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유별난 아이사랑 탓 아이스크림공장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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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평양에 현대적 시설을 갖춘 아이스크림공장이 준공됐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 당국이 아이스크림공장을 겨울철에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선 배경이 궁금합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저도 궁금합니다(웃음). 다만 건설해왔던 아이스크림공장을 완공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준공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게 늦봄이나 여름이면 달라도 한창 추워지는 시기에 하필 아이스크림공장 준공식을 할 필요가 있었던지 이해가 잘 안 가는 측면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식량확보 문제가 중요한데 아이스크림은 간식이지 않습니까? 서둘러서 공장을 지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점은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 당국이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권 초기에 ‘조선소년단’이라고 북한 어린이들의 조직이 있는데 그 창립기념대회 참가자를 선발할 때 “아버지가 승용차를 타지 않고 있는,” 그러니까 간부의 자녀들이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의 자녀를 선택하는 그런 방식으로 어떤 아이들이라도 사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로 유희장이나 수영장 같은 곳도 많이 생겼지요. 평양중앙동물원도 개건되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의 아이를 의식해서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가 일본 정부나 지자체의 차별정책으로 고생할 때도 북한의 여러 기관들이 성명을 내는 등 규탄에 동참했는데 이런 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스크림 공장을 지은 것도 아이들을 의식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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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역 광장 매점에서 남녀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

<기자> 전현철 내각 부총리는 준공사에서 이번 아이스크림공장 준공이 인민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임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편인가요?

문성희 :네, 북한에서는 '얼음보숭이'라고 하고 있었는데 모두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옛날에는 그렇게 많은 종류가 없었지만 만경대구역에 빵 공장이 생겼습니다. 거기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팔고 있었는데 안내원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습니다. 그 때 보니 비교적 다양한 종류가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1년의 일입니다.

2003년에 평양특파원을 할 때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야영을 하는 곳을 찾아 취재한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아이들이 얼음 캔디를 먹고 있는데 맛있어 보였어요. 인솔하신 선생님이 저와 사진기자에게도 얼음 캔디를 사서 주셨습니다. 먹어보았는데 거의 물인거에요, 설탕이 좀 들어가 있어서인지 약간 단 맛은 있긴 했지만. “아, 일반 북한주민들은 이런 것을 먹고 있구나” 그렇게 새삼스레 생각했어요. 또 함흥에서 평양으로 돌아올 때 열차가 어느 지방역에서 잠시 멈추었는데 열음 캔디를 파는 장삿꾼들이 제가 탄 열차 차량에 와서 “하나 사라”는 것이에요. 그러나 안내원은 “절대 사지말라”고 했어요.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니까 배탈이 나면 야단이라는 것이지요. 지방에서 병원도 찾기 어려운데 제가 아프면 문제가 되니까 그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도 많이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물론 뭔가 나쁜 것이 들어있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은 물을 냉동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물이 안 맞으면 반드시 배탈이 난다는 것입니다.

옥류관이라고 유명한 평양냉면 가게가 있는데 거기서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어찌나 맛이 있는지 저는 그 아이스크림을 3개 연속해서 먹은 일이 있어요. 그러니까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기술은 북한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게 재료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기자> 공장에서는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건강음료도 생산한다는 데요, 직접 북한에서 접해보셨던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의 품질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먹은 아이스크림의 품질은 좋았습니다. 그거야 그렇지요. 옥류관이라고 하면 북한이 '관광코스'로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선전하는 곳인데 거기서 내는 음식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경을 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료도 우선적으로 국가에서 공급할 것이고. 일본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에 비해서도 맛은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만경대식료공장이었던가 거기서 팔던 아이스크림도 맛은 괜찮았어요.

음료수는, 대동강맥주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는 맥주라고 생각하지만, 쥬스나 그런 음료수는 솔직히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공장이나 기업소를 취재하러 하면 사이다 같은 것을 내주는데 그게 좀 맛이 독특하다고 할까, 저에게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로는 일부러 북한 음료수를 구해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신덕샘물 같은 것은 맛이 있어요. 북한 물은 좋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영광가구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외국에서 수입한 캔 커피와 북한 샘물을 내주었어요. 거기는 중국기업과 합영이었기 때문에 그랬던지 북한산 음료수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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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길거리에서 한 여성이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모습. /AP

<기자> 그런데 아이스크림 공급보다 더 시급한 사안이 많지 않나요? 예를 들어 식량이나 생필품 공급같은 것들 말이죠.

문성희 :제 말이 그렇습니다. 물론 지난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김정은 총비서의 시정연설 등을 봐도 북한 지도부가 식량이나 생필품 공급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해결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뭔가 눈에 보이게 성과를 과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원래 세우던 아이스크림 공장을 먼저 준공해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스크림은 간식이니까 먹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지요. 그것보다 주식인 쌀이나 부식인 채소, 그리고 고기나 생선 등 정말 필요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북한 사람들도 그렇게 해주기를 속으로는 바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약간 정책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는 주민들도 있다고 봅니다만 북한에서는 그런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낼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TV를 보던 북한 주민이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구두를 보고 "대체 이 구두들은 다 어디로 가냐?" 고 불평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차례가 돌아오지 않으면 대체 이런 구두를 생산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그만큼 북한 사람들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식량문제 해결만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간식을 먹고 싶어하는 그런 여유가 있는 층도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 북한에서 나온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까 이탈리안 식당에서 피자나 파스타를 먹으면서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이런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스크림 공장이 세워진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들어 북한은 주민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먹거리 공급에 애쓰는 모습인데요, 어떤 배경이고 또 성과를 낼 전망도 짚어주시죠.

문성희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기호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옛날처럼 쌀이나 옥수수만 공급해주면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 층에게는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아이스크림공장, 빵공장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여유가 없어도 적어도 평양에 사는 사람이면 외국 식품도 접하고 싶어 하는 그런 배경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김정은 총비서는 외국 유학 경험도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낼 전망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식량 문제에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이런 정책을 기뻐할지 의문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