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분류된 북한. 강제 북송된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제낙태는 물론 북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낙태, 즉 임신 중절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멸균된 기구 그리고 변변한 검사도 없이 불법 낙태가 성행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합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단일민족’ 유지 위해 낙태… 생명권 존중 없어
[KBS 뉴스]미 국무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인신매매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는 최악의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 202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은 20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신매매가 만연하다 보니 북한 내에서 낙태, 즉 임신 중절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강제 북송된 탈북자를 대상으로 낙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북한에서 의사로 일했던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1일) 말합니다.
[최정훈]수용소, 감옥 그리고 중국에서 잡혀 들어온, 인신매매 당했던 여성들을 대상으로 낙태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중국 종자를 받아 왔다'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불법으로 탈출했다가 잡혀 들어오면, 북한의 헌법상 아주 엄중한 죄를 지은 죄인 이잖아요. 처벌을 해야 하는데 임신하면 그 죄를 당장 적용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출산에 대한 비용도 간부, 감옥 측에서 부담을 해야하고. 그래서 이루어지는 게 낙태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북한의 인권, 생명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최 선임연구원은 강조합니다.
탈북민 김단금 씨도 직접 들은 일화를 (3일) 공유했습니다.
중국에서 살다가 임신하고 북한으로 오게 되면, 소위 ‘단일민족’을 유지하기 위해 낙태를 진행한다는 겁니다.
[김단금]중국 아이를 임신하고 왔다 하게 되면 일단은 '중국의 씨'를 가지고 왔다면서 낙태를 시키고…, 제가 경험담을 직접적으로 들었거든요. 중국에서 애를 임신하고 나서 보위부에서 (강제)낙태를 시켰다고.
북송된 탈북민들에 대한 강제 낙태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낙태는 일상에도 깊이 침투해 있다고 최 선임연구원은 말합니다.
[최정훈]대학 졸업 실습으로 모든 과를 돌면서 실습하거든요. 제가 산부인과 실습을 할 때 일이었는데요. 저녁에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데, 한쪽 방에서 앓는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그래서 동료에게 "저게 뭐냐" 했더니, 제가 있던 곳은 함경북도였는데, 황해도 쪽에 있는 16살 중학생이 중절 수술을 하려고 배에 주사를 맞고 누워있다는 거예요. 4시간 동안 앓는 소리를 내다가 낙태가 진행돼서 새벽에 집에 간 것 같았어요. 이런 일들이 북한에서는 너무 일상처럼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생활 환경이 열악한 북한에서 자신이 살고있는 현실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낙태를 선택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최정훈]북한의 현실을 보면, 노동력이 있고 정상 사람들도 생활환경이 열악하잖아요. 그런데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그 외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낙태를 하게 되는 경우가 수다합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북한에서 낙태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되는 거죠.
당일 낙태 가능 … 접근 용이

탈북민 김소희 씨가 북한에서 낙태를 ‘간접’ 경험한 건 2016년, 22살 때였습니다.
[김소희] (낙태하는) 친구를 따라간 적이 있었어요. (낙태)를 하는 집을 (수소문해서) 알아봐야 해요. 공개적으로는 (모르죠). 의사가 집에서 수술을 한다는 게 위생적으로는 좋지 않잖아요. 사실 다 단속하는 일이거든요. 친구가 너무 바빠해서 제가 직접 알아보고 함께 찾아갔어요. 그 때 저와 친구가 22살이었어요.
[기자]찾아갔는데 그날 바로 낙태를 진행한 건가요?
[김소희] (당일도) 바로 할 수 있는데, (임신) 개월 수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임신한 지 얼마 안 됐으면 약물을 많이 사용해요. 약물을 먼저 자궁 안에 넣어주고, 집에 가더라고요. 집에서 그날 저녁에 엄청 아파했어요. 아파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5분마다 한 번씩 아프다고 해요. 점점 시간이 짧아져 가는 아픔이 올 때 찾아오라고 했대요. 그런 고통을 혼자서 다 이겨내는 거죠. 집에서 혼자 이겨내고, 시간이 되면 찾아간대요. 그때 가서 수술을 하는 거에요.
낙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약물을 사용하는 방법과 소파술. 소파술은 인체에 기구를 넣어 태아를 꺼내는 시술입니다.
