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탈북한 지 1년을 갓 넘긴 뒤 다시 월북한 30대 탈북민으로 인해 이들이 한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다시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 전문가로 다수의 탈북민들을 상담해온 건양대학교 오은경 교수는 탈북민이 정착 과정에서 자주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 극복을 위해서는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오은경 교수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탈북민 직업교육 훈련 뿐 아니라 적응교육 필요해
[기자] 먼저 이번 월북 사건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오은경]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회에 적응하는 게 굉장히 어렵잖아요.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매우 많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관리나 관심들이 우리 정부나 사회가 부족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봅니다.
[기자]탈북민을 주로 상담해 오셨는데요, 이들이 한국에 정착 하면서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오은경]탈북민과 관련해 직업 적응과 트라우마(정신적 충격) 관련이 저의 주 연구인데요.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관심,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에서 살 수 있도록 직업 교육이 아닌, 직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직업을 오래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직업교육을 강화시키고 훈련시키는 것까지는 합니다. 그래도 그 직업을 유지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이거든요. 차별과 편견이라는 문제도 있고. 탈북민들은 선입견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직업 적응이 안되면 당연히 생계유지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또 이들은 대부분 혼자인 경우가 많거든요. 이들의 외로움과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저도 실제로 직업을 구하기까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탈북민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요.
[오은경]어떤 사회에 소속하기 위해서는 직업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지금 우리나라는 직업훈련과 직업교육을 굉장히 많이 해요. 이것들 보다는 직업 적응, 그리고 직업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도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름 괜찮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고, 탈북민을 고용한 부서, 업체, 기관들에서도 탈북민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한 거죠. 문화적응 (어려움) 혹은 차별 등이 이들이 겪고 있는 취약한 부분이니까요.
하나원 교육 탈북민 남한 정착에 큰 도움 안돼
[기자]이들은 한국에 정착하게 되면 '하나원'이란 곳을 가지 않습니까. 거기서 여러 교육이 행해질 것 같은데요.
[오은경]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조금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나원의 교육은 남한 정착을 제공하는 데 있어 아주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하나원에서 현실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원 교육 후 이들은 지역하나센터로 가게 됩니다. 지역하나센터가 다시 중요하게 '허브 기관', 즉 중심과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지역사회로 흩어져 가는데 그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관계나 교류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거든요. 탈북 동기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탈북 기간이 짧을수록 정착에 혼란이 있어요. 탈북의 동기도 중요하고 탈북 기간, 즉 탈북 여정이 짧은 사람들은 탈북 과정 동안 고생을 덜 하고 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월북에 대한 희망도 내비치는 경우가 더 있었어요.
[기자]생계 전선, 즉 직업적인 부분의 적응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지원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오은경]내가 쓸쓸하고 괴롭고, 나를 위로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살 의미가 없잖아요. 근데 그 때 말벗이 되어 주고 위로를 들어주고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털어놓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지역하나센터를 중심으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심리, 정서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들의 독특성, 특수성을 반영 할만한 심리 지원 매뉴얼, 즉 설명서도 사실 없어요. 그들의 특수성을 반영한 심리 지원 매뉴얼이 필요하고, 이 구성을 바탕으로 지금 있는 상담사도 조금 더 전문적으로 양성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북자 , 손쉽게 넘어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있었을 듯
[기자]김 씨가 2020년 후반에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잖아요. 약 13개월만에 다시 월북을 한건데요. 원인을 무엇이라 보십니까?
[오은경] 시기가 안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사람이 작년에 왔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도시 간(나라 간) 차단으로 인해 작년에 들어온 사람이 얼마 안됩니다. 이 사람이 누군가 자신이 이야기 나눌 수 있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들이 아무도 없었던 거죠. 그래서 그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감이 컸었을것 같고. 나름 일도 하고 청소 업체에 가서 용역일도 했지만, 해본적 없는 경험들이니 한국 사회가 많이 낯설고 막막하잖아요. 의지할 탈북민도 없었을 뿐더러, 정착과정을 세밀하게 봐줄만한 체계도 부재했던 것 같습니다. 심리적 측면을 봤을 때, 탈북 기간, 여정 시간이 짧았던 것도 다시 돌아갈 마음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힘들게 온 사람은 너무 힘드니 돌아가지 않을 수 있거든요. 손쉽게 넘어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있구나 마음먹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탈북 동기와 여정이 다른 탈북민들과는 다르게 좀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들도 쉽게 선택하는 데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기자]오랫동안 탈북민 상담을 하시며 많은 탈북민이 정착하는 과정을 보아 오셨을 텐데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례도 많은 편일까요?
[오은경]정착을 조금 하고 남한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들은, '북한은 살 곳이 못된다' 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 대부분 정착을 잘 이뤄낸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그리움은 있지만 '다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었던 사례들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살기 힘들고 너무 외롭고 쓸쓸할 때, 너무 보고싶고 나만의 삶이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녹록치 않을 때는 가족이라도 같이 있었음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하는 분들은 있었습니다.
탈북민과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장 필요
[기자]한국 사회가 탈북민 정착을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요?
[오은경] '탈북민을 남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탈북민들은 탈북민끼리 살고, 남한 사람은 남한 사람들 끼리 살거든요. 소통할 수 있는 창구와 만날 수 있는 장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 특징들이 제일 어려운 점일 것 같아요. 탈북민들을 친구에게 소개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궁금해하고 하다가도, '다르지 않구나, 이런 특징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며 교류들이 이루어지게 되더라고요. 어떻게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만날 수 있는 과정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자]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오은경]믿을만한 남한 사람 한 명 정도라도 (만나면 좋지 않을까). 어떤 탈북민이 저를 '괜찮은 남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걸 계기로 탈북민 일을 시작했는데요. '괜찮은 남한 사람을 만났다'는 말에 저도 굉장히 힘을 얻었거든요. 마음과 마음은 어떤 지점에서 통하니까요. 연구 인터뷰 때문에 탈북민을 만나러 가면 혼자 있어요. 덩그러니 혼자 있을 때 만나러 가면 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풀어 내곤 합니다. 사람이 그립다는 거죠. 그래서 적응이 힘들더라도, 혼자 그 시간을 보내진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 사람이 고립되다 보면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면 답도 안나오고 해결 되지도 않거든요. 때문에 힘들수록 어렵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구들을 찾아가야 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기자]네, 오은경 교수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