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코로나비루스 백신(왁찐) 접종을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백신의 효능과 가격은 물론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 현황 등을 궁금해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또 한국과 일본에서 코로나 방역을 위한 도시 봉쇄나 여행 제한이 있었는지, 정부 보조금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는데요.
최근 북한 국경 지방의 코로나 상황에 관해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 당국은 '집단 면역 생겨 이겨냈다' 선전… PCR 검사는 본 적 없어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코로나 방역의 승리를 선언한 이후 지난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국경 지방의 코로나 상황을 조사하셨는데, 파악하신 내용부터 듣고 싶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두 곳의 상황을 조사했는데요. 일단 평양에서 ‘코로나로부터 승리했다’는 선전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상황도 거의 비슷합니다. 당국에서는 ‘일단 코로나가 끝났다’, ‘모두 다 걸려서 면역이 생겼기 때문에 다 끝났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고 합니다. 양강도와 함경북도는 지난 5월 이후 발열자가 많이 생겼고, 코로나로 의심되는 증상들이 많이 나왔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어느 정도 당국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만, 발열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발열자가 병원에 가도 일단 코로나로 취급하지 않고 감기로 취급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제 추측인데, 일단 중앙에서 코로나의 승리까지 선언했고, (북한은) 정치적인 판단이 중요한 국가잖아요. 그래서 지방에서도 ‘코로나를 이겨냈다’는 판단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정은 총비서가 코로나 청정구역임을 선포했지만 , 발열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는 말이군요.
[이시마루 지로] 혜산시도 그렇고, 함경북도에서도 발열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또 기침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외출하지 말고, 주의하라는 지시만 내린다고 합니다. 특히 발열자가 있는 아파트나 인민반, 동에서 전체를 봉쇄하거나 격리하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코로나로부터 승리를 선언한 이후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어도 이것을 감추거나 비공개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시마루 지로] 북한 당국에서는 일관되게 ‘아직까지 코로나 환자가 있을 수 있다’가 아니라 ‘코로나를 다 이겨냈다’, ‘집단 면역이 생겨서 일단 이겨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함경북도 취재협조자의 보고에 따르면 발열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코로나는 끝났지 않았고 남아 있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합니다. 미국도 그렇고, 일본에서도 증상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지만, 이전에 비해 경계심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습니까. 북한 사회도 그런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 이동이나 장사 등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그것도 물어봤는데,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동이잖아요. 장사나 유통을 위해서도 이동이 필요한데, 국경 지역에서도 지역 간 이동이 조금 완화됐다고 합니다. 코로나를 경계했을 때는 여행 증명서 자체를 쉽게 발급해 주지 않았고, 급한 일이 있어서 발급을 받았더라도 이동 초소가 많아서 제한이 너무 많았는데, 지금은 증명서만 있으면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PCR 검사에 대해서도 물어봤어요. 중앙에서 한 발표에 따르면 ‘10만 명에 대한 PCR 검사를 했더니 한 명도 감염자가 없다’고 해서 승리 선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지방의 경우는 어떠냐’고 다시 물어봤는데 우리 협조자의 반응은 ‘계속 PCR 검사에 대해 물어보는데, 그런 것은 한 번도 하지도 않았고, PCR 검사를 보지도 못했고, 뭔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또 ‘지금도 코로나 검진이라는 것은 열을 재고, 의사가 문진했을 뿐이지, PCR 검사에 대해 간부들은 해봤을지 모르지만, 일반 주민은 보지 못했을 것이고, 자신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생활고 겪는 북 주민 , 다른 나라의 국가지원금에 놀라
- 그런데 반대로 북한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점도 있었다면서요 ? 어떤 질문이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제가 거꾸로 협조자들로부터 재미있는 질문들을 받았는데요. 외국의 경우 지금 (코로나 방역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계속 궁금해하는 겁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도시 봉쇄 같은 것을 했는지’, ‘코로나 환자가 많아지면서 여행은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또 백신에 관해서도 관심이 컸는데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네 번째 백신 접종을 하기 시작했잖아요. 그 설명을 했더니 정말 놀라더라고요. 한 번뿐이 아니라 계속 그렇게 백신을 접종해 준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반응이었고,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가’, ‘값은 얼마 정도 하는가’ 등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심했을 때 국가가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까. 격리자에게 음식도 배달해주고, 수입이 감소한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나라들이 많았는데, 그 설명을 하니까 정말 많이 놀라워했습니다.
-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보다는 생활고를 더 힘들어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시마루 지로] 그리고 물론 물가 차이가 있겠지만, 지원금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봤더라고요. 이것은 제가 2년 전부터 이야기했듯이 코로나라는 병도 무섭지만, 이에 따른 여러 제한 때문에 생활에 미친 타격이 더 크고, 병보다 굶는 것이 더 무섭다는 것이 일관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었잖아요. 북한에서는 제대로 된 국가 지원이 없었으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는가에 제일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정부나 국영 매체가 보도하는 것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코로나를 이겨냈다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어떻게 해왔는지, 그리고 국가가 어떻게 국민들의 생활을 보장해줬는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북한 당국으로서는 어느 정도 코로나 관리나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봤을 수 있고요 . 경제적으로 어렵고 민심도 흉흉하기 때문에 코로나 극복 선언을 통한 국면 전환을 노렸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관건인데요. 앞으로 코로나 승리 선언이 북한 사회와 주민들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이제 이동도 조금 가능해졌고, 격리도 없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지금 8월 말이 됐는데, 옥수수 수확 시기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때까지가 식량이 많이 부족한 시기잖아요. 지금부터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어려운 시기가 계속될 겁니다. 이럴 때 계속 경제 활동 자체를 완전히 막아버리면 사람들의 불만도 많이 쌓일 테고, 실제로 희생자가 생길 수 있는데, 마침 코로나 증상 환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니까 한계에 다다랐던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에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을 겁니다. 참고로 요즘 시장 물가는 조금 내리기 시작했는데요. 한때 많이 올랐지만, 지금은 쌀이나 옥수수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조금 내림세에 있습니다.
- 네 .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로부터 '코로나 승리' 선언 이후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