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제 52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논의될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서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성범죄와 폭력 등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이동과 표현의 자유 등 시민의 기본적 권리도 여전히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한 살몬 특별보고관은 북한 정권에 11개 권고 사항을 제시하면서 여성 인권의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교류하고 협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혜준 기자와 함께 보고서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북, ‘여성 인권의 보호와 증진’ 국내법 따라 국제사회와 소통해야”
[앵커] 서혜준 기자, 북한 여성과 소녀의 인권 상황에 초점을 맞춘 유엔 보고서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됐나요?
[기자] 살몬 특별보고관은 북한이 여성 인권 개선을 위해 제정한 국내법 등을 언급하며 이는 긍정적인 조치라면서도, 여전히 심각한 북한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성 차별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성평등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북한이 2010년 ‘여성 인권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을 채택하는 등 북한이 비준하기로 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이 제기한 우려에 대응해 협약에 부합하는 국내법을 도입하는 데 진전을 이룬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 법에서 “모든 형태의 가정폭력”을 금지한다는 46조 등은 폭력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예시나 가해자 또는 피해자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 보고서는 전반적인 북한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면서 현재 역내 긴장 상태와 북한과의 원활한 소통창구 부족 등으로 인해 어떤 안보상의 실수가 생기면 심각한 수준의 상황을 촉발해 생명권을 포함한 인권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이해당사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회복할 것을 촉구하고, 특히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는 모든 외교 과정에서 인권이 중심이 될 때에만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인권은 곧 국권"이라고 강조하며 국제기구가 북한 인권을 언급하는 것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에 대응해 북한 국내법을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네, 살몬 특별보고관은 북한이 제정한 법률 조항들을 세세히 언급하며 최소 북한 법에 따른 조치를 분명히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건데요. 특히 앞서 언급한 '여성 인권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의 제9조는 "국가가 여성권리보호 분야에서 다른 나라 및 국제기구와 교류, 협력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 조항에 따라 유엔의 인권 관련 특별보고관들, 인권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직접적인 소통창구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북한이 공개적으로 비준한 5가지의 국제인권조약들을 언급하며, 북한은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북 구금시설∙국경지역∙장마당 등에서 여성 대상 성범죄 만연”

[앵커] 그런데 현재 북한 여성들과 소녀들의 인권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겁니까?
[기자] 보고서는 북한의 구금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특히 성범죄 등 북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례들을 언급했습니다. 보고서에 포함된 증언들에 따르면 북한 구금시설 내 여성들은 탄광과 공장, 농장, 제조업 등에 필요한 업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정치범수용소(관리소)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보고서는 여성들이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생활 환경에서 지내며 위생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식량 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고문과 학대, 강제노동을 경험하며, 국가 공무원으로부터 성차별에 기반한 성폭력에 시달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한 탈북민의 말을 인용해 수감된 임산부들이 강제 낙태를 강요받는다면서 특히 구금된 여성이 성폭력에 취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경지역에서 탈북을 시도한 여성과 소녀들은 중국 남성과의 강제 결혼으로 팔려가거나 성산업에 내몰려 성폭행, 구타, 인신매매 등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난민 지위가 없는 ‘불법 이민자’로 분류되는 탈북 여성들은 인신매매 규제를 강화한 중국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도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마당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국가 관리들에게 뇌물 형태로 강압적인 성행위를 강요받는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시장활동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여성들은 ‘정권 통제와 부패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는데요. 살몬 특별보고관은 ‘반사회주의적 행동’이란 명분으로 민간 경제 활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수많은 북한 여성들이 의존하는 유일한 수입원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앵커]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 비루스 확산 우려로 지속되고 있는 국경봉쇄로 주민들의 권리가 제한적인 상황인데요.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의 시민적 권리에 관해서는 어떻게 다뤘나요?
[기자] 이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코로나 이후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이동에 추가적인 제한을 가했으며 국내 여행도 더욱 제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음식, 의약품, 생계수단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서 식량난도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지원 의사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한국문화를 따르는 청년들에 대한 제한과 처벌 부분도 다뤘다고요?
[기자]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해설 문건에 따르면 해당법에는 '괴뢰말', 즉 한국식 언어로 쓰인 인쇄물 등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살몬 특별보고관은 이 같은 제한과 처벌에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해 청년들의 휴대전화를 감시하고, '적대국가' 즉, 미국과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진, 영상, 노래, 문서 등을 사용하는지, 또 한국식 단어들을 사용하는지 등을 감시하기 위해 가택 수색을 펼친다고 했습니다. 특히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북한 주민들의 말투와 그들이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는지를 엄격히 규정한다며, 이는 정보에 대한 접근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더욱 제한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보고서에 언급된 심각한 인권 상황들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사항이 있었나요?
[기자] 네, 살몬 특별보고관은 북한 정권에 총 11개 권고안를 제시했는데요. 먼저 법적으로 북한을 출입국할 수 있는 기본권을 인정하고 송환된 주민들이 처벌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별히 중국과 러시아에는 난민을 박해할 것이 분명한 나라에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원칙인 '농 르플르망 (non-refoulement)' 원칙을 따를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여성에 대한 차별, 강간, 가정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대한 정의를 관련 법률에 명확히 해서,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이 포함되도록 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이 밖에도 인신매매 해결을 위한 통합적 접근 방식 채택, 참여하는 국제인권조약 비준, 성교육 프로그램 제공, 외교적 대화 복귀,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의 권고사항을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의 이번 보고서는 오는 20일에 진행될 52차 유엔 인권이사회 정례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앵커] 네. 서혜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북한 여성 인권 관련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기자 서혜준, 박재우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