만포, 신의주 라인으로 국경이 개방될 수 있는데요. 단, 내년 2023년 2월의 국가적 명절들을 대비하여 1월에 일시적으로 북중 국경을 통한 무역 흐름이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북·중 그리고 북·러 무역 재개가 북한 보건의료적인 부분에 있어 왜 중요한 사건일까요? 지금 중국의 코로나 전파가 북한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안경수]보건의료 측면에선, 아무래도 공식적인 무역 루트인 북·중 국경, 북·러 국경이 예전 코로나 이전으로 정상화가 되어야지 중국 및 러시아뿐만 아니라 해외 국제기구의 보건의료 지원 및 협력이 재개 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확진자,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습니다만, 위드 코로나까지 가는 단계입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 1년 동안 서서히 겪은 걸 중국은 짧은 기간 내에 약 10일 동안 겪은 거죠. 중국 당국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황당하겠죠. 북한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독감 차원으로 코로나가 변했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령자에게는 여전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정상적인 재개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지만 1월에는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2022년 북한 보건의료 주요 사건을 짚어봤습니다. 내년에는 북한의 보건의료 쪽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은지, 또 어떤 변화를 보고 싶으신 지 궁금합니다.
[안경수]북한이 코로나 3년을 겪으면서 의약품 공급 체계와 병원 체계를 당국 주도로 개혁하는 모습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고 지속되는지 2023년에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양종합병원이 성대한 개원식을 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평양종합병원 자체는 이미 다 세워졌습니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거나 격리치료실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원식이 늦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양종합병원의 공식적인 개원 모습을 내년에는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양종합병원의 운영 모습을 분석해야 북한 보건의료의 코로나를 거친 현 상황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한 분석이 나올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