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귀한 북 농촌, 대대적 노력동원 통해 영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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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려온 북한이 식량증산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문성희 박사님, 북한 관영매체가 '농촌에 농기계를 보내주자'는 기사를 실었는데요, 북한의 영농 기계화, 어느 정도 수준이던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북한에서는 풀베기 전투, 김매기 전투, 모내기 전투 하는 식으로 중심적인 영농작업은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동원해서 진행이 됩니다. 그때는 대학생, 젊은 사람들도 모두 농촌 일손돕기에 동원됩니다. 북한 관료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외무성이 담당하는 농장이 있다면 외무성 일군들은 거기 가서 농사일을 해야 하지요. 예를 들어, 북일 관계를 담당하는 외무성 일군들은 지금 양국 관계가 안 좋으니 사실상 아무것도 할 일이 없지요. 그렇게 되면 농장에 동원되니까 육체 노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무일을 보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싫어하지요. 일이 있으면 그것을 구실로 농장에 가는 것을 피할 수 있는데 그렇게도 못하니까요. 하여튼 그런 식으로 기계화는 아직 많이 멀었다는 것이 2010년 정도까지의 인상이었습니다. 최근에 어느 정도 기계화가 실현되었는지는 제가 직접 현장에 못 가고 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비약적으로 달라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기자> 경제전문가로 평소 북한의 식량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해오셨는데요, 북한 농촌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건 뭔가요?

문성희 무엇보다 비료확보가 문제라고 봅니다. 북한에 무진장한 무연탄을 재료로 한 '주체 비료' 생산에 힘을 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모든 농장들에 비료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결국 화학비료는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화학비료의 수입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렇게 수입은 많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당국이 화학 비료를 많이 생산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봅니다. 화학비료를 많이 수입하려면 외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못할 경우에는 역시 국내에서 얼마나 화학비료를 많이 생산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요. 제가 2011년에 안주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찾았을 때만 해도 '주체 비료를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지만 그런 공장이 여러 군데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는지, 화학비료를 생산하는 기지가 곳곳에 생겼다는 보도는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농기계 뿐만이 아니라 모든 농업 생산 도구들이 모자랐습니다. 과거에도 그러했는데 농민들이 김매기, 풀베기 등도 모두 손으로 하고 있었어요. 기계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도구라도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도 모자랐습니다.

<기자> 최근에는 국제 유가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요, 올 해 북한의 작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깡요?

문성희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지요. 북한은 기름 수급이 쉽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유엔안보리 제재로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는 50만 배럴이라고 합니다. 지난달 말 5일간에 걸쳐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농촌발전에 관한 의제를 논의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인민들의 주식을 옥수수와 감자로부터 흰쌀밥과 밀가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가 있는데, 유가가 올라가고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농기계가 있다 한들 그것을 어느 만큼 가동할 수 있겠는지. 그렇게 생각하면 작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료 가격이 올라가면 안 그래도 비료가 부족한 데 더더욱 비료 확보가 어려워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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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트빌리스카야 지역에서 콤바인으로 밀 수확을 하는 모습. / AP

<기자> 한편 북한 당국이 밀 수확향을 늘리라고 독려하고 있는데 북한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시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문성희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옥수수와 감자 대신에 인민들의 주식을 흰쌀밥과 밀가루로 바꾸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실현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도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밀 수확량을 늘리려면 이모작 확대가 필연적인데 비료와 기계 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모작을 늘릴 경우 토양 수탈과 수확 후 손실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밀 수확량을 늘리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사실 북한은 2020년 5월에 러시아에서 2만 5천톤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러시아는 밀 생산으로 유명하지요. 아마도 북한에서도 러시아에서 밀가루를 수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2019년에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곡물은 총액으로 800만 달러가 됩니다. 중국도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본다면 밀 수확량을 늘린다고 해도 그렇게 간단하게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생산량이 급속도로 높아질 지 예측할 수 없다고 봅니다.

<기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재개하는 등 북한 당국이 국방 분야에 주력하면서 정작 농업분야 등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소홀했다는 지적인데요, 북한에 계실 때 만나본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이던가요?

문성희 이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뒤 노동신문 등을 보니까 환영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 주민들은 핵 무기나 미사일 등은 철저히 자위를 위한 수단이라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기 때문에 그렇게 큰 저항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도 이런 문제로 북한 당국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인이라서 말을 조심하는 것이기도 했겠지요. 한편으론 '언제까지 이런 생활이 계속되는가,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면 전쟁으로 결판을 내리면 좋다' 뭐 그런 과격한 발언을 저에게 들으란 듯이 하는 사람은 있었습니다.

<기자>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