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확산 속 약속한 약∙식량배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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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비루스가 북한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방도시의 상황도 점차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주 초만 해도 외출과 출근, 시장 활동이 가능했지만 며칠 만에 도시 봉쇄와 외출 금지로 방역 대책이 대폭 강화됐다고 일본의 대북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전했습니다.

또 격리된 가정에는 식량이나 의약품이 전혀 공급되지 않았으며, 약국에도 의약품이 없어 구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와 함께 북한 지방 도시의 코로나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지방 도시도 일주일 사이에 완전 봉쇄로 전환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들로부터 코로나 상황을 듣고 계신데요. 현재까지 파악하신 북한의 코로나 상황은 어떻습니까 ?
이시마루 지로 대표
이시마루 지로 대표 (사진-위키피디아)

[이시마루 지로] 함경북도 무산군과 다른 도시 한 곳, 양강도 혜산에서 계속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상황 변화가 심합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13일 당시 무산군에서는 외출이 가능했고, 기업소나 직장 출근도 가능했습니다. 시장도 폐쇄되지 않았고요. 마스크 두 장을 착용하고, 체온 측정을 하면서 시장 운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6일에 시장이 폐쇄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20일) 연락이 왔는데, 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출근이 금지됐고, 무산 광산도 출근 안 합니다. 무산군 안에서도 발열자가 많은 구역은 전체를 봉쇄하고, 외출 금지가 됐습니다.

그리고 함경북도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4일에 연락이 왔을 때는 단속은 있어도 외출이 가능했고, 시장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외출 금지까지는 아니지만, 거리에서 규찰대가 계속 방송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왜 외출하냐’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봉쇄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까지 봉쇄가 점점 강화되는 분위기인데요 . 양강도 혜산시는 어떻다고 하나요?

[이시마루 지로] 혜산시에서는 어제(19일) 처음으로 연락이 왔어요. 그동안 단속이 너무 심해서 연락하지 못했는데, 어제 한 명, 오늘(20일) 한 명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혜산시는 지난 5월 14일에 전체가 봉쇄됐다고 합니다. 외출 금지 때문에 바깥에 나가 전화하지 못해 연락이 늦었다고 했어요. 북한 당국에서 말하는 봉쇄의 기본은 도, 시, 군 간의 이동을 금지할 뿐이고, 그 안에서의 봉쇄 상황은 지방마다 많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도시에서도 봉쇄에 가까운 상황이 돼가는 것을 볼 때 전국적으로 발열자가 계속 늘고 있고,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가 확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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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 is seen on closed street amid fears over COVID-19, in Pyongyang 통제된 북한 평양의 모습 / Reuters (KYODO/via REUTERS)

의약품 공급 체계만 마련 … 의약품 지원 없어

  •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1호 의약품까지 풀고, 중국에서도 의약품을 많이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장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마스크나 해열제 의약품이 충분한지 모르겠습니다 . 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하는지요 ?

[이시마루 지로] 함경북도의 한 도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점에 약국에 약이 없고, 공급된 것도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산 페니실린도 없다고 합니다. 오늘(20일) 무산군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일단 인민반을 통해 약을 공급하는 체계를 만들었고, 앞으로 이 체계를 통해 중국약을 공급한다는 통보는 있었다고 합니다. (통보만 있었지, 실제 받지는 못했군요?) 그러니까 발열자가 생기면

중국산 해열제나 감기약을 주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아직 그런 공급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 혜산시에서는 우리 협조자의 매우 친한 사람이 열이 나서 격리가 됐습니다. 일주일 넘게 아직도 격리 중인데 격리 기간에 한 번도 식량 분배가 없었고, 약도 한 알 못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긴급히 의약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평양을 비롯해 김 총비서가 우선으로 생각하는 대상에 먼저 주고, 그다음에 지방에 줄 거라 생각합니다. 20일 현재 지방에는 중국산 의약품 공급이 없다고 합니다.

  • PCR(유전자 증폭) 검사 등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봐야겠죠 ?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지금도 북한 당국은 매일 발열자와 사망자 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그 수치는 신뢰성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집계는 하겠지만, 발열자 수를 매일 전국적으로 계산해서 발표할 수 있을 만큼 북한이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을 거란 점에서 의심스럽습니다. 전국적으로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가 사는 세 도시에서는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방의 고위 당국자들은 할 수 있겠지만, 일반 주민들은 검사를 하고 있지 않고, 검사를 본 적도 없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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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치과 위생 제품 공장에서 직원들이 식당 바닥을 소독하고 있다. / AP (Cha Song Ho/AP)

갑작스러운 봉쇄로 지방 도시 주민들 인도주의 위기 직면

  • 점점 강화하는 도시 봉쇄와 이동 제한 , 격리 생활 속에서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합니다. 식량과 의약품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이시마루 지로] 아까 말씀드린 우리 협조자의 친한 사람은 자기가 미리 사다 놓은 쌀이 있어서 모자라지 않았지만, 이틀 굶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외출하지 못해서 땔감을 못 구했다고 하거든요. 또 주변에 사망자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무산군 협조자는 바깥에 나가질 못하니까 정보 수집이 어렵고, 얼마나 죽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혜산시 협조자는 ‘지금 문도 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준비가 안 된 채로 격리에 들어간 집에서는 사람이 죽었다는 설명이 인민반에서 있었다고 합니다. 인민반 안에서 두 명이 죽었다고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함경북도의 한 도시 사람과 가까이에 사는 젊은 부부가 있는데, 이 부부에게 어린 아들이 열이 나서 가족 세 명이 다 격리됐대요. 그런데 당국에서 그 집에 식량이나 약도 못 주고, 접촉 금지가 됐기 때문에 찾아보지도 못해서 이대로 죽어도 아무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 이런 가운데 지금 북한은 농번기이지 않습니까 . 장사나 출근을 못하는 상황에서 농장은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이것도 세 군데 지역에서 똑같이 말합니다. 도시 사람들은 외출 금지가 됐지만, 농촌에서는 계속 모내기도 하면서 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맘때는 도시 주민들이 농촌 동원을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농촌 동원도 거의 다 막아버렸다고 합니다. 자기 구역 내에 농장이 있을 경우에만 다니게 했다고 하는데, 혜산시는 완전 도시 봉쇄가 돼서 도시 주민들이 농촌에 못 가죠. 그러니까 그 영향은 당연히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금년은 가뭄이 심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가뭄이 심할 때는 인력으로 해결했는데, 제일 인력이 필요할 때 사람들이 동원을 못 다니게 됐기 때문에 농사에 대한 영향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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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청과점 직원들이 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제공할 토마토를 나르고 있다. / AP (Jon Chol Jin/AP)
  • 외부에서는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 사망자뿐 아니라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에 대해서, 그리고 김정은 정권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 민심을 전해주시겠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불만이라기보다 불신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주민들이 격리로 외출 금지가 되면서 식량을 구매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럴 경우 국가가 책임지고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애초부터 그렇게 못할 거라는 식으로 예측하더라고요. 약국에 가도 약이 없다는 것은 '전혀 준비가 안 됐구나', '의료 붕괴 상태에서 코로나 위기를 맞았구나'라는 생각인 것 같대요.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인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부분은 북한 사람들이 이전에는 코로나를 감기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공포가 돼버렸습니다. 혜산 사람도 말했지만,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외출을 못하는 상황에서 격리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라는 병 자체에 대한 공포심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와 함께 현재 북한 지방도시의 코로나 상황과 당국의 대응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