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 박지현 씨가 영국 왕실의 초청을 받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왕과 카밀라 왕비를 만났습니다. 탈북민으로서는 처음인데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도 면담했던 박 씨는 북한을 탈출해 영국에 정착한 이후 당당히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은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영국에서 탈북민 출신 박 씨가 왕실의 초청을 받은 의미를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총리 면담에 이어 왕실 초청까지… 탈북민으로서 큰 특권”
영국 왕실의 초청을 받은 북한인권단체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2월 1일, 버킹엄궁을 찾았습니다. 영국 내 아시아인들을 초대해 축하하는 자리에 탈북민으로서 박 씨가 초대된 겁니다.
이곳에서 찰스 3세 왕과 그의 부인인 카밀라 여왕을 만난 박 대표는 자신을 북한에서 온 탈북민으로 소개했습니다.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북한을 떠나 자유 국가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기회를 준 영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왕과 왕비 등 가족들 모두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어떻게 북한에서 영국에 올 수 있었냐며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고 박 대표는 전했습니다. 또 북한이 매우 억압적인 국가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박 대표는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영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700여 탈북민을 대신해 자신이 직접 찰스 3세와 카밀라 여왕을 만난 것은 잊을 수 없는 특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지현] 영국에 살면서 국회의원들이나 지방의원들, 영국 총리를 만난다는 것도 큰 특권인데요. 이번에 왕실의 초대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차마 저희가 살면서 왕실에 초대를 받을 일이 있겠냐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받고 보니까 너무 얼떨떨하고, 저희는 북한을 떠나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 가정이잖아요. 남편도 탈북민이고요. 이렇게 탈북민 가정으로서, 또 자유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특권인 것 같아서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또 박 씨는 지난 1월 18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초청을 받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박지현] 제가 어떻게 북한에서 영국에 오게 됐는지에 관해 제 이야기를 다 해드렸고 , 영국에 700여 명의 탈북 난민들이 살고 있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또 제가 난민으로서 받았던 감사함을 지역 주민들한테 돌려주기 위해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제 두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감사하다고, 여기 와서 이렇게 난민들을 위해, 또 영국 국민들을 위해 목소리 내줘서 정말 고맙다며 어깨를 두드려주셨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영국에 막 정착했을 당시만 해도 북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탈북민인 자신이 영국 총리도 만나고, 왕실의 초청을 받을 만큼 북한 인권 문제와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다음은 박지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탈북민 초청은 북한 인권에 대한 영국의 관심 방증”
- 일단 축하드립니다 . 우선 영국 버킹엄궁의 초대를 받고 참석하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박지현] 저로서는 정말 상상해도 못 했고, 북한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특히 영국 왕실은 영국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곳에 들어가 찰스 3세 왕과 카밀라 왕비, 또 왕실 가족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와 제 가족에게는 특별하고, 감사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 영국 외교부에서 그 동안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셨던 박 대표님을 추천했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
[박지현] 저도 그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지난 18일에 리시 수낵 총리를 만나 뵙고 왔는데요. 다른 나라로 말하면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음력설을 맞아 초대장이 와서 갔는데 중국, 홍콩,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 탈북민으로서는 저와 ‘커넥트 북한’ 대표, 이렇게 두 사람을 초대했더라고요. 옛날에 제가 막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한국과 북한을 잘 구분하지 못하더라고요. 북한이라는 나라가 한국 안에 있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 당시에는 한국 문화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국이 예전과 달리 한국과 북한을 구분하는 걸 볼 때 영국도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지금 영국에 7~800명의 탈북민들이 살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영국에서 탈북민에 대한 인식과 시선은 어떻습니까?
[박지현] 제가 볼 때 영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은 정착을 잘해서 정말 잘 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누구나 처음 영국에 정착했을 때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많은 일을 겪게 되고요. 그런 과도기를 다 딛고 일어나 지금은 자영업하시는 분들도 많고,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도 많고, 또 영어를 배워서 대학교에 진학하고 자격증을 따신 분들이 많아지면서 영국에 사는 탈북민들이 정말 정착을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 모두가 자랑스럽고 감사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영국에서는 탈북민에 대한 다른 시선은 못 느끼시나요 ?
[박지현] 저는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탈북민들을 위해 영어 교실을 열었을 때도 영국분들이 많이 오셨거든요. 지금은 친구처럼 같이 다닙니다.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은 없어요. 또 영국에는 각 나라에서 온 난민, 이민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또 다문화 가정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없고요.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주려고 하고, 그래서 탈북민들도 영국에서 잘 정착해 살아가려고 노력하지 않나 싶습니다.
- 북한이라면 과연 일반 주민들이 김정은 총비서의 초청을 받아 관사에 가보고 , 만찬에 참석하는 일이 가능했을까란 생각도 해보는데요. 이번 영국 왕실의 초청을 받으면서 그 점도 비교가 됐을 것 같습니다.
[박지현] 맞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북한에서 똑같은 북한 사람끼리 어떻게 차별할 수 있냐’고 생각하는데, 북한은 성분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그 성분 때문에 다 분리되고요. 성분이 좋았던 사람도 어느 날에는 아래로 떨어질 수 있고요. 북한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이 보장돼 있지 않는 나라입니다. 북한에서 저희가 감히 도당 책임비서를 만난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죠. 그런데 영국에서는 지방의원도 만날 수 있고, 탈북민들이 국회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잖아요. 또 이렇게 총리실에도 추천을 받아서 갈 수 있는데, 영국처럼 자유 국가에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선택의 권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영국에서는 북한의 핵 문제와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압니다 . 대표님께서 피부로 느끼는 정도는 어떻습니까?
[박지현] 2주 전에도 영국 오픈도어스에서 발표한 ‘북한 종교 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이 종교탄압국가 1위에 올랐습니다. 또 영국 외교부에서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거든요. 특히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핵과 미사일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점을 많이 지적하고 있고, 그래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봉쇄돼 있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북한에 대해서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고요. 특히 저는 올해부터 문화적 대량 학살에 관해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우리가 대략 학살을 이야기할 때 서로 다른 종교와 인종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이제 북한의 문화적 대량 학살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고, 영국 의원님들과도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 제정한 '반동문화사상배격법'에 따른 강력한 통제와 처벌이 심각한 인권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데요. 그 점에서 접근해보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