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탈북민, 말투 등 한국사회 적응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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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이탈 주민들의 정서·심리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상담 거점을 연계하는 등 한국 통일부는 탈북민 맞춤형 프로그램을 올해 새롭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 전문가로 다수의 북한 이탈 주민들을 상담해온 건양대학교 오은경 교수가 최근 (16일) ‘북한이탈주민의 상담모형과 실제’를 강연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박수영 기자가 오은경 교수를 직접 만나 북한 이탈 주민들과 아이들의 심리 건강 상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최근 북한 이탈 주민 심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 높아져

<기자> '북한 이탈 주민들과 일반인들의 심리 상태' 그래프를 보면 탈북민이 일반인에 비해 심리적으로 과민하고 불안정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탈북민들이 심리적 고통을 느낄 확률이 더 높다는 건데요.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오은경 :일단 (탈북민들이 사회에) 정착을 해야 해요. 오늘 하루 먹고사는 문제들이 정리되고 일상을 안전하고 무탈히 보낼 수 있게 되고 나면 심리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요. 그래서 일상적인 기능과 정착을 잘하는 게 필요하고 직업까지 가지면 너무 좋죠. 고정적으로 일을 하고 안정성을 갖고 나면 아이도 키우게 되면서 심리에 대한 문제도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먼저 북한 이탈 주민이 직업을 갖고 자기 삶을 안정되게 보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이후 '지지 체계'라고 하는, 친한 가족이 있으면 더 좋은데 가족은 대개 없어요. 그래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남한 친구든 북한 친구든 지인이 (필요합니다). 건강하고 믿을 만한 대인관계를 잘 경험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해요. 왜냐하면 내가 힘들 때 좌절과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사람보다 그래도 좀 따뜻하게 격려해 줄 때 우리가 위로받잖아요? 그래서 안전한 지지 체계 같은 것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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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왼쪽)과 북한 이탈 주민(오른쪽)의 심리검사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비정상 행동을 측정하는 임상 척도가 북한 이탈 주민의 경우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건양대 오은경 교수 제공.

<기자>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소득과 고용안정이 중요하지만, 직업적으로 안정된 탈북자들도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요?

오은경 :북한 이탈 주민의 직업 적응 과정 연구에서 남한에 잘 정착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제가 인터뷰했습니다. 잘 정착했다는 것은 한국에 온 지는 5년 이상이고, 그 직업을 계속 포기하지 않고 2년 이상 유지했다는 것인데, 그중 직업에 대해 나름 50% 이상 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인터뷰해보니까 심리적인 문제가 뒤늦게 나타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안정적이니까 가족을 보고 싶다는 등 심리적인 고민을 하게 되면서 다시 심리에 대한 문제도 부각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저도 '잘 적응한 사람들한테도 심리적인 케어(돌봄)나 상담을 제공해줘야 하는구나'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은 물론 잘 적응해 가는 사람들도 감정이 울컥 올라와요. 감정을 자꾸 묻어두고 담아두고 나면 어딘가 자꾸 슬프고 그러잖아요. 그립고 복합적인 정서를 느끼게 되고. 그런데 아무래도 당장 직업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형태의 정착 지원 제도가 많다 보니까 2016~2017년도만 해도 심리적 문제는 관심을 두지 못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로 인해서 지금 (한국에) 있는 탈북민이라도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흐름이 온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좀 반갑고 정말 필요한 도움을 그들이 받아서 적응해 나가는 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거죠.

<기자>북한 이탈 주민들의 심리 문제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는 어떻게 됩니까?

오은경 :상담실에 온 많은 분은 처음부터 "우울해서 왔어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어요. 하지만 대개는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별다른 진단명을 받지 못해서 알고 보니 심리적 문제였던 경우들이 많았죠.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이 심리나 정서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장됐던 계기들도 언론에서 상담이나 정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럴 수도 있구나", "저게 저렇게 영향을 줬구나"를 얘기하면서 관심을 두는데 그런 관심을 통해 나를 투영하면서 인식이 확장되거든요. 그런 경험을 통해 (심리 문제의 중요성에) 많이 노출되었고 습득이 됐기 때문에 대중화됐던 거고 많이 좋아졌던 거죠, "힘들면 상담실에 가야겠구나"라는 인식이 되는 거니까. 북한 이탈 주민에게도 마찬가지로 정신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북한에서 신체가 아파도 치료를 못 받는데, 심리적인 아픈 거를 어떻게 도움을 얻을 수 있겠어요. 이제 한국에 와서 (매체를 통한) 자극받으면서 심리 문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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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와 인터뷰 중인 건양대 오은경 교수.

