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지원단체 “소속감 못 느끼는 탈북민 많아”

사진은 지난 2019년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들 모습.
사진은 지난 2019년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들 모습.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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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2022년 새해 첫 날, 30대 탈북민 김 모씨가 월북했습니다. 오랫동안 탈북민 정착을 도와온, 한국의 탈북민 정착지원탄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의 신미녀 대표는 이번 월북의 원인을 심리적 요인 탓이라면서도 코로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신미녀 대표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월북 , 외로움과 심리적 요인 크게 작용했을 것

[기자] 2020년 11월, 3m 높이의 철책을 뛰어 넘어 귀순한 30대 초반의 김 모 씨가 2022년 새해 첫날에 같은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어 월북했습니다. 이번 월북 사건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신미녀 대표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신미녀 대표

[신미녀]탈북민 정착지원을 하는 사람으로서 월북사건이 가슴이 아픕니다. 여러가지 말이 많잖아요. '어떤 목적이 있어서 왔다, 그 목적을 달성하고 갔다'는 외부적인 상황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 보다는 내부적인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남성 탈북민을 보면, (원인이) 내부적인 것, 즉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분이 30대 초반이잖아요. 어떻게 여기를 오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예전 사례를 비교해 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심리적 불안감이 많다고 보거든요. '생활고'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심리적인 부분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 와서 생활한 걸 보니, 외부와 인적 교류가 없었습니다.

[기자] 네, 외부와 인적교류 부족이 월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신미녀] 15년 동안 탈북민 의료지원도 계속하고 있는데요. 특히 남자 분들을 보면 간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이를 들여다 보면 북한에서부터 술을 즐겨한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외로움이 많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자신이 쓸만한 곳이 없었던 거에요. 특히 북한의 남자들은 집단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소속감이 있는 게 굉장한 안정감을 줍니다. 북한에서는 전체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다보니 외로움이 없었을 텐데, 자신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삶이 남한에 오고 난 후 공중분해 된거 잖아요.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결혼을 한 사람들은 남한에 오며 가족이 다 해체되잖아요. 그러면서 오는 외로움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기자]사회 부적응이라고 보시는건가요?

[신미녀]월북했던 사람이 이 사람만이 아니잖아요. 외적인 요인으로, (북한당국이) 가족들에게 협박을 한다던가 하는 어쩔 수 없는 요인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것들이 많았거든요. 그걸 우리가 이 사회에서 적응을 못했다고 말하기엔 참 마음이 아픕니다. 적응을 못한 건 개인적으로 보면 개개인의 몫이라고 하지만, 우리 정도의 사회면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사랑을 주고 같이 보듬어 줬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코로나 19 영향 무시할 수 없어

[기자]김 씨가 2020년 후반에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잖아요. 코로나가 굉장히 심할 시기라 사람들과의 소통도 더 많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요. 코로나 영향이 있을까요?

[신미녀]코로나의 영향도 없지않아 있겠죠. 저희만 해도 면대 면으로 하는 행사를 비대면으로 많이 돌렸거든요. 그러니까 더 외롭고, 심리적인 부분에서 많이 노출이 될 수 있죠. 우리도 똑같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 있잖아요. 이 사람 같은 경우에는 가족도 없고. 그래서 이런 사건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가 어딘지 자신도 알 거 아니에요. 자신도 살아 봤으니까.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인데.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탈북민 정착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줘야 할까요?

[신미녀]정부는 모든 프로그램과 정책은 만들어 놨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운영하는 기관, 실행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탈북민에 대해서 얼마나 애정이 있는가. 탈북민 문제는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통일부 산하에 남북하나재단이 있잖아요. 그럼 하나재단이 얼마나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죠. 탈북민의 일은 문화차이가 있잖아요. 때문에 그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나 애정이 없으면 길게 가기 쉽지 않죠. 탈북민을 돕는다는 게 사회복지 쪽이잖아요. 구나 동, 행정 부처에서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만이라도 우리가 같이 일반 국민들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가져 (탈북민들이) '난 옆에 친구가 있어, 나를 이렇게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어' 라는 안정감을 가지고 살게끔 그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나를 지지해줄 수 있는 그런 연결망이 필요한데,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기자]오랫동안 탈북민 정착을 도우시며 많은 탈북민이 정착하는 과정을 보아 오셨을 텐데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례도 많은 편일까요?

[신미녀]많죠. 많아요. 다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연령대 마다 다른데요.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은 북한에서도 살고 한국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이) 천국이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표현을 하죠. 그 중에서도 가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이 (월북해) 간다는 게 아니라, 통일이 돼서 적법한 절차로 가고 싶어 합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 특히 남성분들 같은 경우는 가서 내 주변 친구, 내 사람들에게 내가 탈북한 것이 옳은 거라는 걸 증명해주고 싶다라는 겁니다. 고향을 다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른 느낌보다 고향에 대한 단순한 그리움이 있는 사람이 있고, 이번 (월북한) 사람은 그리움과 '(북한의) 삶이 여기서 사는 것보다 낫겠다'는 마음이 큰 거죠. 사상이라기 보다 인간은 돈만 갖고 살수는 없으니까요.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사회 일원으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사회에 소속됨으로써 안정감을 느끼죠. 사회적으로 인적, 물적 관계망이 없기 때문에 너무 외로운 겁니다. 인간은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 심리적으로 내가 이 사회에 소속이 되고, 소속된 한 사람으로서 역할, 소속감, 안정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탈북민 남자, 특히 북한에서 (일을 하다 온 사람의 경우) 한국에 오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니 더 힘든 거죠.

월북 , 귀순과 같은 경로여서 실행 가능했을 것

[기자]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그리워 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다시 월북을 시도하는 사례는 흔한 사례는 아니잖아요.

[신미녀]외부 혹은 내부요인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일전에 65세 된 할아버지가 중국까지 간 사례가 있었어요. 그 이후로 모르지만, 그분은 (한국에) 딸들도 있었어요. 근데 너무 본인이 여기서 사회적 소속감이 안드는 거에요. 너무 외롭고. 그 외 사람들은, 말로만 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잘 살아 내시더라고요. 또 온 길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다시 가는 게 얼마나 험한 길인지 잘 알고있어요. 직접 체험을 했으니까 그 길을 다시 돌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돌아가면 어떤 일이 있을 거라는 걸 너무 명확히 잘 알기 때문에 다시 가고 싶은 사람은 있지만 실행은 쉽지 않죠.

[기자]네, 말씀대로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을 텐데 김 씨는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까요?

[신미녀]이 사람 같은 경우는 실행에 옮기는 게 왜 가능했냐면, (월북한) 같은 곳으로 (탈북해)왔잖아요. 이곳으로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중국을 통해 어디를 통해 오는 게 아니라. 근데 여기는 젊은이가 DMZ를 통해 왔고, 13~14개월 밖에 안됐잖아요. 그러니까 충분히 (되돌아) 갈 수 있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거죠. 이 사람은 거기로 왔고, 온 길을 알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그만큼 간절했다는 거죠. '여기서 이렇게 사느니 가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겠죠.

[기자]네, 신미녀 대표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신미녀 대표가 보는 김 모씨의 월북 상황과 배경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