인체에 직접 기구를 넣는 만큼 출혈도 생기기에 멸균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정훈]멸균을 제대로 하려면 수술장에서 해야 합니다. 멸균이 보장되고, 기구도 제대로 소독이 된 걸로 진행해야 하는데. (낙태의) 70~80% 정도는 병원이 아니라 가정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멸균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그걸로 인한 감염이 빈번합니다. 출혈하고 임신을 하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멸균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구를 넣거나 소파술을 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되면 나중에 패혈증이 걸려 사망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가정집에서 멸균 상태를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소독 설비조차 없어 더운물에 끓여 기구를 소독한다고 김 씨는 (10일) 설명합니다.
[김소희]소독하는 것도 기계로 하는 게 아닌, 집에서 더운물에 끓여서 소독을 하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병균이 옮을 수도 있어요. 그런 점 때문에 낙태 수술을 하고도 몸이 많이 망가져서 고생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렇게 진행되는 임신중절 수술은 위생적으로도 안전하지 않지만, 병원을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김 씨는 말합니다.
[김소희] 병원에 가면 돈이 더 많이 들거든요. 그리고 병원에 가면 진단서 등 끊어야 하고 그럼 기록이 남고. 이런 이유로 소문나서 안 가기도 하고. 이런 걸로 인해서 북한 여성들이 건강을 많이 해치는 거 같아요.
하지만 병원에서도 불법 낙태는 진행됩니다. 가정집에서 이루어지는 이유와 같습니다. ‘돈’과 ‘익명성’ 때문입니다.
[최정훈]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낙태의 70~80% 정도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질 겁니다, 병원에서도요. 북한도 낙태를 병원에서 여러 의료진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하면 비밀보장이 어렵잖아요. 그런 이유도 있고. 대가성의 원칙에 따르면 의료진 1명에게만 대가를 지불하면 되잖아요.
북 , 여성 피임률 높지만, 남성은 피임 안 해
북한에서 낙태는 왜 이렇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까. 그 이유는 피임방법 때문이라고 최 선임연구원은 분석합니다.
북한에서 가장 흔히 이루어지는 피임법은 배란 날짜를 피하는 피임과 여성의 자궁에 장치를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최정훈]흔히 이루어지는 게 생리 전 피임, 즉 배란 날짜를 피하는 건데 이건 불안정합니다. 그리고 상식이 있는 사람은 피임약을 사용하긴 하는데, 그것도 100% 못하죠. 그리고 가장 북한 여성들이 많이 하는 피임 방법이 자궁외장치인데요. 근데 비싸고, 넣으면 염증이 오고 불편합니다. 열악해요. 열악하다 보니 원치 않는 임신이 선진국들에 비해 늘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낙태도 자연히 많아지는 겁니다.
실제로, UN이 공개한 2020년 세계 출산 및 가족 계획 보고서( World Fertility and Family Planning 2020)에 따르면 현대 피임방법을 이용해 피임을 하는 북한 여성은 2019년 기준 93.1%(한국은 90%)로 전 세계 평균치인 91.3%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북한 여성 피임률은 높지만, 흔한 피임 방법인 콘돔 사용률은 북한에서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고 최 선임연구원은 설명합니다.
[최성훈]임신이 되니 낙태를 하는 거잖아요. 다른 나라는 여러 가지 피임 방법이 있잖아요. 콘돔, 피임약, 자궁외장치도 있고.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여성들이 콘돔을 몰라요. 그러다 보니 원치 않는 임신이 많습니다.
때문에 북한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겁니다.
[최정훈]저조차도 북한에서 콘돔을 본적이 없습니다. 책에서나 콘돔을 알지, 북한에 있을 때 콘돔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내가 알기로는 콘돔을 사용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남자는 (피임을) 많이 안 합니다. 여자는 많이 하는데.
일상적으로 낙태가 행해지는 북한 사회. 행해지는 낙태의 70~80%는 멸균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진행되는 가정집의 불법 낙태.

최 선임연구원은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북한 여성의 상황을 조명합니다.
[최정훈]나도 살기 힘든데, 애를 낳았다고 해도 그 아이도 나 같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세상에 새 생명을 낳아도 행복한 인생, 자기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없는 게 북한의 현실이잖아요. 낙태를 하는 여성들이 결코 인성이나 다른 인간적인 측면이 부족해서가 아닌, 나 같은 일생을 살 바에는 (낙태를) 선택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