탈북 과정 중 태어난 아이들 , 한국보다 중국에 애착 갖기도

<기자>북한 이탈 주민들이 가족 단위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오은경 :북한이탈 주민들도 알게 모르게 심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요. 그러면서 "나는 그래도 괜찮은데" 하다가도 아이들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걸 보는 거예요. 내 아이가 친구랑 갈등이 있든지, 게임 (중독) 문제가 있든지, 또래 관계 문제가 있든지, 주의력에 문제가 있든지. 나 외의 가족 특히, 아이가 심리적인 문제들을 겪는 걸 보면서 부모도 교육받아야 하고 부모의 역할을 바르게 해주는 것이 아이 양육에 되게 중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느끼고 알게 되거든요. 그런 형태로도 또 상담도 많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기자>탈북 과정 중에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첫 번째로는 이 아이들이 사회·제도적 그늘에 있는 것과 두 번째로는 출생지와 거주지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 그리고 세 번째는 복잡한 가족관계를 말씀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짚어주시겠습니까?

오은경 :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의 아이들) 사춘기에 (혼란이) 오는 거예요. 엄마가 중국에서 이 아이들을 낳고, 중국에서 자랐고,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오면 아무리 빨라도 8-10살이에요. 그때는 벌써 언어가 습득돼서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기는 어렵죠. 그러니까 본인은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아이가 엄마가 좋더라도 "나는 중국이 편한데 왜 엄마 때문에 한국어를 배워야 하냐?" 생각해요. 그걸 엄마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사춘기 및 심리·사회적 발달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자아 정체성 즉, '내가 누구이고,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깨닫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탈북민 자녀들은 여러 상황에 원치 않게 노출되니까 얘네들이 당연히 "중국 사람인데, 한국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오히려 "나 중국에 살래"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중국에서 한국에 데리고 왔는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고 게임만 하고, 오히려 더 많이 싸우고 이해할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중국에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에 따라 아이들이 정규 과정을 받지 못하고 중도 탈락을 겪기도 합니다. 아이들 나름 겪는 문제들도 매우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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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들이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에서 아이와 함께 걷고 있다. /AP (Lee Jin-man/AP)

<기자>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영향도 있을 듯한데요?

오은경 :코로나로 인한 학습 결핍도 엄청 문제가 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코로나 상황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다 바뀌었어요. 그러면 각 집마다 수업 동영상을 틀어놓고 온라인 수업도 들어야 하는데, 엄마가 일단 그걸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IT(정보통신) 기계를 전혀 다뤄본 적이 없는 (탈북민 출신) 엄마가 그걸 하려면 어떻겠어요? 선생님께 도움받아서 겨우 영상을 틀어도 애들이 딴짓하고, 딴생각하니까, 학습을 놓치고 또 가죠. 그런 게 지금 벌써 3년째거든요. 1학년이면 벌써 고학년이 된 거고, 중학생이었으면 벌써 고등학생이 된 거니까 그때 배워야 할 기초학력의 단절도 그 안에 있겠죠.

MZ세대 탈북민들 정착 가속화…한국 사회 차별은 여전

<기자>최근 한국에서도 MZ세대 즉,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 한국에 정착한 젊은 탈북민들의 사고방식과 정착의 형태도 이전 세대와는 다를 것 같은데요?

오은경 :네, 완전 달라요. 일단 (지금의 탈북민들의 경우에는) 언어 교정이 너무 빨라요. 언어가 (정착에 있어) 되게 중요하거든요. 언어 교정이 빠르면 남한 사람처럼 지내고, 좀 자유롭고, 또 많이 표현합니다. 상대적으로 빨리 정착하려고 노력하고 또 미디어 노출이 많아서 정보도 빠르게 습득하기 때문에 적응력은 확실히 는 것 같고, 또 자유분방한 젊음이 주는 요소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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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Na-ra, a North Korean defector who is now a beauty YouTuber, prepares for recording her YouTube video as North Korean cosmetic products are seen on her dressing table in Seoul 현재 미용 유튜버로 활동 중인 탈북자 강나라 화장대에 있는 북한 화장품을 소개하기 위해 유튜브 영상 녹화를 준비하고 있다. /Reuters (KIM HONG-JI/REUTERS)

<기자>교수님께서 북한 이탈 주민 상담 심리 전문가로서 활동하게 되신 계기 중의 하나가 일상생활에서 만난 한 북한 이탈 주민분이 처음에 본인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숨기고 '조선족'이라 소개한 일화 때문이라고 하셨는데요. 안타깝지만, 이는 한국 사회에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 좋지 않은 시선이 아직도 팽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데요.

오은경 :탈북민이 좋은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과제가 되겠죠. 이는 한국 사회에 남은 탈북민들의 몫이고, 그래서 정착을 잘한 탈북민들은 선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도 분명 가지고 있어요. 당연히 (차별이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분단국이라는 이미지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는 더 복잡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점차 이런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워크숍이라든지 교육 같은 것이 있고, 또 여기저기에서 각자가 역할과 그 몫을 해주는 사람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네, 오은경 교수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